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는 2017년 기준 최저시급인 6470원 이상을 후원한 후원자들 중 추첨된 총 3명의 지급 대상자에게 6개월 동안 매달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마지막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추첨이 지난 3월 29일로 끝이 났다.

추첨이 끝난 현재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크로스핏'이라는 운동 코치를 하는 장경춘씨, 대전에서 잡지 'BOSHU('보라'는 뜻의 충청도 방언, 이하 보슈)' 에디터로 활동하는 김다영씨, 대전보건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가람씨. 총 3명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고 있다. 
50만원이라는 돈이 지급대상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다줬을지, '대전 기본소득 실험, 띄어쓰기 프로젝트(이하 띄어쓰기 프로젝트)'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3인을 만나봤다.


왼쪽부터 김가람씨, 장경춘씨, 김다영씨
▲ 띄어쓰기 프로젝트 지급대상자 3인을 만나다. 왼쪽부터 김가람씨, 장경춘씨, 김다영씨
ⓒ 김채윤

관련사진보기


- 50만원을 받고 어떻게 지내셨어요?
김가람(이하 가) : "걱정이 하나 줄어서 그런지 표정이 좋아졌다고 다들 그러더라구요. 전에는 자기 전에도 돈에 대해서 생각하고 괜히 걱정했었는데, 그게 사라졌어요. 일본 여행가는 게 소원이었는데, 취업하면 가기 어려워질 테니까…. 졸업하기 전에 꼭 가고 싶었어요. 기본소득을 받은 김에 이번에 가려고 계획 중이에요. 그래서 30만원은 저금하고, 20만원은 생활비로 쓰면서 지내고 있어요."

김다영(이하 다) : "가계부를 다시 쓰기 시작했어요. 전에는 어차피 없는 돈에서 쓰니까 짜증나서 가계부 쓰기가 싫었는데 돈이 생기니까 쓰게 되더라구요. 어제 친구를 만났는데 너 요즘 왜 이렇게 좋아 보이냐고 하는 거예요.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왜 좋아 보일까 생각했는데, 아마 기본소득 덕분에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 것 같아요."

장경춘(이하 경) : "저는 한달에 이십만 원 정도 운동에 투자했어요. 기존에는 운동을 배우러 갈 때 부모님께 다만 얼마라도 도움을 받아왔는데, 기본소득 덕분에 그렇지 않으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시죠. 기존에는 돌려막기식으로 소비를 했어요. 운동을 해야 되니까 먹어야 하고, 먹는 데 돈이 많이 드니까 다른사람에게 얻어먹고, 어머니에게 식비를 달라고 하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압박이 사라졌어요."

- 50만원을 주로 어디에 쓰셨어요? 혹은 어디에 쓸 계획이에요?
가 : "여행 가는거 되게 좋아해요. 그래서 아끼면 여행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여행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어요. 매일 같은 일상은 답답하잖아요."

경 : "저도 돈을 모아서 여행을 가면 진짜 좋을 텐데, 50만원이 그 정도로 여유있는 금액은 아니긴 해요. 그래서 일상에서 스트레스 푸는 데 쓰고 있어요. 카페에서 멍 때리면서 커피 마시는 일, 큰 사이즈 커피 시켜서 쉬는 일 같은 일상적인 일에요. 작은 사이즈 커피가 아니라 큰 사이트 커피를 시키고 느끼는 쾌감이 있다고 해야 하나. 어떻게 보면 고민의 질이 달라진 거죠."

가 : "저도 원래 먹는거 좋아하고 잘먹는데…. 돈이 생기니까 지나가다 토스트 먹어볼까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어요. 경춘씨가 말씀해주신 것처럼 고를 수 있는 자유가 생긴 것 같아요."

