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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이 되어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잠시 착각했다. 얼굴을 다시 확인해야 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현장인 건가 확인을 거듭해야 했다. 하지만 영상 속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분명 '국민의당 안철수'가 선명히 적힌 녹색 점퍼를 입고 있었다. 2017년 조기 대선 유세현장 속 박지원 대표의 일성이 분명했다. 한데, 하필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첫날 "안철수"를 "문재인"으로 바꿔 부르는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이다.

박 대표의 말실수가 담긴 이 영상은 17일 오후부터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기'를 끌었다. 이날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출정식에서 안철수 후보 지지연설에 나선 박지원 대표의 짧은 영상이었다. 이날 지역 매체인 <광주드림> 역시 이에 대해 <문재인 저격하던 박지원, "문재인 대통령 돼야?" 실수>라고 보도했다. 

17일 <광주드림>에 따르면, 박 대표는 문 후보를 겨냥해 대통령 자격 미달 요소를 열거하던 중 "문재인이 되어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라고 잘못 말했고,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이 먼저 당황해서 "안철수"를 외치자 박 대표는 곧장 수습에 나섰다. 그는 "안철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제가 일부러 한번 실수를 해 봤습니다"라는 농담으로 마무리했다.

이날 박 대표는 전후 연설에서 "안철수가 되어야"와 "문재인 안 됩니다"를 반복했고, 그 와중에 "안철수"와 "문재인"을 혼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턴가 오매불망 '문모닝', '문이브닝'을 외치는 국민의당과 박지원 대표의 무의식 발로였을까. 박 대표는 이날 밤에도 페이스북에 안 후보와 문 후보를 비교하는 글을 적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문재인 후보께서 '영남의 지지로 당선되면 박정희 대통령도 웃으실 것'이라 발언했습니다. 문 후보가 적폐세력이라고 비난하던 적폐세력, 적폐세력과 손잡는다고 안철수 후보를 비난하던 말은 어디로 갔습니까. 중도보수세력에게 손 내밀던 말씀이 자꾸 진화합니다. 그래도 '문재인은 안된다'는 이 파도를 막을 수 없습니다. 말 바꾸기 전문가 되면 신뢰성을 잃습니다."

"문재인이 되어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19대 대통령 선거운동일 첫날인 17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앞 유세에 앞서 좨숙의원, 박지원당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19대 대통령 선거운동일 첫날인 17일 오후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 앞 유세에 앞서 박지원 당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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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 선거 유세에 나선 박 대표는 이날 하루도 특유의 '문재인 사랑'을 과시했다. 박지원 대표는 특히 "문재인 후보는 부산 기장에 있는 800여 평 그 집 내역을 공개하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를 두고 조국 서울대 교수와 소셜미디어상에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국 교수는 18일 오전 박 대표의 문재인 후보의 "기장 집" 내역 공개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박지원, 문재인의 "기장 800평 집" 밝히라고 주장. 급하셨다.
1. 문제의 집은 '기장'이 아니라 '양산'에 있다. '기장'은 해운대 옆 바닷가 쪽이고, 문재인 집은 '양산'의 산속에 있다.
2. 집은 재산공개목록에 들어있다.
3. 호화주택이 아니라 산속 외딴곳에 있는 전형적인 전원주택이다. 박 대표께서 직접 방문해보시길 바란다.

그러자 1시간 뒤, 박 대표가 "제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 중의 한 분이신 조국 교수님께서 드디어 저를 비난하시고 나섰네요"라며 "급하고 초조한 것 같습니다"고 맞받았다. 과거 문 후보의 말실수를 거론하며 "저나 문 후보나 말을 하면서 실수할 수 있지만 치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며 "그러나 실수는 고치면 됩니다"라고 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제가 문재인 후보 양산 800평 집을 공개하라 요구하는 광주 연설에서 기장이라 했다는 것입니다. 제가 잘못 말한 것은 사실이기에 바로 기자들께 바로잡았고 연설 요약문도 그렇게 발표했습니다. (저는) 문재인 후보가 (일전에) 유시민 후보, 이재명 부회장이라 한 것을 꼬집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문 후보는 정정도 안 했습니다. 저나 문 후보나 말을 하면서 실수할 수 있지만, 치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실수는 고치면 됩니다.

