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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차기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유력 대선주자와 관련한 책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오마이뉴스>는 특별기획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통해 인물에 대해 깊은 정보 뿐만 아니라 새로운 리더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보려고 합니다. 시민기자로 가입하면 누구나 '책에서 만난 대선주자'를 쓸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세상은 독창성을 원한다. 특히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사회는 구성원들이 창조적이길 원한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독창적인 길을 가기는 쉽지 않다. 남들이 가지 않은 낯선 길은 꽃길이 아닌, 곳곳에 실패의 구덩이가 도사린 험난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낯선 길을 용기 있게 걸어 간 사람들이 있다. 정보화 혁명을 이끌어 낸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처럼 말이다. 컴퓨터 자체가 낯선 시대에 개인용 컴퓨터의 잠재력을 꿰뚫어 보고 도전에 나섰다. 배짱 좋게 학교를 중퇴하고, 빈 손으로 차고에 사무실을 차리고 자신들이 생각한 비전을 믿고 과감하게 행동에 나섰다.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켰다.

이것이 우리가 알았던 정보화 영웅들의 영웅담이다. 그런데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경영대학원 종신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독창성에 대해 쓴 책 <오리지널스>를 통해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전해준다.

빌 게이츠는 중퇴가 아닌 휴학을 먼저 했다

 <오리지널스>
 <오리지널스>
ⓒ 한국경제신문사(한경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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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하버드 대학교 졸업장을 그저 종잇장에 불과한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 빌 게이츠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판 것은 대학교 2학년 때이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나서야 학업을 중단했다. 그것도 중퇴가 아니라 휴학이었다. 부모로부터는 재정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는 사업이 안 되면 학교로 돌아 올 생각이었다.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1 컴퓨터를 발명한 스티브 워즈니악도 그렇다. 1976년에 스티브 잡스와 창업을 했지만, 1977년까지 본래 다니던 직장인 휴렛팩커드에서 엔지니어로 계속 일했다.

구글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도 1996년에 인터넷 검색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는 방법을 알아냈지만, 1998년이 되어서야 다니던 스탠퍼드 대학원 과정을 휴학했다. 1997년 그들은 검색엔진 개발에 정신이 팔려 박사과정연구를 소홀히 할까봐 구글을 팔려고도 했다. 안 팔려서 계속 붙들고 있었던 것이다.

애덤 그랜트 교수는 이 외에도 많은 사례를 통해 독창적인 사업분야를 개척한 창시자들이 모든 것을 걸고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소심할 정도로 위험을 회피하고자 애쓴 사람들이었음을 말해준다.

결론적으로 독창성을 발휘하는데 성공한 사람들은 독창성에 따르는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감소시키는 방법을 먼저 확보한 사람들이었다. 결국 독창성을 낳은 어머니는 안전인 셈이다. 애덤 그랜트 교수는 안전이 확보될 때 독창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독창적인 길은 그 자체로 위험한 길이다. 사람의 심리상 위험한 행동에 나서려면 다른 부분에서는 안전이 확보되어야 한다. 즉 한 분야에서 안정감이 확보되면, 다른 분야에서는 자유롭게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다. 빌 게이츠는 실패하면 하버드 대학생이라는 안정적인 지위로 돌아갈 수 있었기에 독창적인 시도에 나설 수 있었다는 셈이다.

기업가들에 대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사항이 확인된다. 800여 명의 미국인 기업가와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기업가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더 위험회피 성향이 강했다"고 책은 전한다. 기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도전적인 일이니 그만큼 위험을 피하고 안전에 더 신경 쓰는 성향이 강한 셈이다.

안전해야 독창적일 수 있다면

<오리지널스>의 한국 출판사는 "독창성은 천재들의 전유물이 아니다"라는 선전 문구를 내걸며, 우리 시대의 보통 사람들도 이 책을 통해 독창성을 배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참신한 도발을 꿈꾸는 오리지널들을 응원한다"는 한 기업가의 추천사도 있다.

그럼 이 책을 통해 독창적인 인재가 되어야 한다는 주문을 받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무엇을 배워야 할까?

책에 등장하는 소제목 '위험은 주식포트폴리오처럼 관리하라'는 말처럼 우선은 삶의 안전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빌 게이츠나 래리 페이지처럼 세계 최고의 명문 학교에 적을 두거나, 스티브 워즈니악처럼 HP라는 튼튼한 대기업에 입사해야 하는 것일까.

책에 나온 사례이니 당연히 드는 생각인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헬조선'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안전을 확보한다는 일은 독창적이기보다 더 힘든 일이 아닌가. 대기업에 입사한들 젊은 신입사원이 다른 일에 신경 쓸 만큼 여유를 가질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창조경제를 내세웠다면 새겼어야 할 제언들

이 책을 읽고나면, 이 책은 젊은이들이 아니라 정책 담당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읽었어야 했다. 그토록 역점을 두었던 창조경제의 성공 요건이 담겨 있으니까 말이다.

창조경제의 핵심인 독창성이 꽃피기 위해 필요한 사회 안전망에 대한 제언뿐만 아니라, 독창적인 집단사고를 재고하기 위한 리더의 역할, 비판을 장려하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조언도 얻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제언을 한국 사회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2011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는 <미래한국리포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회의 질'에 대해 조사한 결과 한국은 OECD 30개 회원국 중 28위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사회의 질' 최하위권인 한국과 1위인 덴마크를 비교해보면 덴마크에서는 젊은이들이 과감하게 창의적인 일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위험을 회피하기 급급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사회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서울시에서 청년 수당을 제안했을 때,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의 조건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서울시와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 그러기는커녕 어깃장을 놓기에 급급했으니, 박근혜 창조 경제의 결말을 그때 이미 예고했던 셈이다.

그러는 사이 한국의 청년들은 애덤 그랜트 교수의 조언을 충실히 따르며, 삶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JTBC는 2016년 2월 29일 고등학생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로 '공무원'(22.6%)을, 2위로는 '건물주와 임대업자'(16.1%)를 꼽았다는 뉴스를 보도한 바 있다. 이유는 역시 '안정적이어서'(37.5%)가 1위였다.

실제로도 각종 공무원시험 응시자수는 매번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국가공무원 9급 응시자수는 2011년 14만 3천명에서 올해는 22만 8천명으로 60%나 늘었고, 통계청 조사 결과 취업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 65만여 명 가운데 39%인 25만 7천 명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조경제가 개념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더 이상 추격자 지위에 머무를 수 없는 한국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틀림없다. 그러기 위한 토대가 사회적 안전망임은 최신 학문의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자명한 일이다. 또한 사회적 안전망은 정부와 사회의 몫이지 개인에게만 떠넘길 때 어떠한 현상이 벌어지는지도 분명하다.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이해하는 정부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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