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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칭 '교통 오타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가 연재합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그런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 - 기자 말

 꽃피는 봄인데, 서울특별시의 장거리 버스 이용객에게는 잔혹한 봄이 되었다. 사진은 와산교.
 꽃피는 봄인데, 서울특별시의 장거리 버스 이용객에게는 잔혹한 봄이 되었다. 사진은 와산교.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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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포켓몬 고' 게임이 정식 발매되면서 시민들이 장거리 버스노선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두 시간 씩 타고 다니면서 버스가 정류소에 정차하거나 신호에 걸려 멈추면 포켓스탑을 방문하고, 포켓몬도 잡아서 몬스터볼을 꽉 채울 수 있기 때문. 서울 163번, 서울 2016번, 753번 등 다양한 버스노선이 주목받았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시내버스 노선 분할·단축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60km 이상의 장거리 노선은 기사에게 불편을 주고, 시민들에게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실제 163번 버스는 지난 2월 173번과 674번으로 나뉘었다. 해당 버스를 자주 이용했던 시민들은 '집 앞에 서던 버스가 대책 없이 축소되는 상황'이라며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버스 관련 커뮤니티에도 노선 단축을 비판하는 글이 올라온다.

이 버스를 이용하는 탑승객 중에 장거리 구간을 주로 이용하거나(서울 700번), 장거리 구간을 폐지하면 대체 노선이 없어 문제를 겪는(서울 108번)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2월, 성남 462번 버스의 단축안이 거리에 내걸리자마자 해당 구간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폭증하여 노선을 경유하는 서울시가 결국 백기를 들고 노선 단축을 없던 일로 하는 경우도 있었다.

버스 노선 단축은 단순히 '포켓몬 고를 편하게 즐기기 어렵다'는 문제에서 그치는 일이 아니다. 버스 노선 단축은 서울특별시와 노선 이용객, 버스회사, 이 세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한 것인데, 이게 원활하지 않으면서 빚어지는 문제다. 현재 서울특별시는 703번, 706번 등 노선들에 대한 단축 계획안을 준비 중인 상태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되는 장거리 버스 단축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장거리 굴곡 노선에 기사들은 '시름'

고속버스를 운행하는 4시간과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4시간의 차이는 매우 크다. 시내버스의 경우 중간에 쉴 수 있는 휴식 정류소가 없는 데다가 고속도로와 태생적으로 다른 시내의 정체 도로를 달리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와 달리 꽉 막히는 도로 한가운데를 비집고 도로 끝의 정류소에 수십 번씩 정차하는 것은 '고역'이나 다름없다.

예시로 84.1km를 1시간에 운행하는 천안-서울경부 간 고속버스와 75여km를 평균 4시간 16분 동안 달리며 시흥대교에서 도봉산역을 왕복하는 150번 시내버스를 비교해보자. 서울경부-천안 간 고속버스의 경우 5개 정도에 불과한 '신호등'을 지난다. 그에 반해 150번의 경우 120여 개에 달하는 정류소에 '정차'한다. 지나치는 신호등의 수는 이보다 더욱 많으니, '고난의 운행'인 셈.

기사들의 고충은 막중하다. 회차지가 서울 외곽에 있어 잠시 눈을 붙이거나 재정비를 하고 나올 수도 있지만, '탕수'를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로 돌아 나오는 것이 현실. 운행 기간이 길수록 버스회사도 정비가 어려워지고, 서울특별시 역시 장거리 시내버스가 많을 경우 배차시간을 맞추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시민들의 민원 제기가 늘어나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따라 서울특별시와 버스회사 측에서는 장거리 노선을 최대한 축소하려고 하는 것이다. 더욱이 대체할 만한 도시철도 노선이 많이 생겨났고, 많은 시민들이 시내버스 대신 지하철을 장거리 이동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이들 장거리 노선을 축소, 단축할 당위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이런 좋은 '대책'에 격한 반발이 전방위로 터져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공개'로 제출된 서울시내버스 노선변경안.
 '비공개'로 제출된 서울시내버스 노선변경안.
ⓒ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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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노선 전무'... 민원 폭발하고 노선 되돌리기도  

장거리 노선의 축소가 시민들의 격한 반발을 불러오는 이유는 뭘까. 서울시내에서 운행하는 대부분의 장거리 노선은 역사가 오래됐다. 여섯 살 꼬마부터 여든여섯 노인까지 고정 수요층이 있는 탄탄한 노선이다. 하지만 노선 변경과 관련한 주민 공청회가 없었고, 사전 안내도 충분하지 않았다.

