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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당시도 대선 때 돈 받았죠. 적게 받았지만 받았죠. 삼성 8000억 원도 출연 받았지 않습니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한국기자협회·SBS 공동주최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한 말이다. 그는 "민간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문 후보를 비롯한 좌파 정치인들이 '반(反)기업' 정서를 만들어 기업들이 해외에 나갔기 때문"이라고 공세를 폈다가 역공을 당했다. 문 후보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대기업 강제모금 사실을 예로 들며 "이런 것이 반기업"이라고 되친 것.

홍 후보는 이러한 역공에 "노무현 정부 당시도 대선 때 돈 받았다"고 응수했다. 참여정부 역시 대선 당시 대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사실을 꼬집은 것이다. 문 후보는 같은 시기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역시 '차떼기'로 불법 정치자금을 거둔 것을 겨냥해 "(그 액수가) 차떼기 정당에 비하겠나, 그 당의 대표도 하셨잖나"라고 맞받았다.

2002년 대선 당시 불법 정치자금에 대한 두 후보의 이러한 설전은 사실관계에 부합한다. 그러나 '삼성 8000억 원 출연'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참여정부가 임기 말 삼성으로부터 8000억 원을 강제로 출연 받았다는 주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 강제모금 사실을 변호하기 위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가짜뉴스'에 가깝기 때문이다.

불법증여·X파일로 위기 몰리자 자발적 헌납... 한동안 운용주체 못 찾기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물 마시는 홍준표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1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SBS와 한국기자협회 공동주최로 열린 ‘2017 국민의 선택, 대통령 후보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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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참여정부 말 8000억 원을 출연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르·K스포츠 재단의 경우처럼 정부가 요청해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에버랜드 전환사채(CB) 불법증여 문제, 안기부 X파일과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과 같은 문제들로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데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회와 국민들의 여론에 부응하는 취지에서 8000억 원 상당의 사회기금을 헌납하겠다."

이는 2006년 2월, 이학수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말이다. 즉, 불법증여와 안기부 X파일 등이 밝혀지면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던 삼성이 자발적으로 8000억 원을 사회에 헌납한 것이다. 직접 대기업 총수들과 면담하면서 모금을 종용했던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 재단의 경우와는 그 출발점부터 다른 셈이다.( 관련기사)

심지어, 삼성이 출연한 8000억 원은 한동안 그 운용주체조차 찾지 못했다. 이학수 당시 부회장이 기자과의 질의응답에서 "운용주체는 삼성이 지정하는 것이 아니며 국가와 사회에 조건 없이 내놓는다. 국가든 사회든 누군가가 의논하고 정해서 운용하면 우리 손을 완전히 떠난다는 것"이라고 운용주체를 '국가와 사회'라고 추상적으로 답하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삼성의 8000억 원 출연 발표 6개월 후에도 "운용주체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올 정도였다.(관련기사) 결국, 이 돈은 2006년 10월 '삼성고른기회교육재단(현 삼성꿈장학재단)'이란 이름의 장학재단 기금이 되면서 운용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홍 후보는 이 문제를 마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의 경우와 같은 것으로 주장한 것이다.

사실 박 전 대통령의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 문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삼성 8000억 원 출연'의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은 홍 후보만이 아니다. 박 전 대통령 측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지난 1월 '삼성고른기회교육재단'에 대한 사실조회를 헌법재판소에 신청하는 등 "이전 정권에서도 미르·K스포츠재단과 같은 강제모금 행위가 있었다"는 주장을 펴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헌재는 이러한 '물타기'에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했다.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은 지난해 11월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단체 주최 집회에서 "임기 말이 되면 (대통령이) 다 돈을 많이 걷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삼성에서 8000억 원을 걷었다"고 주장했다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등으로부터 고소당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이 나오자, "노 전 대통령이 돈을 걷었다는 표현은 적절치 않았다. 그 점은 내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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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준표, #문재인, #삼성, #미르K스포츠,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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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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