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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다. 4월엔 일이 참 많았다.

벚꽃도 흩날리고, 봄볕도 따사롭지만 제주 4.3도 있었고, 4.19도 있었고, 이제 4월16일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1993년 5월, 심슨가족 인형을 만들던 태국의 케이더(Kader) 장난감 공장에서 불이 났다. 노동자들이 장난감을 훔쳐갈까봐 밖에서 잠궈 놓았던 공장안에서 일을 하고 있던 188명의 젊은 노동자들이 죽었다. 이 일을 계기로 캐나다의 법정 기념일로 시작된 4월28일은 전 세계적인 촛불로 번졌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특별한 사건 같지만 한국의 산재사망 수치를 보면 절대 그렇게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하루가 멀다하게 들리는 산재사망소식, 조금만 조치했다면 미리 막을 수 있었던 크고 작은 사고들. 그리고 이제는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구조적으로 더 위험에 내몰리고 있는 노동자들. 큰 사고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과로사 1위 대한민국의 현실, 노동자의 몸따위 쓰고 버리면 그만이라는 듯한 사업주들의 태도....

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좀 더 많이 생각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바꿔나가자는 취지에서 연재를 기획했다. 일상적인 위험속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기자말>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사치인가요?"

매년 9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아프거나, 다치거나, 죽는다. 사망자는 2천여 명, 하루에 6~7명 꼴로 일하다 죽어나가는 것이다.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비용이, 기업의 이윤이 지상최대의 선 인 한국 사회에서 일터에서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는 배부른 소리 취급을 받기 일쑤인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더 그렇다. 최근의 수많은 산재 사고와 통계 자료들을 보면 고용불안과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내몰려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문제에서조차 더 극심한 위험에 처해있다. 2명 중 1명이 비정규직인 시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비정규직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하겠다.

산재사고가 가장 많은 대표적인 비정규직 노동자인 건설노동자들은 매년 600여 명이 사망하고, 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한해에만 10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했다. 현대제철에서도 최근 6개월 동안에만 4명이 사망했고, 이중 3명이 하청노동자였다. 지난해 떠들썩했던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위기에 빠진 6명의 노동자, 에어컨을 수리하려다 주택 난간에서 추락사한 노동자, 구의역에서 사망한 19살의 노동자 역시 모두 비정규직, 하청노동자였다. 원전 내 방사선 작업을 하는 협력업체 노동자들은 한국수력원자력 노동자들에 비해 방사선 피폭량이 10배가량 차이난다(윤종오 의원 조사, 한수원 0.11mSv·협력업체 평균 각각 1.61mSv, 1.57mSv).

이는 대기업인 원청이 상대적으로 더 위험한 업무들을, 도급 단가를 후려쳐서 낮게 책정하여 외주화한 후, 그 업무의 안전 관리는 나몰라라 하는 현실에서 기인한다. 하청업체들은 여력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원청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말 무관할 수 있는 일일까? 지난해 경주에서는 지진의 여파로 KTX열차 운행이 변경된 통보를 받지 못해 선로보수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2명이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온 국민이 공포에 떨었던 메르스 사태 당시에도 병원의 비정규직 노동자, 인천공항의 비정규직 노동자 등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만찬가지로 대인 업무를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적절한 보호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금 다른 문제지만, 세월호에 학생들과 다른 정교사들과 함께 탑승했다가 사망한 기간제교사들은 근무기간동안은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라는 법률해석이 있지만, 순직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아무개씨(19)의 소지품.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작업 공구 등이 들어있다.
 지난 28일 오후,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사망한 김아무개씨(19)의 소지품. 컵라면과 나무젓가락, 작업 공구 등이 들어있다.
ⓒ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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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진국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받은 『최근 5년간(2011~2015년) 주요업종별 30개 기업 중대재해 발생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주요 업종별 30개 대기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총 209건, 이로 인한 사망자가 245명인데 이중 하청노동자가 212명으로 86.5%, 부상자는 76명중 하청노동자 65명으로 85.5%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한 해 동안에는 산재사망자의 95%가 하청노동자였다.

재해로 인한 사고뿐만이 아니다.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인 한국은 노동시간과 과로사 순위역시 1~2위를 다툰다. 장시간 노동은 정규직/비정규직을 막론하고 극심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저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더욱 장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현대/기아/한국지엠 등 완성차 3사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로 심야노동과 잔업을 많이 줄였지만 부품사들은 12시간 맞교대로 여전히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만도헬라의 경우 특근까지 강제해 일요일엔 쉬고 싶다며 노조를 만들었다. 삼성과 엘지 등에 부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들의 경우에도 맞교대에 쉬는 날도 없이 돌릴 때가 많다. 세계보건기구는 심야노동을 살충제 성분인 DDT와 같은 등급인 발암물질 2군으로 지정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초 장시간 노동에, 교대근무에, 심야노동에, 힘들고 위험한 일을 도맡아 하고 있지만 저임금을 받으면서도 그런 일자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고, 생명과 건강권을 주장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불평불만으로 취급받는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었지만 몇 년 전에 오바마씨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누구도 집에 월급을 가져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걸지 않아야 한다." - 2013년 4월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 백악관 성명 中

덧붙이는 글 | 건강한 노동세상 소식지와 동시게제 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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