일례로 갈현동 차고지 매각으로 노선이 변경되는 753번 버스가 급작스럽게 4월 22일 갈현동-가좌동 구간을 단축한다고 통보한 사례가 있다. 단축까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안내문을 부착한 것. 시민들의 불편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753번의 경우 출퇴근 시간은 물론 심야에도 통학생들, 직장인을 실어나르던 버스였기 때문에 더 문제가 컸다. 대중교통 커뮤니티인 SBM, 디시인사이드 인프라 마이너 갤러리 등에는 753번이 은평구 지역의 학교로 통학하는 발이자, 은평구 지역에서 신촌 일대로 가기 위해 탑승할 수 있는 유일한 버스라는 점을 들어 무작정 단축은 안 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결국 753번은 시민들이 구청, 시청, 버스정책과 등에 보낸 '열화와 같은 민원'에 힘입어 은평구청, 선진운수, 서울시 버스정책과 간 협의를 통해 노선단축을 보류한 상황. 753번 버스를 운행하는 기사와 승객이 "이용하는 승객이 몇인데 그 구간을 대책 없이 단축하려 했냐"는 대화를 나누며 혀를 차는 풍경이 노선 단축 보류 전후로 여러 번 목격될 정도였다.

 단축 보류 후 첫 번째 '불안한 첫 평일'을 맞은 753번의 내부 모습. 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많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단축 보류 후 첫 번째 '불안한 첫 평일'을 맞은 753번의 내부 모습. 밤 10시에 가까운 시간이지만 많은 승객들이 탑승하고 있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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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3월 중순 163번 노선을 개편한 이후, 승객들이 신촌 회차구간에서 '목동 가던 버스 아니냐'고 기사에게 항의하는 경우도 있었다. 충분하지 않은 유예 기간, 시민들과의 의견 조율 시간 없이 노선을 단축하는 데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주민과의 충분한 협의 없이 비공개 공문 몇 건을 교환하고 버스 노선을 단축하는 실정이다.

장거리 버스를 단축하는 일은 단기적으로 처리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 속전속결식의 노선단축안은 단기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이용객에게 큰 불편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모범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2004년 서울특별시의 개편 사례와 현재 진행 중인 강릉시의 시내버스 대개편 사례를 들 수 있다.

2004년 서울시내버스 일제 개편은 당시로써는 큰 문제였다. 하지만 적극적인 홍보와 안내, 각계각층의 의견 수용, 시민들의 편의 증진대책 다수 마련 등을 통해 골치 아픈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강릉시의 시내버스 대개편이 순항하고 있는 이유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권역별 공청회 개최, 적극적인 개편안 공개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특별시 버스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공청회의 경우 인력이 한정적이라는 문제가 있고, 어떤 시민들을 대상으로 열어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어 각 구청, 동으로부터 의견을 받고 있다"면서 "또 매년 버스와 관련한 민원이 1만여 건 가까이 접수되어 이를 통해 시민의 의견을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버스 노선과 관련한 대책을 세울 때 교통카드 데이터를 통해 결정하고 있다"면서 "다수의 시민의 편익에 맞는 대책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내의 대표적인 장거리 노선 중 하나인 273번.
 서울시내의 대표적인 장거리 노선 중 하나인 273번.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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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거점에 기사 교대소 운영, 급행화가 가시적 대책

그렇다면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장거리 이용객이 많은 버스에 구태여 칼을 들이대지 않고, 장거리 노선을 유지하되 운행기사와 시민, 서울시가 모두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방안은 어떤 것이 있을까. 가장 먼저 서울시내 거점에 '기사 교대소'를 운영하는 대안을 들 수 있겠다.