저는 늘 왜 안철수 캠프에는 존경받는 조국 교수처럼 시도 때도 없이 명문의 글을 올리시는 교수가 없느냐고 부러워합니다. 양산이 벽촌이라도 상식적으로 800평 집이면 큰 집입니다. 그리고 그 구입과정에 의혹이 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조국 교수님! 우리 모두 최선 다 해 승리해서 만나길 바랍니다."

"퀴리 부인 부부한테도 1+1 노벨상 수상이라 할 문재인 캠프"

국민의당과 박지원 대표의 '문재인 사랑'은 비단 일부 종편 토크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였던 '문모닝'과 '문이브닝'에 그치지 않는다. 선거전이 과열되면서 상대 후보 관련 논평을 쏟아내는 건 납득 가능하다. 국민의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 '문재인', '안철수' 관련 논평을 쏟아내는 건 대동소이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친 폭로전이나 일반인의 실명까지 들먹이는 건 문제의 소지가 다분하다.

17일 국민의당 공명선거추진단 이용주 단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문준용(응시번호 138번)과 함께 부정채용 의혹 받는 응시번호 139번은 '김OO'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2006년 12월 고용정보원 일반직 5급으로 채용된 9명 중 7명은 모두 내부 비정규직이었습니다"라며 "그런데 응시번호 138번 문준용과 응시번호 139번 김OO만 유일하게 외부응시자로 채용되었습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 측이 문준용씨의 부정채용 의혹을 덮으려 단독채용이 아니라 외부응시자 2명이 채용되었다는 것을 강조했고, 그 중 '단독채용'이라는 표현 자체를 문제 삼아 선관위에 허위사실로 단속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139번 김OO씨의 이름은 물론 학력 등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노출했다. 일각에서 의혹 제기를 위해 개인 신상정보까지 언론에 노출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일기에 충분했다.  

다소 과한 비유로 비아냥을 산 경우도 있었다. 지난 16일 국민의당 중앙선대위 장진영 대변인은 "퀴리부인 부부한테도 1+1 노벨상 수상이라 할 문재인 캠프의 저질스러운 수준"이라는 논평을 통해 안 후보와 아내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1+1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반박했다.

장 대변인은 이와 관련 "1903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마리 퀴리, 피에르 퀴리 부부도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 함께 재직 중에 노벨상을 받았다"며 "문재인 후보 측의 저질 색안경이라면 퀴리 부부의 노벨상도 1+1 수상한 것으로 몰고 남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 정준길 대변인은 "국민의당의 '퀴리 부부' 논평, 못 말리는 중증 왕자병이다"라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안철수 선택해 달라"던 김무성과 박지원의 '문재인 사랑'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보고대회 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 보고대회에서 안철수 대선후보,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보고대회 6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완전국민경선 보고대회에서 안철수 대선후보, 박지원 대표, 주승용 원내대표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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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만한 인물은 많이 있지만, 이준석 만한 인물은 제가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 안철수를 선택해주시기를... "

작년 4월 8일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4.13 총선 선거 유세 당시 한 말실수가 큰 화제가 됐다.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이준석 후보 지원 유세에서 상대 후보인 "안철수 후보를 선택해 달라"고 한 것이다.

이 말실수는 선거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이라 더 큰 화제가 됐다. 다음날 김무성 대표는 선거유세 도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란 말실수로 연이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에도 '프로이트의 말실수' 이론까지 등장하며 김 대표의 "무의식의 발로" 아닌가 하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분석들이 적지 않았었다.

박지원 대표의 경우는 어떠할까.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당선을 위해 뛰었던 경험이 남아있어서일까. 아니면, 이른바 '문모닝'의 폐해인가. 작년 김무성 의원의 경우, 피로가 쌓일 수밖에 없는 유세 막판에 벌어진 실수였다. 하지만 공식 선거 운동 첫날 벌어진 박지원 대표의 말실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유권자들이 가지는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네거티브'한 감정이 도에 달한 시점이다. 검증과 네거티브는 분명 다르다는 점 또한 2017년의 똑똑한 유권자들은 이미 견지하고 있다. '문모닝'과 '문이브닝'에 대한 반응 역시 갈수록 싸늘해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원하는 정책 선거, 클린한 선거를 위해서라도 이제는 자제할 때다. "문재인이 DJ를 골로 보냈다"와 같은 발언으로 대표되는 박지원 대표의 '문재인 사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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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지원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하성태의 사이드뷰' 연재. '어느 자유주의자의 기록'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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