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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곳곳에서 꽃이 피고, 햇살이 눈부시게 밝은 4월이다. 주말이면 꽃이 피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중고등학생은 주말에도 학원을 들락거리느라 바쁘다. 4월 말에서 5월 초까지 대부분의 학교에서 중간고사를 치르기 때문이다. 학생은 수치화되는 성적 외의 활동은 관심도 없고, 생각조차 하지 않을 지경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그렇다는 것은 억지스럽지만 모든 학생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누군가는 반문할 수 있다. 지난 촛불 시국에 수많은 학생 스스로 거리로 뛰어나와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었다고. 물론 사실이다. 그러나 오롯이 학생 개별적으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 부모의 관심, 친구의 관심이 생각과 행동을 독려했다고 본다. 다시 말해 올바른 가치에 대한 동조 현상이다. 학생 촛불 집회 참여를 동조 현상으로 폄하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청소년, 성인 등 많은 사람은 동조효과를 경험해봤고, 또는 주도해봤을 것이다. 동조 효과도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촛불 집회의 일을 보면 동조 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온당치 못한 가치에 대한 동조는 어떤가? 촛불 집회 반대에 서있는 모습을 볼 때 그 동조현상은 끔찍한 모습으로 태어난다. 개별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능력이 바로 서야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왼쪽부터 발표자와 경청하고 있는 이옥수 작가
▲ 순천연향도서관 청소년 인문학학교 왼쪽부터 발표자와 경청하고 있는 이옥수 작가
ⓒ 황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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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그 많은 학생이 위험한 상황에서 왜 빠져나오지 못했을까요? 배가 기울어져가는 상황에서 무조건 나와야겠다고 생각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선장이 나오지 말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닙니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 학생들이 잘못했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교육이 스스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박탈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4월 15일, 순천연향도서관에서 150여명의 학생, 학부모, 교사 앞에서 '이옥수' 작가는 이처럼 이야기를 시작했다. 모두 학원 주말 보강에 바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꽤 많은 학생이 도서관 인문학 강좌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옥수 작가는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와 열등감에서 빠져나온 경험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통해 학생들의 공감을 불렀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시간을 이끌었다.

풍덕중학교 3학년 여학생은 자신이 애니메이션 '오타쿠'라며 오타쿠에 대한 생각을 물었고, 매산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은 오타쿠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며 위로했다. 학생이 질문하고 학생이 위안과 답변을 주는 묘한 환경에 놀라웠다.

순천신흥중학교 2학년 강지우 학생은 "책도 잘 읽고 싶고, 글도, 말도 잘하고 싶은 데 방법을 모르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에 대해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갖지 말고, 천천히 하나씩 해결하자며 파이팅을 외쳤다.

제일고등학교 1학년 이하린 학생은 꿈꿨던 예고 진학이 좌절되고,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피아노에 대한 꿈을 이제는 포기해야할 것 같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눈물이 곧 쏟아질 것 같은 표정에 많은 학생이 위로와 용기를 주는 말을 전했고, 박수를 보냈다.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20여 명의 학생들이 발언을 했다. 마지막으로 삼산중학교 학생의 학부모는 오늘과 같은 용기, 열정 등이 전체적인 교육 현장에 뿌리내리면 좋겠다고 했으며, 오늘(15일) 저녁 7시 30분 조례호수공원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가 있음을 말했다. 곧바로 많은 학생이 추모의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행동을 보여주었다.

순천신흥중학교 리본 정원 사진(참고 사진, 본 기사와 무관함)
▲ 세월호 리본 순천신흥중학교 리본 정원 사진(참고 사진, 본 기사와 무관함)
ⓒ 황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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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된 이옥수 작가의 말처럼 인문학은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공부다. 친구와 길을 걷다가 혼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는 것이 아니라 친구의 것도 함께 사서 나눠 먹을 수 있는 것이 인문학이라며 사람답게 살기 위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자는 다짐으로 2017년 첫 번째 인문학학교를 매조졌다.

인문학학교에 참가한 순천신흥중학교 2학년 최예슬 학생은 "독서동아리에 들어와서 좋은 일이 참 많았습니다. 오늘은 이옥수 작가님의 강의를 듣고 인문학도 배우고 작가님의 인생 조언을 들으면서 슬프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반성하기도 하면서 사인도 받고 책에서는 알 수 없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강의를 듣고 국밥을 먹으니 정말로 꿀맛 같았습니다. 오늘은 비록 질문을 못해서 제자신이 속상했지만 5월에 있는 강의에서는 꼭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자신감을 키워 나가겠습니다"라며 소감을 남겼다.

시험기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발길로 꽉 들어찬 인문학학교는 순천연향도서관에서 매월 셋째 주 토요일에 주제를 달리하며 진행된다. 일방적인 작가의 강연이 아닌 주제별로 학교 독서동아리원이 발제와 토론을 진행하며 이루어진다.

2회차는 5월 20일, '발표의 신'이라는 주제로 박효정 작가를 모시고, 순천신흥중학교 독서동아리의 프레젠테이션으로 시작한다. 학생의 생각하는 힘, 말하는 힘, 행동하는 힘이 길러지는 곳에서 성장하는 학생이라면 주변을 돌아보며 꽃이 피고 지는 모습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태그:#순천연향도서관, #인문학학교, #순천신흥중, #사서교사, #이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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