다 : "맞아요. 저는 바로 수업 끝나고 하고 있는 활동 회의를 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시간이 애매하게 남다 보니까 대충 사먹어야 해요. 그래서 예전에는 800원짜리 삼각김밥을 주로 사먹었어요. 그런데 기본소득 받고나서는 토스트 집에 가서 치즈랑, 베이컨이랑 들어있는 토스트를 사먹어요. 맛집 찾아다니는것도 되게 좋아해요. 특히 정성 들여 요리하는 곳에 가는 걸 되게 좋아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어제는 대흥동에 있는 분위기 좋고, 음식도 정성 들여서 나오는 식당에 갔어요. 벼르고 벼르다가 이번 기회에 가본 거예요."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3인과 함께 좌담을 진행하고 있다.
▲ 좌담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3인과 함께 좌담을 진행하고 있다.
ⓒ 김채윤

관련사진보기


- 50만원씩 지급받고 나서, 혹시 기본소득에 대한 생각이 변화된 부분이 있나요?
다 : "기본소득에 대해서 원래 지지했어요. 원래는 금액면에서 그냥 최소한 보조할 만큼만 주어지면 충분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받아보고 나니까 한달 보조할 정도가 아니라 충분하게 한달 생활이 가능할 만큼 주어지면 좋을 것 같아요. 50만원 받아봤는데도 생각보다 쓸 수 있는 곳이 많더라구요. 만약 150만원이 주어지면 훨씬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경 : "저도 기본소득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이에요. 그래서 이재명 시장을 지지했었어요. 이제는 공공재처럼 소득을 나눠줘야 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기본소득이 필연적으로 도입될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많잖아요. 기본소득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당연하게 도입될 것 같아요. 마치 공중화장실이 동네마다 있는 것처럼요. 힘들어도 밥 먹고 사는 걱정은 안하게 해야 맞는 거 아닌가 싶어요. 복지로 이런저런 혜택을 주는 것도 결국 돈인데, 왜 돈을 주는 것만은 안 되냐는 거죠."

다 :  "전에 학교 수업에서 청년수당에 대해 친구가 발표한 적 있어요. 발표를 듣고 지금도 장학제도도 있는데 왜 청년수당이 필요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발표 끝나고 질문을 했어요. 그때 친구가 그런 것들은 '대학생'들만 받을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해 주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어요. 내가 생각한 청년은 '대학생'에 한정적이었구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사각지대의 사람들도 있는데 고려를 못했던 거죠. 기본소득이 있으면 우리가 평소에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갈 것 같아요."

- 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돈이 들어오면 일을 안하게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다 : "돈을 벌기 위한 일을 안하겠죠. 본인이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할 테니까."

가 : "저도 원래 돈을 많이 주면 나태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닌 것 같아요. 음식점도 손님이 있어야 돌아가잖아요. 돈이 있어야 소비도 하고. 순환이 되지 않을까요."

- 돈을 벌고 싶으면 일을 하라고 말하는 사람도 많아요.
가 : "맞아요. 친구들이랑 밴드활동하는데, 사람들이 그래요. 사는 게 먼저 아니냐고. 밴드활동 그만두고 알바를 하라고 많이 조언해주세요. 근데 제가 학교에서 실습하고 학과공부하고 그러다보면 재밌거나 유쾌한 하루가 아니에요. 그나마 친구들이랑 있는게 활력이고 일주일 위안인데 알바 때문에 그걸 포기하고 싶진 않았어요. "

다 : "저한테는 'BOSHU'라는 잡지 만드는 활동이 가람씨가 하는 밴드활동이랑 비슷해요. 안하면 내가 그 시간에 알바 더 할 수 있죠. 근데 하고싶어서 하고 있어요. 기본소득이 이런 활동을 여유롭게 할 수 있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요."

가 : "저는 처음 기본소득을 받았을 때, 일해서 번 돈이 아니라 쓰면 안될 거 같고 내께 아닌 거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우리나라가 일하지 않아도 돈을 받는 거에 대해서 되게 어색한 분위기인 것 같아요. 유난히 일하지 않고 놀면 안된다라는 마인드가 너무 강한거 같아요. 기본소득을 받고 나서 주변에서 기본소득에 대해서 많이 물어봐요. 대부분 '왜 이유 없이 돈을 줘'라고 묻더라구요. 그런 물음을 받을 때마다 생각해요. 오히려 제가 밥먹는데 고민하고 이러는게 이상한 거잖아요. 먹고 살아가는 건 지극히 당연한건데, 사회가 당연하지 않은것처럼 인식하게 만드는 거 같아요. '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게 하는 거예요."

