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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민단체인 '아름다운 배움 행복한 공부연구소' 박재원 소장이 최근 출간된 만화 <여중생A>의 서평을 보내와 싣는다. [편집자말]
 <여중생A> 표지.
 <여중생A> 표지.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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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떠올랐다. 진상도 낱낱이 함께 떠오르기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세월호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아픔은 이제 영원히 소멸되기를 소망한다. 신간 만화 <여중생A>(허5파6 지음, 비아북)를 읽으면서 세월호에 탔던 단원고 생존학생들의 얘기가 생각났다.

우연한 기회에 세월호 생존학생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간 많은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지냈는데 얼마 전 <한겨레 21> 기사를 보고 이제는 말해도 되겠지, 판단했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의뢰를 받고 단원고 생존학생 19명과 학부모 21명을 만나 '단원고 학생 생존자 및 가족 대상 실태 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다. 세월호 참사도 말이 안 되지만 그 이후에 벌어진 일도 정말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인터뷰 내용의 한 대목을 옮긴다.

질문 : 희망적 사례는 없나.
답변 : 단원고에 상주하며 학생들의 심리 상담을 한 스쿨닥터(정신과 의사)와 '아름다운배움'이라는 대학생 단체가 도움이 됐다. '아름다운 배움'은 멋진 프로그램을 짜오거나 생존학생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해야겠다는 강박을 갖지 않았다. 단지 생존학생들과 함께 놀고 치킨과 피자를 먹으면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마음을 터놓기 시작했다. 고민 상담도 했다. 모두 공통점이 있다. 학생들을 채근하지 않고 오랫동안 신뢰를 쌓아 왔으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충분한 신뢰를 쌓기도 전에 '어떤 상처인지 입 밖으로 말해야 트라우마가 극복된다'며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네가 필요할 땐 언제나 곁에 있겠다'며 기다려 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한겨레 21>, 2017년 1월 10일자)

 <여중생A> 중에서
 <여중생A> 중에서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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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A> 중에서
 <여중생A>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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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에 시달리는 모든 A를 위하여

<여중생A>는 아버지로부터 폭력에 시달리고, 학교에서 따돌림과 놀림을 받는 현실에 적응한, 그래서 인터넷의 세계로, 자신의 내부로 도피해 버린 주인공 장미래가 자신의 트라우마인 '가족'과 '학교'에서 벗어나 '자존감'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 수작이다.

3권까지 장미래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한달음에 읽고,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해 웹툰으로 연재 중인 작품의 댓글들을 읽어보았다. 미래 또래의 청소년들뿐만 아니라 이미 성인이 된 독자들의 댓글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가정과 학교에서 행해진 폭력, 그리고 따돌림이 성인이 돼서도 트라우마가 되어 그들을 괴롭혔다는 내용이었다. 이 작품으로 비로소 위로가 되었고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게 되었다는 글들을 읽으며 마음이 짠해졌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사회적 트라우마에 시달린 단원고의 생존학생과 장미래의 트라우마가 성격은 다르지만 그 본질은 같다. 지금 우리나라 청소년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고 한다. 현상에는 동의하지만 진단과 처방에는 대체로 반대한다. 특히 중2병이라는 말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고 판단된다. 인간의 정상적인 성장 발달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심각한 문제로 몰고 가는 저의를 묻고 싶다.

결국 성장 환경의 심각한 파괴라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청소년들에게 모두 전가하는 것이 분명하다. 사회적 약자를 온갖 빌미를 대며 희생양으로 삼는 우리 사회의 후진성과 연결된다고 믿는다. 또한 관련 전문가의 이해관계에 크게 영향받는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전문가들의 개입이 없으면 해결하기 어렵다고 사회가 공인한 문제를 우리 청소년이 갖고 있다는 전제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여중생A> 중에서
 <여중생A> 중에서
ⓒ 비아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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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A>는 "당대를 드러내고 위로하는 작품"

<여중생A>는 청소년 전문가의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미쳤다.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진단과 처방 시스템의 맹점을 <여중생A>는 고발하는 것이 아닐까? 세월호 생존학생들의 마음에 접속하기 위해, 존중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알게 된 것들과 비슷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사람의 마음이 스며들어 있지 않은 진단과 처방 시스템을 사용하기 전에 사람으로서 먼저 느껴야 할 것들이라고 판단한다.

또한 질풍노도의 시기를 거치고 있는 청소년을 지도하는 교사나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에도 꼭 장착되어 있어야 할 소중한 기록물이라고 생각한다. <여중생A>를 보기 전과 후, 전문가와 교사 그리고 부모의 마음은 분명 다르리라. 2016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이 작품의 심사평이 의미심장하다.

"가장 간단한 그림으로 당대를 드러내고, 위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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