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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 25일은 세계 펭귄의 날이다. 남극에 살고 있는 펭귄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시기에 맞춰 '위기에 처한 펭귄'의 현실과 보전 방안을 짚어보고자 기획됐다. 이날 남극보호연합(ASOC)은 전 세계적인 펭귄 보호 운동을 벌인다. 한국에서는 사)시민환경연구소, 서울환경운동연합, 리펭구르가 공동으로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펭귄의 날을 맞이해 국내외에서 펭귄 보전을 위해 뛰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 기자 말

"남극은 지구 건강의 지표다."

전문가들은 남극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한겨울 영하 80도까지 내려가는 혹독한 환경은 인간의 손길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원시상태에 가까운 모습을 간직하며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남극은 지구탄생의 비밀을 간직한 곳이자, 지구 전체의 해류에 영향을 미치는 곳이다.

남극을 둘러싼 바다는 지구 생태계의 균형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균형을 회복시키는 해법을 찾을 수 있는 모델로서 가치가 있다. 한편에서는 석유 등 지하자원과 물고기 등 어류자원의 보고로서 평가 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최초 남극 탐험은 개발과 남획의 '잔혹사'로 이어졌다. 강대국들은 남극을 영토 확장과 자원 개발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현재 남극 관련 조약들로 표면적으로 영유권 주장을 하진 않지만, 일부에서는 남극을 둘러싸고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 까지 표현한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가세했다. 2014년 2월 우리나라의 남극 두 번째 과학시설인 '장보고기지'가 만들어졌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남극은) 과학영토, 자원영토를 확장해 나가기 위해 우리가 반드시 개척해내야 할 핵심지역"이라 밝히기도 했다.

남극보호연합(ASOC) 총장 대행 클레어 크리스티안(Claire Christian). 남극보호연합 사진 제공
▲ 클레어 크리스티안 남극보호연합 총장 대행 남극보호연합(ASOC) 총장 대행 클레어 크리스티안(Claire Christian). 남극보호연합 사진 제공
ⓒ 남극보호연합(ASO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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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각 나라들의 경쟁으로 '공유지의 비극'이 될 것인가? 아니면 엘리너 오스트롬의 저서 <공유의 비극을 넘어서>와 같이 인류를 위한 보전의 모델이 될 것인가? 국내외 단체들은 남극을 인류의 공동의 자산으로서, 또한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간직한 곳으로서 마땅히 보호해야 할 대상이라 밝히고 있다.

4월 25일 '세계 펭귄의 날'을 맞아 인류의 미래를 위해 남극 보호 활동을 펼치는 남극보호연합(ASOC) 클레어 크리스티안(Claire Christian) 총장 대행과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 영역 확장으로 남극과 남극에 사는 펭귄들이 영향을 받고 있다"며 "각국 정부가 CO2를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와 해양보호구역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유권 주장, 생물종 수탈, 남극의 잔혹사

남극보호연합은 1978년 남극 광산 채굴에 대한 논란이 있을 당시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결성됐다는 것이 크리스티안 총장의 설명이다. 세계자연기금(WWF), 그린피스 등과 파트너 관계를 맺고 있고, 한국에서는 사)시민환경연구소가 결합하고 있다. 광산 채굴 논란은 1998년 발효된 '남극 환경보호의정서'로 일단락 됐지만, 남극의 위기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한반도의 62배 크기에 달하는 남극. 이 때문에 남극은 강대국의 각축장이었다. 1908년 영국을 필두로 남극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표면화 됐다. 이에 1959년 남극조약 체결(1961년 발효)로 영유권 동결, 핵실험금지 등이 합의 됐지만, 석유, 석탄, 천연가스, 다이아몬드, 희토류 등 천연자원은 강대국들을 물밑으로 경쟁하게 만들었다.

남극 사진 작가 John Weller의 '유빙 위의 펭귄'. 사)시민환경연구소에서 작가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 게제한다.
▲ 유빙 위의 펭귄 남극 사진 작가 John Weller의 '유빙 위의 펭귄'. 사)시민환경연구소에서 작가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 게제한다.
ⓒ John W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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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은 수탈의 대상이었다. 자료에 따르면 1780년대부터 유럽인들은 중국 시장에 팔기 위해 털가죽물개 사냥을 시작했다. 이어 코키리바다표범 수십만 마리가 도살 됐고, 뒤이어 포경선이 몰려와 1994년 중단될 때까지 150만 마리의 혹등고래, 흰수염고래, 향유고래 등이 희생됐다. 1972년부터는 남극 사우스조지아 섬에서 상업적 크릴새우 조업이 시작됐다.

크릴새우는 어류, 조류, 펭귄, 물개, 해표, 고래 등 거의 모든 남극 생물들의 기초 먹잇감이 된다는 점에서 생태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극 생태계 훼손 우려가 높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1980년 '남극해양생물자원의 보전에 관한 협약(CCAMJR 까밀라)'이 체결됐다. 이 협약은 남극의 모든 해양 생물을 포괄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82년에는 '남극해양생물자원 보전 위원회'라는 국제기구가 결성됐다. 남극에서 조업을 원하는 국가들은 반드시 까밀라 회원에 가입하고 여기서 정하는 보호규정을 따라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보전 대책이 마련되기 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대표적으로 이빨고기(Tootfish)는 '불법적이고, 보고되지 않고, 규제 되지 않은(IUU)' 어업행위가 성행했다.