경 : "못 먹으면 죽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생명은 유지할 수 있어야죠. 미친 듯 노력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도 있고. 움직이고 싶어도 못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거고. 기본소득 있었으면 '송파 세모녀 사건' 같은 비극적인 일이 없었을 수도 있잖아요. 기본소득이 주어지면 지금보다 일을 안하고 노는 사람이 적어질 것 같아요. 지금은 강제적으로 놀거나 무기력에 빠져서 노는 사람이 많잖아요."

장경춘씨가 좌담에 참여하고 있다.
▲ 1번째 띄어쓰기 프로젝트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장경춘씨 장경춘씨가 좌담에 참여하고 있다.
ⓒ 김채윤

관련사진보기


김다영씨가 좌담에 참여하고 있다.
▲ 2번째 띄어쓰기 프로젝트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김다영씨 김다영씨가 좌담에 참여하고 있다.
ⓒ 김채윤

관련사진보기


김가람씨가 좌담에 참여하고 있다.
▲ 3번째 띄어쓰기 프로젝트 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김가람씨 김가람씨가 좌담에 참여하고 있다.
ⓒ 김채윤

관련사진보기


- 실례되는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세분이 지지하는 대선 후보가 있나요?
다 : "아직 후보들 공약을 자세히 보지 않았어요. 그래서 여러 정보를 얻은 다음에 지지하는 후보를 선택할 것 같아요. 공약을 볼 때는 복지 위주로 볼 거 같아요. 요즘 기본소득이 이슈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하는지도 주의 깊게 볼 것 같아요. 청년 정책에 대해서도 관심있게 볼 거 같아요."

경 : "저는 기본소득을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중요하게 볼 것 같아요. 그 외에도 하나하나 뜯어보면 박근헤 사면 문제라거나 그런 부분을 볼 것 같아요. 이재명 시장이 경선에서 떨어졌으니까, 현재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고 있어요. 전 소신 투표를 할 것 같아요. 사회에는 변화가 필요하잖아요."

다 : "저도 제 3당이 뽑혔으면 좋겠어요."

경 : "상식적인 애길 하고 있는 건데…. '합리적'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면서 '비상식'적으로 정치활동하는 사람들이랑 타협을 하는 건 잘못된 것 같아요. 오히려 상식을 말하는 사람이 지지를 못 받는 상황이 답답해요."

- 마지막으로 50만원씩, 6개월 동안 지급되는 기본소득이 여러분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경 : "기본소득이 충분해서 인생을 바꿀수 있으면 정말 좋죠. 다르게 살 수 있는 연료가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가 : "기본소득이 제 삶에 큰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6개월의 시간이 기술직 일에 대입해보면 노하우가 생기는 시간이잖아요. 조금씩 쓰다보면 다른 삶에 대한 노하우가 생길 것 같아요."

다 : "금액으로 보면 엄청 큰 돈은 아니지만, 이런 경험을 했다는 것 자체가 앞으로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 같아요. 바나나를 안 먹어보고 노랗다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바나나를 먹어본 사람이 이야기하는 바나나는 다르잖아요. 그래서 기본소득 실험이 저한테 물꼬를 틔워준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삶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물꼬."

먹고 사는 게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앞으로 3명의 지급 대상자에게 어떤 상상을 가능하게 만들어줄까. 띄어쓰기 프로젝트 팀은 기본소득 지급이 끝나는 달까지 매달 지급 대상자들이 겪는 변화를 들어 볼 예정이다.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 및 프로젝트와 관련된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biforyouko)를 통해 알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기본소득 네트워크에 가입하고 싶다면?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회원가입 링크
http://v3.ngocms.co.kr/system/member_signup/join_option_select_03.html?id=hvabikn0



태그:#기본소득, #기본소득 프로젝트, #띄어쓰기 프로젝트, #기본소득 네트워크, #기본소득 실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