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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대통령 선거 즈음이면 보수 교회 목사들이 설교와 광고 시간에 특정 정당 후보 지지를 표명해 논란이 일었다.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17대 대선이었던 2007년이었다. 당시 교회는 장로가 대통령에 선출되어야 한다며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18대 대선에서는 기독교인 후보가 없어서 17대처럼 노골적인 지지는 못했지만, 암묵적으로 당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지지를 나타냈다.

이제 19대 대선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이라서 보수 교회가 예전처럼 대놓고 특정 후보 지지는 어렵다. 그럼에도 목사들의 설교를 감시하고 기독교인들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 정의 평화 기독교 대선 행동이 지난달 출범했다.

기독교 대선 행동의 출범 의미와 활동을 듣기 위해 지난 6일 교회개혁 실천연대 사무실에서 새암교회 목사인 박득훈 정의평화 기독교 대선 행동 상임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박 상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득훈 새암교회 목사
 박득훈 새암교회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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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정의 평화 기독교 대선 행동이 출범한 지 두 달이 지났는데 어떠셨어요?
"무엇보다도 촛불 시민 혁명이 위대한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예전에 기독교계 주류가 보수적이고 수구적인 사람을 대통령감이라고 선전하고 옹호할 때가 많았지만 이젠 그런 일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그것은 지난 촛불 시민 혁명을 통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수구 기득권 세력이 얼마나 부패한 세력인지를 아주 분명하게 드러내 준 결과란 생각이 들어요,"

- 기독교 대선 행동은 어떤 단체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대선에서 기독교인들이 정치참여를 제대로 해서 원래 부름 받은 대로 세상을 밝히는 빛이 되고 세상의 부패를 막아주는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하면 좋겠다는 취지로 모인 단체입니다. 특징은 두 가지 정도 있다고 볼 수 있겠어요. 하나는 단체가 들어온 게 아니라 모두 각자 한 사람의 자격으로 참여했어요. 두 번째 특징은 통상 에큐메니컬이라고 불리는 그룹과 복음주의라고 불리는 그룹이 함께 연대했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사에서 전자는 진보로 후자는 보수로 분류되곤 했죠. 그러나 이번에 그 경계와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마음을 합했습니다. 고맙고 기쁜 일입니다. 이런 기조와 분위기가 더욱 확대되어 나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 단체로 참여한 게 아니라 개인으로 참여한 이유가 있을까요?
"좀 더 자연스럽고 편하게 마음을 모으기 위해서였습니다. 각 단체는 나름대로의 역사와 특징 그리고 리더십체계를 갖고 있지요. 그래서 자칫 연대활동을 하려다 보면 불필요한 긴장을 겪거나 어려움에 봉착할 수 있어요. 그러나 각자 한 사람으로 참여해 일하다 보면 마음과 마음으로 연대하고 활동하기가 훨씬 더 편하지 않겠나는 생각을 한 거죠. 물론 아직 100% 완벽하다 할 수야 없겠지만 좋은 방향으로 아주 바람직한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 복음주의 진영이 참여했다는 게 의외네요.
"복음주의에도 두 흐름이 있어요. 하나는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보수적인 그룹이 있고 반대로 진보적으로 생각하는 그룹이 있습니다. 보수적인 그룹은 대체로 기독교 신앙과 정치는 분리되어야 한다거나, 정치에 참여해도 보수적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 왔어요. 그러나 진보적인 복음주의는 기독교 신앙과 정치참여는 동전의 양면처럼 결합돼 있는 것으로 생각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면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요. 그 그룹에겐 대선 행동에 참여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죠."

- 그동안 전국 단위 선거에서 대형교회 목사가 설교 등을 통해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을 했어요.
"저는 목회자가 자기의 신앙과 가치관에 따라 특정 후보를 선호하는 건 정치적 자유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문제는 공적 예배 중 설교나 광고 시간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죠. 설교자는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서 그런 얘기를 설교시간에 공개적으로 하면 성도들의 판단에 부당하게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성을 해치게 되죠. 그리고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기독교인들은 그 목사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목회자가 여러 사람이 모인 공적인 자리에서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을 하는 건, 한 시민으로나 신앙인으로 올바른 행동이 아니죠."

