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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함께 놀던 동무하고 헤어져서 오랫동안 만날 수 없다면, 이는 더없이 끔찍하다고 할 만합니다. 아이한테 놀이동무는 마치 온누리하고도 같을 테니까요. 어른들은 퍽 쉽게 삶터를 옮깁니다. 아니, 어른들은 아이 마음을 묻거나 따지지 않은 채 삶터를 옮기기 일쑤입니다. 아이가 살뜰히 여기며 늘 함께하는 놀이동무하고 오랫동안 아주 멀리 헤어지도록 하는 일을 무척 쉽게 저지르지요.

 겉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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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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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생각해 볼 수 있을까요? 어른들이 일터나 일 때문에 멀리 삶터를 옮겨야 한다면 '어른 혼자' 떠나 보는 일 말이에요. 왜냐하면 일터나 일 때문에 옮겨야 한다면 이는 '어른 일'이지, '아이 일'이 아니에요.

어른 한 사람한테 일이 생기면 그냥 어른 한 사람만 옮기면 될 노릇이지만, 어른은 으레 아이를 끌어들이고 말아요. 아이한테 둘도 없이 애틋한 놀이동무가 있는 터전에서 너무 쉽게 다른 데로 옮겨 버리지요.

마이아와 산티는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예요.
무엇이든 함께했고, 함께여서 즐거웠지요.
그런데 산티네 가족이 먼 곳으로 이사를 간대요. (2∼6쪽)

아이는 새 삶터에서 얼마든지 새 동무를 사귈 수'도' 있습니다. 어른들은 흔히 말하잖아요. 시간이 흐르면 다 괜찮아지고, 새 동무가 나타난다고. 그러면 이 말을 어른한테도 해 볼 노릇이에요. 굳이 새 삶터로 옮기지 않아도 '새 일거리'나 '새 일터'를 찾을 만하겠지요?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고된 일터와 일'이라 하더라도 괜찮아질 수 있겠지요?

이렇게 거꾸로 헤아려 본다면, 아이가 어른한테 맞추라 하지 말고 어른도 아이한테 맞추어 보려고 한다면, 오랜 놀이동무하고 헤어져야 하는 아이가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시리며 괴로운가를 조금이나마 짚을 만하지 싶습니다. 아이한테 놀이동무 한 사람은 '그냥 숫자 하나'가 아닌 줄 살짝이라도 느끼거나 마주해야지 싶어요.

 속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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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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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산티가 떠나는 날이 다가왔어요.
어쩔 수 없이 마지막 인사를 했죠.
그렇게 마이아는 산티와 헤어졌어요. (8∼10쪽)

안드레아 마투라나 님이 글을 쓰고,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올레아 님이 그림을 빚은 그림책 <친구와 헤어져도>(책속물고기 펴냄)는 칠레에서 날아왔습니다. 어버이가 삶터를 옮기면서 그만 오랜 놀이동무와 헤어져야 하는 칠레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언제나 함께 있고, 언제나 함께 놀며, 언제나 함께 나누던 놀이동무라는 '마이아'하고 '산티'는 어느 날 갑자기 헤어져야 한답니다. 산티는 무척 먼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산티는 머나먼 새 곳에서 무척 쓸쓸하겠지요. 마이아는 어릴 적부터 나고 자란 마을에 그대로 있습니다.

산티는 새로운 터전에 몸을 맞추고 이것저것 새로 알아야 하니, 쓸쓸하면서도 매우 바쁩니다. 이와 달리 늘 있던 곳에 늘 그대로 있는 마이아는 사뭇 달라요. 마이아한테 '새로움'이란 '늘 함께 하루를 짓던 동무가 없는 이곳'일 뿐이에요.

 속그림. 두 아이가 헤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
 속그림. 두 아이가 헤어져야 한다고 말하는 어른.
ⓒ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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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해도 산티가 없으니까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지요.
환한 낮이 깜깜한 밤처럼 느껴졌어요. (16∼18쪽)

외롭게 남아야 하는 아이 마음을 우리 어버이나 어른은 얼마나 알까요. 오랜 놀이동무가 하루아침에 사라져서 그만 외롭고 또 외로워야 하는 아이 하루를 우리 어버이나 어른은 얼마나 헤아릴까요.

모든 일에서 기운을 잃고, 모든 자리에서 기쁨을 잃을 만합니다. 어느 곳에서도 힘이 안 나고, 누가 둘레에 있어도 아무것이 안 보일 만합니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아이는 어떻게 지내야 할까요. 가슴에 뚫린 구멍이 차츰 깊은 수렁으로 바뀌는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슴이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아이는 어떻게 무엇을 할 만할까요.

 속그림. 가슴이 뻥 뚫리는 아이.
 속그림. 가슴이 뻥 뚫리는 아이.
ⓒ 책속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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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누군가 마이아에게 손을 내밀었어요.
바로 고양이였죠.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었어요. (24∼27쪽)

그림책 <친구와 헤어져도>는 늘 즐겁게 지내던 삶터에서 그만 홀로 남고 만 아이가 겪어야 하는 마음앓이를 고스란히 보여주면서 다른 이야기를 하나 더 보여줍니다. 이 아이가 어떻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는지, 또 이 홀로서기는 어떻게 이루는지, 여기에 두 아이가 홀로서기를 하고 난 뒤에 새롭게 만나는 삶을 넌지시 다룹니다.

놀이동무랑 함께 웃고 노래하던 곳은 이제 혼자 조용히 거니는 곳이 되었다는데, 외로운 아이는 어느 날 고양이를 만난다고 해요. 이 고양이는 아마 꽤 옛날부터 그곳에 있었을 테지만, 마이아는 이 고양이를 그동안 못 보았을 테지요. 늘 놀이동무만 바라보았을 테니까요.

오랜 놀이동무가 사라진 자리에서 마이아는 비로소 '늘 살던 마을'에서 '늘 한곳만 바라본' 줄 알아차립니다. 비록 가장 살가운 놀이동무가 곁에 없지만, 고양이가 곁에 있고, 바람이 늘 싱그러이 불며, 나무가 저를 손짓하는 데다가, 오랜 놀이동무뿐 아니라 다른 동무가 학교나 마을에도 있는 줄 비로소 알아봅니다.

이렇게 하루하루 흐르던 어느 날, 오랜 놀이동무가 오랜만에 옛 마을로 찾아온다고 해요. 두 아이는 저마다 새로운 자리에서 새롭게 하루를 보내면서 찬찬히 앙금을 다스리며 새로운 길을 걸었는데, 다시 마주하는 오랜 놀이동무하고 서로 어떻게 말을 섞을 수 있을까요? 두 아이는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자리에서 어떤 마음이 될까요? 한결 씩씩하게 자랐을 두 아이가 새로 만나서 새롭게 따스한 마음을 나눌 뒷이야기를 가만히 그려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친구와 헤어져도>(안드레아 마투라나 글 / 프란시스코 하비에르 올레아 그림 / 김영주 옮김 / 책속물고기 펴냄 / 2017.3.30. / 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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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사전 편집자로 일하면서, 전남 고흥에서 <사전 짓는 책숲집 '숲노래'>를 꾸립니다. 《새로 쓰는 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책 읽는 즐거움》《새로 쓰는 비슷한말 꾸러미 사전...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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