미국에서는 칠레 바다농어로,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메로'로 불리는 이빨고기(파나고니아 이빨고기, 남극 이빨고기)는 톤당 1만 달러 이상 거래되기 때문에 '바다의 로또'로 불린다. 1990년대 까밀라 위원회로부터 허가받은 어선들의 어획량보다 불법 어획으로 잡은 이빨고기가 6배 이상 많은 것으로 추산됐다. 2010년대 들어 불법어획은 감소했지만, 전체 물량의 6%가 불법이었다.

기후변화, 인간 활동 영역 확장으로 남극 펭귄 위협 받고 있어

크리스티안 총장은 "남극보호연합이 수년에 걸쳐서, 불법적인 남극 이빨고기 교역을 중단시킴으로써 IUU 어업을 통제하는 과정에 참여했다"며 "크릴 조업 관리를 개선하는 일 역시 남극보호연합의 우선에 두고 있는 활동"이라 말했다. 남극보호연합 소속 단체들은 남극조약과 까밀라 당사국회의에 공식 옵저버 지위를 가지고 있다.

남극 사진 작가 John Weller의 '먹이를 찾아 헤엄치는 아델리 펭귄'. 사)시민환경연구소에서 작가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 게제한다.
▲ 아델리 펭귄 남극 사진 작가 John Weller의 '먹이를 찾아 헤엄치는 아델리 펭귄'. 사)시민환경연구소에서 작가에게 사용 허가를 받아 게제한다.
ⓒ John W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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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조약과 까밀라에 대해 클레어는 "남극 환경 보호 원칙이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조약에 사인한 모든 나라들은 원칙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며 "이 조약들은 남극이 어느 한 나라의 영토가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시민들의 소유라는 것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라 말했다.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서 남극이 지켜져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말이다.

크리스티안 총장은 "기후변화가 남극 펭귄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로 남극 빙붕이 붕괴하는 등 황제펭귄과 아델리펭귄의 서식처가 감소하는 점을 의미한다. 이어 "펭귄이 새끼에게 먹이 주는 수렵 공간에서 크릴새우 조업과 같은 어업활동은 펭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며 "남극대륙 관광, 과학연구 역시 펭귄 서식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극에서의 인간 활동 영역 확장으로 펭귄들은 그만큼 영향을 받게 된다는 걸 의미한다. 펭귄은 전 세계적으로 17종으로, 남극 등에 서식하는 일부 펭귄들은 CITES(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의 국제적 멸종위기종에 올랐다. 황제 펭귄의 경우도 서식지 감소로 2100년이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크리스티안 총장은 지난해 남극 로스해(Ross Sea)를 해양보호구역(MPA)으로 지정한 것처럼 펭귄 및 남극 생물종 보호를 위해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주문했다. 참고로 로스해의 대륙붕과 빙붕은 남극의 2%지만, 전 세계 아델리펭귄의 38%, 황제펭귄의 26% 등이 살고 있는 지역이다. 1997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권고안에 따라 논의가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보호구역으로 설정됐다.

남극 해양보호구역 확대해야

크리스티안 총장은 "까밀라 회원국 중에는 해양보호구역 지정과 인간 활동을 관리하고 규제하는 계획에 열의를 보이지 않는 나라가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까밀라 회의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어,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구조다. 그는 2015년 8월 우리나라에서 열린 남극해 해양보호구역 설정 관련 토론회에서 해양보호구역 지정이 오히려 어업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크리스티안 총장은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해양보호구역에서 어류 개체군의 규모가 엄청나게 증가했고,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 사실을 발견했다"며 "금어구역 내 어류가 넘쳐나(spill over) 궁극적으로 어획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서 크리스티안 총장은 "포괄적으로 CO2배출을 줄이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적은 감소가 모여서 큰 변화를 이룬다. 영향이 크든 적든 간에 각국 정부는 야심차게 국가적 목표를 가지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남극과 펭귄의 보호·보전을 위해, 정부는 남극환경과 펭귄이 복원력을 갖는데 도움이 되는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해양과 육지의 보호구역 지정, 펭귄 서식지 주변의 크릴조업 규제 강화 등을 주문했다. 그는 "이런 결정들이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남극 환경이 보호될 수 있다"고 말했다. 남극보호연합은 남극 웨델해와 남극반도에 해양보호구역 확대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오는 23일(일) 서울 여의도 한강유람선 선착장 부근에서는 남극보호연합 후원으로 시민환경연구소, 서울환경운동연합, 리펭구르가 주최하는 제3회 세계펭귄의 날 행사가 열린다. 크릴새우와 펭귄을 보호하자는 취지로 올해 주제를 <펭귄에게 양보하'새우'>로 잡았다.

이날 행사에서는 펭귄에게 띄우는 편지, 대형 새우 종이접기, 펭귄블록 쌓기 등 가족체험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참가 신청은 서울환경운동연합 누리집(www.ecoseoul.or.kr)로 하면 된다.


태그:#남극, #펭귄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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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유/미' 세상을 꿈꿉니다. 강(江)은 흘러야(流) 아름답기(美)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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