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세월호 참사가 있은 지 어느덧 3년이 지났다. 그날의 참사는 시민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돼 있을까. 22차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에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참가자 206명에게 물었다. ‘나에게 세월호란’ ‘노란 리본은 언제까지 달 것인가’.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온 키워드를 분석했다. 집계를 위해 의미가 비슷한 답변은 한 단어로 묶어 정리했다. [편집자말]
특별취재팀 : 안홍기, 신민정, 신지수 기자, 김도희 인턴 기자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나에게 세월호란?' 주제로 조사한 설문지.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나에게 세월호란?' 주제로 조사한 설문지.
ⓒ 안홍기

관련사진보기




세월호 3주기를 하루 앞둔 토요일, 광화문 광장은 추모의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가슴팍에 배지로 달거나 가방이나 휴대폰에 장식으로 달거나, 대부분 노란 리본을 달았다. '돌아오길 기다린다'는 의미로 시작해 3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추모의 의미가 된 노란 리본. 여전히 마음 한 켠에 세월호를 품고 사는 시민들은 언제쯤 이 노란 리본을 내려놓아도 된다고 생각할까.

이날 광장 민심은 노란 리본을 떼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였다. 세월호 인양이 완료됐지만 갈 길이 멀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진상규명이 될 때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닐 것이라는 응답이 제일 많이(45명) 나왔단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한 응답자는 "지난 3년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진상규명은커녕 지금에서야 세월호가 인양되는 등 진상규명이 더디기만 하다"며 "정권교체와 함께 진상규명이 이루어져 유가족과 국민 모두 인정할 수 있을 때까지 노란리본을 달고 다닐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 대부분은 세월호 희생자가 만족해야 진상규명이 완료된다고 봤다. 한 응답자는 "세월호가 아프고 잊혀지지 않는 이유는 우리 모두와 세월호 유가족이 납득하지 못해서다"라고 밝혔다.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될 때까지' 달고 다니겠다고 한 응답자는 "최소한의 진상이 규명되고 관련자들이 밝혀져 합당한 처벌이 시행됐다고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이 수긍할 수 있을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끝까지', '평생' 리본과 함께 하겠다는 시민들

언제까지고 노란 리본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이들도 많았다. '끝까지', '죽을 때까지', '영원히', '평생 달고 다니겠다는 답이 순서대로 2위~5위를 차지했다. 이 답변들을 '노란리본을 떼지 않겠다'라고 해석하면 총 85명으로 1위를 차지한 진상규명보다 약 1.8배 많은 수치가 된다.

이들이 리본을 평생 간직하려고 하는 건 세월호가 기억해야 할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이가 같은 친구들이 억울하게 죽었는데 어떻게 잊겠는가...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상기하기 위해 죽을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미안해서 아무것도 못 해 줘서 차마 노란리본을 떼지 못 할 것 같다" 등이 이유로 거론됐다. 한 응답자는 "희생자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달고 다녀야 한다면서 "애들아 미안하다"고 글을 남기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응원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죽을 때까지' 달겠다는 한 응답자는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노란 리본을 보며 공감하고 위로받는다는 글을 보고 언제 어디서고 그분들을 토닥이고 싶어서 계속 달고 다닐 것이다"라고 밝혔다.

노란 리본은 기억하고 있다는 약속

그 밖에도 노란 리본에는 9명의 미수습자를 향한 기다림이 담겨있기도 했다. 약 7명이 '미수습자 9명이 모두 수습될 때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겠다고 말했다.

"노란 리본은 기억하고 있다는 약속이다."

'진상규명의 날까지' 리본을 달고 있겠다는 응답자가 남긴 말이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만족하는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 그 이후에도  리본을 놓지 않겠다는 광장 민심은 시민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보내는 유통기한 없는 약속이자 위로다.

나는 노란 리본을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노란 리본을 달고 광화문광장에 나온 많은 이들이 '진상규명이 될 때', '끝까지', '죽을 때', '평생' 등의 말로 언제까지고 세월호를 기억하겠노라는 다짐을 표현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극복하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현한 답변, 또 지금 세대를 넘어 다음 세대에까지 참사의 교훈을 전해야 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나는 노란 리본을 '우리 국민 모두 행복하다 생각될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배우는 기쁨을 알고, 국민들의 삶이 보장되는 사회. 그 전에 세월호에 대한 비리와 비밀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

나는 노란 리본을 '(세월호가) 나의 자녀한테 기억될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미래의 아이들에게까지 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란리본을 '무덤'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세월호와 노란리본을 생각하면 눈시울부터 붉어진다. 사는 동안 정치에 무관심하고 살았던 40세 이전의 삶이 부끄러워 더 열심히 투쟁을 하였다. 불쌍하게 희생된 304인을 기억하기 위해 죽어서도 달고 다닐 것이다."

나는 노란리본을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수많은 소수자들의 목소리가 '나중에'가 아니라 정당한 주장으로 받아들여지는 세상이 올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나는 노란리본을 '옷을 입고 다닐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벗으면 다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노란리본을 '죽어서 별이 되었을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별이 되어 수많은 친구들과 만났을 때, 그 때서야 비로소 내 마음 속 리본을 그들과 함께 노란 나비로 바꾸어 날려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고맙고 미안하고, 애틋한 감정이 든다."

나는 노란리본을 '모든 유가족이 다시 행복해질 때'까지 달고 다닐 것이다.
"인양 후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는다 하더라도 모든 유가족이 다시 행복해 질 때까지 꼭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



태그:#노란 리본, #세월호, #3주기, #광화문, #진상규명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