- 그럼 개인적으로 해도 되나요?
"그것도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특별한 경우 사적으론 가능하다고 봐요. 예컨대 판단에 도움을 받고 싶어 하는 누군가가 물어올 수 있잖아요. 그 경우 자신의 개인적 의견을 전해주면서 참조만 하라고 한다면 뭐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자기 직권을 이용해 불특정 다수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전광훈 목사처럼 누굴 안 찍으면 생명책에서 지우겠다고 하는 얘기를 개인적으로라도 하는 건 정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일종의 공갈·협박이거든요. 위압적인 언어폭력이죠. 제 말은 물어오는 경우 사적으로 조언은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기독교인 아니라도 훌륭한 정치인 될 수 있어"


- 기독교인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거잖아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그건 매우 위험한 발상입니다. 모 대형교회의 장로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말미암아 뼈아픈 교훈을 얻지 않았나요? 물론 정치인으로서의 타고난 자질과 성품을 가진 사람이 올바른 기독교 신앙의 도움을 잘 받아 탁월한 정치지도자로 육성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형식적으로 기독교인이라는 것 자체는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습니다. 아니, 교회 일에 아주 헌신적이란 점도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으로 자동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잘못된 기독교 신앙 때문에 더 나쁜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영역은 일반적이고 공적인 상식, 양심, 이성 그리고 경험과 어우러지는 행동에 따라 영향을 주고받는 영역입니다.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정치인이 될 수 있죠. 그러니까 정치지도자를 분별할 때, 기독교 신앙 여부를 따질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자질과 능력 그리고 정치철학과 정책 등을 기준으로 삼아야죠."

- 기독교 대선 행동에서는 어떤 일을 하나요? 대형교회 목사 설교 모니터링도 한다던데.
"가장 중요한 게 국민 주권을 확립시켜 나가는 민주적 정권 교체입니다. 민주회복을 위한 정권교체는 절반 이상 된 것으로 보여서 할 일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아요. 질과 결의 차이는 물론 있겠지만, 차기 정권은 그래도 과거 수구세력보다는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전망됩니다.

두 번째는 성도들의 성경적인 정치의식을 고양시키는 거예요.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적이 별로 없어요. 그래서 교인 대다수가 바른 선택을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번에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운 가치의 핵심은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걸 교인들에게 잘 인식시키려고 해요. 그리고 정의, 평화, 생명이라는 아름다운 이상이 정치영역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가려면 어떤 정책들이 필요한지 깊이 성찰하고 고민하도록 도와 나가려 합니다.

세 번째는 공정선거감시운동에 참여하는 거죠. 공정선거감시운동의 일환으로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대형교회 목사들이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도록 성도들 앞에서 공적으로 설득하거나 강압하지 않나 모니터링하고 그게 선거법 위반이 분명하면 선관위에 제보하는 일을 할 겁니다. 주요 교회들을 모니터링 할 사람을 모으는 중입니다. 그리고 지난 18대 대선의 개표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이 아주 짙은데요. 이번엔 그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개표참관운동을 하려고 합니다."

- 소책자도 출간하셨던데.
"네, 그리스도인들의 정치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해서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나라>라는 제목으로 만화식 소책자 형태의 정책 자료집을 발간했어요. 제목을 좀 풀어 설명하면 방금 언급했듯이 정의, 평화, 생명의 가치가 우리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실현되어가는 세상이죠. 그 영역을 네 가지로 나눴어요. 정치, 경제, 한반도 그리고 자연이에요.

먼저 정치영역에서는 국민 주권이 회복되어야 해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 명확해지는 나라가 되면 좋겠고 그걸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를 넣었어요. 경제영역에서 중요한 건 평등이에요. 그동안 너무 불평등했잖아요. 그래서 어떻게 우리 경제가 평등으로 나아갈지 주요 정책을 모았어요.

세 번째 한반도에서 중요한 건 평화와 통일의 문제거든요. 지금 적대적인 관계가 너무 심해요. 소설 <광장>의 작가 최인훈씨는 '전쟁의 시작을 강조하는 건 증오 때문이고, 전쟁의 끝을 기억하는 이유는 화해를 위해서다'라고 했죠.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은 북한이 남침해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인 6.25를 중요시해요. 

그러나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날인 11월 11일을 중요시해요. 끝난 날을 기념함으로 화해와 치유의 길을 걷고 있는 거예요. 물론 우리는 종전협정을 한 적이 없기에 전쟁이 아직 확실히 끝나지 않았어요. 그러나 휴전협정일조차도 기억 못 해요. 이게 한반도의 아픔이고 슬픔이에요.

