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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8월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9-4에 '구의역 사망재해 위령표'가 붙어있다.
 지난 2016년 8월 26일 오전 서울 광진구 구의역 승강장 9-4에 '구의역 사망재해 위령표'가 붙어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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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3월 25일 장미파업을 최초로 제안했던 사람이자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정비하는 무기계약직 36세 청년 임선재입니다. 얼마 전 '최저임금 1만 원은 되어야 결혼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웨딩 퍼포먼스를 해 언론에 나왔던 청년이기도 합니다.

다음 달이면 구의역에서 김군이 사망한 지 1년이 됩니다. 당시 김군이 한 달 월급 144만 원을 받아 그중 100만 원을 대학 입학을 위해 적금으로 부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이 된 현재 저희의 급여는 그 당시에 비해 약간 오른 수준입니다. 지난해 12월의 경우 실수령액으로 130만 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지난달은 이틀에 한 번씩 밤샘근무를 한 수당을 합쳐 190만 원 정도를 받았습니다. 야간근무마저 없다면 최저임금 수준이었을 것입니다.

이 돈으로 자취방 월세와 공과금, 식비, 통신비, 교통비까지... 오늘을 '어찌어찌 살 수 있는' 수준일 뿐입니다. 오늘만 있을 뿐 내일, 다음 달, 내년... 솔직히 미래는 쳐다볼 엄두도 안 납니다. 그러다 보니 결혼자금 모을 생각은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곧 있으면 학자금 대출 상환도 돌아올 텐데... 그러면 다른 대출을 알아봐야 할지 고민인 현실입니다.

이처럼 최저임금 1만 원은 청년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요구입니다.

연애 10년 차 직장 동료 A는 '지금의 월급으론 결혼 할 수 없다'며 결국 결혼을 포기했습니다. 후배 B는 야간근무를 마치면 퇴근 후 근처 돈가스집에서 서빙을 하며 투잡을 뛰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친구 C는 새벽 한 시까지 하루 8시간 뼈 빠지게 일해서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먹을 게 없어서 라면을 훔쳤다는 이유로 구속된 청년, 통장 잔고 5000원을 남기고 생활고를 비관해 자살을 선택한 청년들의 현실이 기사 속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이런 현실에서 최저임금 1만 원 즉각 실현은 단순히 '청년들의 월급을 올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간 '청년들이 현실이란 벽 앞에 포기해야 했던 것들을 더 이상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빼앗긴 것들을 되돌려 받겠다는 의미'라 생각합니다.

최저임금 1만원, 청년의 '최소한 인간다운 삶' 위한 요구입니다
지난 2016년 7월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청년유니온,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책임 있는 논의와 최저임금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2016년 7월 5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신여자대학교 정문 앞에서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청년유니온, 최저임금연대 회원들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책임 있는 논의와 최저임금인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최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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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많은 대선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매우 아쉽게도 즉각 실현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문재인·유승민·심상정 후보는 2020년,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이 대통령이 청년들에게 주는 '시혜'라면 그럴 수 있습니다. 3년, 5년의 유예기간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혜'가 아니라 '청년들이 그간 빼앗긴 권리'를 되돌려 받는 것인데도 3년이라는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니 납득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지난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시행된 후 연평균 인상률이 9.2%라고 합니다. 이를 그대로 대입하기만 해도 안철수·홍준표 후보가 이야기한 2022년에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두 후보의 이야기는 그냥 지금처럼 가만히 있겠다는 말이 되는 셈입니다.

문재인, 유승민, 심상정 후보의 공약은 그나마 낫다지만 도긴개긴일 뿐입니다. 2020년의 최저임금 자연 인상액인 8800원에 1년간 400원씩 더 올라 그때 가서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된들 청년들의 현실이 나아질 거라 생각진 않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청년들은 당장 죽겠다는 심정인데 3년이든 5년이든 결국엔 '기다려라'는 후보들의 이야기에 황당합니다. '정말 청년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고 공약을 만든 걸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진정 청년을 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면, 공약부터 바꾸십시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선후보 KBS TV토론 시작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열린 KBS 주최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토론 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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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지금의 공약이라도 제대로 지켜질까' 하는 불안한 마음도 있습니다. 지난해 총선 당시 심상정 후보가 상임 선대위원장이었던 정의당은 2019년까지,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당은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을 발표했었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서 공약 이행 시기가 2020년과 2022년으로 각각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이처럼 작년에 한 말도 바꾸는 판에 다시금 그때 가서 '말 바꾸기'를 하고 지키지 않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듭니다.

그런 의미에서 다섯 후보의 최저임금 공약엔 '낙제점'을 매길 수밖에 없습니다.

대선후보들은 각각 '든든한 대통령', '서민 대통령', '대신할 수 없는 미래', '보수의 새 희망',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 등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청년들에게 든든한 대통령, 청년들의 삶을 바꿀 대통령, 청년들의 미래를 걱정하는 대통령이 될 생각이라면 '2018년 최저임금 1만 원 즉각 실현'으로 공약부터 변경하십시오!

청년들은 최저임금 1만 원을 즉각 실현할 대통령을 원합니다.


태그:#2017대선, #최저임금, #최저임금1만원,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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