서울 외곽에 운수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영차고지를 두듯, 운행기사의 편의를 위해 서울시내의 거점지역에 기사를 '교대'할 수 있는 기사 교대소를 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봉산에서 종로1가를 거쳐 온수동까지 가는 160번의 경우 종로2가에 기사 교대소를 두면 온수동에서 종로2가까지는 A기사가, 종로2가부터 도봉산을 거쳐 종로2가로 돌아오는 버스는 B기사가, 다시 종로2가부터 도봉산까지는 A기사가 운행할 수 있다.

더욱이 최근 중앙버스전용차로가 정착되면서 중앙버스전용차로의 유휴공간에 기사 교대소를 두어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이런 제도는 이미 장거리를 운행하는 철도노선과 지하철에서 쓰이고 있다. 적절한 위치에 운수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기사 교대소를 두는 것 역시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승객이 적은 일부 구간을 무정차하거나, 노선을 직선화하는 방안이다. 승객들이 많이 탑승하지 않는 정류소나, 대체노선이 충분한 정류소, 특히 추월차로가 있는 중앙차로 정류소의 경우 많은 시간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일부 장거리 노선은 구불구불하게 짜여진 경우가 많아 이들을 순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이 현실이다.

구불구불하게 짜인 구간은 마을버스나 단거리 지선버스에게 맡기고, 간선버스는 간선버스 그 자체의 임무에 집중하게 하는 것 역시 장거리 버스가 빨라지고, 운행시간을 단축하여 '효자 노선'이 되는 지름길이다. 버스의 표정속도가 빨라지면 운행시간이 줄어든다. 운행시간이 줄어들면 기사의 부담이 줄어들고, 장거리 운행으로 인한 고충이 적어진다. 운행구간은 길지만 운행 시간이 짧은 9401번 버스 노선이 예가 될 수 있다.

심야시간, 승객을 실어나르는 N15번의 모습. 시내버스는 24시간 서울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시내버스는 누구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해야 할까.
▲ 심야시간, 승객을 실어나르는 N15번의 모습. 시내버스는 24시간 서울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다. 시내버스는 누구의 편의를 위해서 존재해야 할까.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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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선조정은 신중하게' 기억합시다  

버스 노선들은 각각 자그마한 지하철과 같은 역할을 한다. 지하철 노선을 성급하고 쉽게 정하지 않듯, 수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버스 노선을 급하게 없애선 안 된다. 때문에 서울특별시의 장거리 버스 분할대책은 큰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었다.

서울특별시는 '신도시' 내지는 '뉴타운'이 아니다. 신도시나 뉴타운의 경우 그 지역의 교통체계가 충분히 짜이지 않아 노선에 실험을 가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특별시의 경우 해방 이전부터 지금까지, 오랫동안 종로와 한강대교 일대를 누볐던 버스가 많다. 심하게는 버스가 지하철보다 오랜 역사를 지닌 경우도 있다.

신도시의 경우에도 이런 식의 노선 변경은 주민들에게 큰 반발이 일어난다. 서울시는 이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2014년 서울시는 706번의 운정신도시 장거리 구간을 단축하려다 주민들의 큰 반발에 휩싸였고, M6117번 등 김포와 서울을 오가는 버스도 노선 변경·신설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장거리 버스가 생긴 원인을 먼저 보았어야 했다. 교통은 철저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는 형태의 서비스이다. 수요가 없다면 장거리 버스는 운행되지 않는다. 노선분할과 같은 절충안이 아닌, '일방적인 단축'을 추진하면 자가용 이용이 늘어나거나 '콩나물 버스'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을 겪을지도 모른다.

버스는 시민의 발이다. 노선에 펜을 들어 손을 댄 다음 주민에게 통보하는 '선조치 후통보' 대신,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며 노선 변경에 대한 의견을 받고 이들의 의견과 지자체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노선 변경을 추진하길 바란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버스로 인해 시내교통의 효율성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어찌 보면 장거리 버스 문제는 매듭마냥 심하게 꼬여있어, 어떻게 건드리더라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서울특별시 역시 다양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되는 장거리 버스의 문제 해결이 좋은 방향으로 풀어가길 바란다. '시민'을 최우선에 두는 정책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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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교통 칼럼도 날리고, '능력자' 청소년들과 인터뷰도 하는,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 한 번 서고 싶어하는 대딩 시민기자이자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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