네 번째 영역은 자연입니다. 거기에 생태환경이란 이름을 붙인 것은 자연환경을 더 이상 인간의 끝없는 탐욕 충족을 위한 정복대상으로 삼지 말자는 겁니다.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태계 일부로 생각해서 잘 보존해 지켜내자는 것이죠."

- 지난주 각 당의 대선 후보가 결정되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촛불 민심을 받들지가 아니라 서로의 자녀 문제로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데.
"물론 네거티브 캠페인은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이란 아무런 사실적 근거가 없는 루머 수준의 스토리를 사실인 양, 단지 상대방을 흠집 내기 위해, 퍼뜨리는 행동입니다. 그런 건 안 되죠.

그러나 네거티브 캠페인과 유사해 보이지만 아닌 것도 있어요. 상대에 대한 철저한 검증활동입니다. 이건 해야 합니다. 예컨대 부동산 계약을 할 때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는지 여부, 자녀가 취업에 있어 특혜를 받도록 누구에겐가 청탁했거나 압박을 가했는지 아닌지,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면서 양도세를 안 내려고 위법 혹은 편법 행위를 했는지 아닌지 등은 후보의 인물됨을 검증하기 위해 확인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거든요.

상대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를 검증하기 위해서 의혹을 제기하고, 상대의 분명한 설명을 촉구하는 것까지 네거티브 캠페인으로 몰아가면 안 되죠. 문제는 자기가 하면 인물 검증이고 남이 하면 네거티브캠페인이라고 우기는 데 있죠."

- 현재는 어떻게 보세요?
"네거티브캠페인과 인물 검증이 묘하게 섞여 있지 않나 하는 우려가 좀 있습니다. 문제는 최측근이나 지지자들이 네거티브 캠페인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결국 그것도 후보자의 책임이라고 봅니다. 측근이나 지지자를 적절하게 통제할 줄 아는 것도 후보자의 리더십이거든요. 그게 부족하면 후보자의 인물됨에서 점수가 깎이는 거죠. 지지자가 한 것일 뿐이라는 식으로 넘어가는 건 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닙니다."

"부패권력에 빌붙었던 인물군이 바뀌어야"

박득훈 새암교회 목사
 박득훈 새암교회 목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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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촛불 민심을 받드는 것일까요?
"크게 두 가지로 봅니다. 하나는 국민주권을 확립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정치인이 대통령에 당선돼야 해요. 그럴듯하게 국민을 위하는 척하지만, 사실상은 국민을 등에 업고 자기 부를 축적하고 권력을 휘두르려 하는 사람은 철저히 배제시켜야 합니다. 실지로 우리 사회의 좋은 자원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나라 정책을 이끌어가려고 노력하는 이가 대통령이 될 때 촛불 민심을 받드는 거죠.

둘째, 적폐를 청산해야 해요. 적폐란 건 축적되어온 폐해잖아요. 거기엔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인물군이고 다른 하나는 제도입니다. 대통령을 선출할 때 사실 한 사람만 선출하는 게 아니고, 그가 직간접으로 임명하는 3만 명 이상의 소위 고위층 인사를 뽑는 것이거든요. 그들은 사회 구석구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립니다.

그동안 부패권력에 빌붙어 공조했던 인물군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 핵심엔 부패검찰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게 안 되면 적폐청산이 거의 불가능해지죠. 부패한 엘리트집단을 청산할 수 있는 사람이 촛불 민심을 이어가는 거죠.

그리고 잘못된 제도를 바꿔야 해요. 그동안 잘못된 제도가 너무 많아요. 소수의 기득권층에게만 이로운 제도들, 다양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청년들, 여성들, 장애인들, 성 소수자들에겐 불리한 제도가 너무 많아요. 그런 제도를 청산하고 새로운 제도를 구축해가는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이어가는 대통령이죠."

- 앞으로 계획이 궁금합니다.
"할 일이 많죠. 일단 앞서 소개해드린 소책자,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나라>를 열심히 기독교인들에게 배포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다양한 인터뷰에 응하고 지방 순회강연, 집담회, 그리고 방송 좌담회 등을 열어보려고 하고요. 가능하면 기독교인이 많이 모이는 장소, 특히 대형교회 앞에서 주일 오후 거리강연도 해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목사가 선거법 위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모니터링을 철저히 해서 그런 일 못 하도록 경고해야죠. 그리고 투표 당일 개표참관을 할 수 있도록 교인들을 모집하고 교육시키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태그:#박득훈, #정의평화 기독교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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