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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바늘로 살갗을 찌르는 고통이 만만찮은 데다, 한번 새긴 타투는 평생 몸에 남는 탓에 사람들은 타투를 쉽게 하지 않는다. 때문에 상당한 고통과 영속성(永續性)을 감수하고 몸에 새긴 타투는 그 사람의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사건일 것이다. 잊고 싶지 않은, 잊어서는 안 되는.

"4월 16일은 내 생일이 아니라 못다 핀 꽃이 하늘로 간 날"

서연우(24)씨가 한 세월호 타투. 양쪽 팔과 왼쪽 다리에 새겼다.
 서연우(24)씨가 한 세월호 타투. 양쪽 팔과 왼쪽 다리에 새겼다.
ⓒ 서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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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서연우(24)씨는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타투를 세 개나 했다. 그의 오른팔 안쪽엔 'Remember 0416'이란 문구와 함께 노란 리본이 새겨져 있다. 왼팔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을 담아 종이비행기 타투를 했고, 왼쪽 발목엔 희생된 학생이 고래를 타고 돌아와 부모님을 만나게 되길 바라는 뜻으로 돌고래 문신을 남겼다.

그는 왜 세월호를 몸에 새겼을까. 서씨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사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참사일인 4월 16일은 그에게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이다. 4월 16일이 생일인 서씨는 3년 전 참사 순간에 생일을 맞아 즐겁게 놀고 있었다고 했다.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보고 마음을 놓았다고도 했다.

"4월 16일이 제 생일이에요. 제 생일이니까 저한테 특별한 날이죠. 그런데 3년 전에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났어요.  제 생일이라 웃고 떠들면서 노느라 그런 일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전원구조 됐다'는 뉴스 보고 '별일 아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사건이 생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죠.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 날 이후 서씨는 더는 생일을 챙기지 않게 됐다. 4월 16일은 자신이 태어난 날이기도 하지만 304명이 참사로 목숨을 잃은 날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1주기부터 생일을 미뤘다. (생일을) 일찍 챙기거나 그다음 날 한다"며 "친구들이 (생일을) 축하해줘도 친구들에게 '내 생일이기도 하지만 못다 핀 꽃들이 하늘로 간 날이니까, 내 생일은 잊고 그 날을 추모하면서 보내자'라고 얘기한다"라고 말했다.

잘 보이는 곳에 타투를 새긴 탓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징그럽다', '취업할 때 문제가 있을 거다'는 말을 들었다는 그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그런 말에) 신경 하나도 안 쓴다. 오히려 (타투를 한 데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며 "세월호는 너무 큰 사건이어서 절대 후회하거나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씨는 '우리 사회가 왜 세월호를 오래도록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어른들이 구하려고 하는 노력을 보였으면 마음이 덜 아팠을 거다. 그런데 구하려고도 안 하고 어떤 원인인지 밝히지도 않고 덮으려고만 했다"라며 "이제는 진실한 사회로 나아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이웅규(34)씨는 오른쪽 팔꿈치에 노란리본 타투를 새겼다.
 이웅규(34)씨는 오른쪽 팔꿈치에 노란리본 타투를 새겼다.
ⓒ 이웅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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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치즈케이크 가게를 운영하는 이웅규(34)씨는 2주 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오른팔 팔꿈치 부분에 타투를 새겼다. 작은 노란색 리본 아래에 '2014.04.16'이라는 참사 날짜를 남겼다. 노란 리본 타투가 있는 오른팔엔 아내의 얼굴과 결혼 날짜, 아이의 이름도 타투로 새겨져 있다. 그의 말처럼 "가족들이 다 있는" 팔에 노란 리본을 함께 새긴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세월호 타투를 했냐'고 물었다.

"국민 마음하고 똑같아요. 다시는 이런 일 안 일어났으면 좋겠고. 잊지 말자고 (국민이) 동참하고 있으니까 나도 그런 마음 잊지 말자는 의미죠. 진상규명을 더 해야 해요. 아직 물속에서 못 건진 9명이 있는데."

세 살배기 아이를 둔 아버지인 그로선 3년 전 세월호 참사의 고통이 생생하게 와 닿을 수밖에 없다. 이씨는 "결혼하고 애를 낳고 살다 보니 자식이 수학여행 불상사를 당한다는 게 굉장히 슬픈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아이 얼굴을 보면 세월호의 아픔이 떠오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가 오늘도 토마토를 따러 차를 타고 선생님들이랑 가더라고요. '가다가 교통사고 나면 어쩌지'란 생각에 유치원에서 견학 가는 것들을 보내기 싫은 생각이 들어요. 세월호 생각이 들면서 불안한 마음이에요. 아무리 내가 운전 잘한다고 해서 사고가 안 나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나라는) 안전과 관련해서 취약해요. 이게 다 정치적인 문제죠. 국정농단 사태같이 정치 윗선이 똑바로 안 하고 사익을 추구하고 있으니까."

참사 3주기를 이틀 앞둔 4월 14일, 그는 어떤 생각이 들까. 이씨는 "'세월호' 하면 '슬프다' '잊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며 "다시는 이런 일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타투,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타투이길"

힙합뮤지션 허클베리피씨는 아내와 함께 세월호를 상징하는 타투를 함께 했다. 허클베리피씨는 리본을, 아내는 종이배를 새겼다.
 힙합뮤지션 허클베리피씨는 아내와 함께 세월호를 상징하는 타투를 함께 했다. 허클베리피씨는 리본을, 아내는 종이배를 새겼다.
ⓒ 허클베리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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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를 몸에 새기며 기억하는 건 유명인도 다르지 않다. 힙합 뮤지션 허클베리피(본명 박상혁)는 세월호 타투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인생 첫 타투는 오른손목 안쪽에 색깔 없이 얇게 그린 세월호 추모 리본 문신이다. 작년 6월 9일 그는 SNS에 '자꾸 까먹는 것 같아 (타투를) 했다'며 '뭔가를 기억하고 추모할 때마다 타투를 새길까 하는데 이 타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글과 함께 타투 사진을 실었다.

15일 '첫 타투를 세월호 리본으로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지난해 개봉한 영화 <업사이드 다운>을 꼽았다. 유가족이 말하는 그 날의 기억과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전문가들의 노력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본 그는 세월호를 몸에 새겨 오래 기억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평소에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가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업사이드 다운>을 보면서 문득 몸에 새겨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죠. 나의 손목엔 리본, 와이프의 손목엔 종이배를 새겼어요."

허클베리피에게 세월호 참사는 고통이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흉터가 아주 진하게 남은 상처"라고 표현했다. 지워지려야 지워질 수 없는 깊은 아픔이란 의미다. 그는 "애도할 사건이 있을 때마다 새겨야겠다는 마음으로 타투를 새겼다"라며 "이 타투가 나의 첫 번째이자 마지막 타투가 되길 바란다"며 세월호 참사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덧붙였다.

참사로부터 1089일이 흐른 지난 9일 세월호는 마침내 땅 위로 올라왔다. 미수습자 수색과 진상규명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는 "관련자 처벌은 당연히 이뤄져야 되겠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모두 알게 되길 기원한다"며 "생존자 친구들이 '살아남아서 죄송합니다'란 말을 더는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이 사건을 둘러싼 여러 잡음이 조속히 사라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태그:#세월호 3주기, #세월호 참사, #세월호, #세월호 타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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