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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순 문건 파문' 최대수혜자는 문재인?

17.04.21 17:27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20일 언론에 공개한 쪽지 한 장과 문서 한 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과 관련해) 먼저 북한의 반응을 알아보자"라고 말했다는 게 송 전 장관의 주장이다.

문재인 향해 맹공 퍼붓는 보수진영

송 전 장관의 수첩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쪽지에는 "묻지 말았어야 하는데 문 실장(문재인 후보)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혀 있다. 또 송 전 장관은 또 한 장의 문건에 대해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북한으로부터 연락받은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과 송민순 노무현 정권의 비서실장과 외교부장관이었다. ⓒ 연합뉴스

그러자 문 후보는 단호한 입장을 내보였다. "(송 전 장관의 주장이 잘못됐다는) 증거자료가 있다"며 "현행법에 저촉 안 되면 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송 전 장관을 향해서는 "잘못된 내용에 대해 송 전 장관에게 책임을 묻겠다"며 경고까지 했다.

'송민순 문건'이 공개되자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진영은 '거짓말하는 후보는 대통령이 될 자격이 없다'며 날을 세우고 있다. '색깔론'을 다시 전면에 등장시킬 기세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지난 대선 때의 NLL 폭로와 같은 제2의 북풍공작"이라며 맞서서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보수진영의 노림수, 먹힐까?

대선이 18일 남았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의 판세에 '송민순 파문'이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번 일에 반색하는 쪽은 보수진영이다. 세 당(자유한국당, 바른정당, 새누리당)의 후보들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간신히 10%를 넘는 수준밖에 안 되는 보수진영으로서는, 이번 '파문'은 가뭄에 내리는 단비와 같을 것이다. 가장 유력한 주자인 문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괜찮은 빌미'가 저절로 굴러들어왔기 때문이다.

송민순 전 장관이 공개한 '쪽지' "문 실장이 물어보라고 해서"라고 적혀있다. ⓒ 연합뉴스

보수진영은 '송민순 문건'을 계기로 문 후보를 '친북성향의 정치인'으로 낙인찍으며, 이번 대선을 '친북 대 반북' 프레임으로 몰아가려고 할 것이다. 탄핵정국으로 주저앉은 보수층을 자극해 세 결집을 꾀하기 위해서다. 이번처럼 좋은 기회가 대선 전에 또 있을까. 보수진영에게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송민순 파문'을 활용한 전략이 먹힌다고 치자. 그래도 대선의 판세를 흔들 정도의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보기엔 매우 회의적이다. 보수층의 와해가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 지지율의 1/3. 이게 보수진영 주요후보 3명이 지금껏 일궈낸 성적이다. 말 그대로 지리멸렬이다. '송민순 파문'의 임팩트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최단기간 동안 지지율을 30% 정도 끌어올리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대선도 이제 코앞이다. 가능하다면 그건 기적이다.

'송민순 파문, 대세를 흔들만한 변수는 아니다.' 이것을 전제로 하면, 재미있는 일이 펼쳐진다. 문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오히려 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여주는 '역설적'인 결과를 낳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와 주요후보 5명의 지지율 ⓒ 다음

안철수 지지층 절반은 '보수 유랑민'

집을 떠난 보수층 '집토끼'가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 '안철수 진영'이다. 안 후보 지지층의 절반 정도가 '보수 유랑민'이라는 사실은 다양한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된 부분이다. 따라서, 보수층 결집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이는 쪽은 당연히 안 후보 지지층일 것이다.

그 증좌가 드러나고 있다. 대선일이 가까워지면서 보수후보(홍준표, 유승민, 조원진 등)의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안 후보 지지율이 5% 이상 낮아졌다.그런데 문 후보의 지지율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안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성향 유권자들이 보수후보 지지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TK 지역으로 가보자. '보수후보 상승, 안 후보 급락'이라는 현상이 더더욱 뚜렷해진다. 최근 3주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역에서 보수후보(홍준표+유승민) 지지율과 안 후보 지지율은 반비례 곡선을 그린다. 안 후보 지지율이 오르면 보수후보 지지율은 감소하고, 대신 낮아지면 오른다.

TK지역 문-안-보수 후보 지지율 추이 안 후보 지지율 상승하면 보수후보 빠지고, 낮아지면 높아지는 '반비례 현상' (한국갤럽 조사) ⓒ 육근성

'송민순 파문' 최대수혜자는 문재인?

안 후보의 지지율이 48%까지 치솟았던 때(4월 2주), 보수후보 지지율은 9%까지 낮아졌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크게 빠지며(전주 대비 -25%) 23%에 그친 4월 3주, 보수후보 지지율은 27%나 상승해 36%를 기록했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진 만큼 보수후보 지지율이 오른 것이다. TK지역만 이런 게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전국적이다.

보수진영이 '송민순 파문'을 활용해 문 후보를 공격할 경우, 일정부분 보수층 결집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보수층 결집이 발생하면 안 후보 지지율은 빠질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문 후보와 안 후보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게 된다.

보수후보들이 '송민순 파문'을 활용해 문 후보를 공격하며 보수세 결집을 노릴 경우, 사실상 최대수혜자는 공격받는 문 후보가 된다. 당선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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