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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두 아이가 문득 어디론가 사라졌다 싶더니 뒤꼍에서 까르르 소리가 퍼집니다. 두 아이가 무엇을 하기에 뒤꼍에서 저렇게 웃으며 노는가 싶어 궁금합니다. 슬금슬금 뒤꼍으로 가 봅니다.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우리 집 뒤꼍 감나무를 타고 놉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작은아이는 이 감나무를 못 탔어요. 작은아이는 지난해까지 누나를 올려다보면서 낑낑거렸습니다. 저도 나무를 타고 싶다고, 저도 올려 달라고 했지요.

나무를 타는 두 아이.
 나무를 타는 두 아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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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감나무에 새잎이 안 돋던 지난주. 작은아이는 일곱 해 만에 나무타기를 해냅니다.
 아직 감나무에 새잎이 안 돋던 지난주. 작은아이는 일곱 해 만에 나무타기를 해냅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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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큰아이도 저도 작은아이를 나무에 올려 주지 않았습니다. 작은아이가 스스로 아귀힘이랑 다리힘을 길러서 나무를 탈 때까지 '나무를 못 탈 뿐이지' 하고 여겼어요.

올봄 드디어 작은아이가 아귀랑 다리에 힘을 붙여 누나 못지않게 나무를 붙잡고 오릅니다. 오로지 제 힘으로 감나무를 타고 오른 작은아이는 싱글벙글 웃음꽃이 핍니다. 감나무는 두 아이 웃음꽃을 받아들이면서 새잎을 틔워요. 더욱 튼튼하게, 더욱 단단하게, 더욱 싱그럽게 우리 집 뒤꼍을 지켜 주는 감나무입니다.

나무에 디딘 아이들 발
 나무에 디딘 아이들 발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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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오래 타서 다리에 힘이 풀리니 슬슬 밑으로 내려옵니다.
 나무를 오래 타서 다리에 힘이 풀리니 슬슬 밑으로 내려옵니다.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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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봐. 지붕 너머에 우리 집 후박나무가 보여!"
"저기 봐. 모과나무가 아주 많이 컸어. 거의 감나무 키만 해!"
"우와, 여기에서 우리 도서관이 보여!"

사월이 무르익는 봄날 감나무를 타며 노는 아이들 말소리에서는 !가 꼭 붙습니다. 나무를 타며 높은 데에서 둘러보고 내려다보니 모두 달라 보이나 봐요. 아버지는 저 밑에 있습니다. 구름하고 한결 가까워집니다. 하늘을 나는 새가 부럽지 않습니다. 감나무를 타고 높이 올라가서 맞이하는 바람은 매우 시원하고 싱그럽습니다.

앞으로 이 나무가 더 크게 자라서 아이들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기를 빌어 봅니다. 쉰 해 뒤에도 백 해 뒤에도 새로운 아이들이 우람한 감나무를 타고 오르면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싱그러이 봄바람을 쐴 수 있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큰아이는 틈만 나면 나무에 멋지게 오릅니다. 감잎이 새로 돋으며 한결 싱그러운 사월 봄날.
 큰아이는 틈만 나면 나무에 멋지게 오릅니다. 감잎이 새로 돋으며 한결 싱그러운 사월 봄날.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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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무척 오랫동안 아이들하고 동무가 되었어요.
 나무는 무척 오랫동안 아이들하고 동무가 되었어요.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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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이맘때 모습. 나무를 타는 누나를 부러워하는 작은아이.
 지난해 이맘때 모습. 나무를 타는 누나를 부러워하는 작은아이.
ⓒ 최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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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태그:#시골노래, #시골살이, #고흥, #삶노래, #아이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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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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