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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법정 향하는 조윤선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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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선 증인, 블랙리스트가 있는 것 맞죠?"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 1월 10일 국회 '국정농단의혹' 7차 청문회에서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이 질문을 약 18번 물었다. 그때까지 조 장관은 국정감사나 청문회에서 거듭 "블랙리스트를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그는 "예술인들의 지원을 배제하는, 그런 명단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며 최근에야 그 존재를 알았다고 답했다(관련 기사 : 조윤선, 블랙리스트 인정했지만...).

하지만 1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헌) 심리로 열린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명단)사건 2차 공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주장을 뒤집는 증언이 나왔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아무개 전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내정자시절 공식 업무보고 말미에 <예술분야 지원에 대한 검열논란 대응방안>을 보고 드렸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22일자인 이 문건은 2015년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 의혹이 불거진 뒤 문체부 내부에서 만든 대응방안을 보완한 자료였다.

김 전 과장은 "내정자 때 이 문건을 보고받은 장관님은 특별한 반응이 없었다"며 "9월 취임 이후에도 보고한 적 있다"고 했다. 또 "모든 실국별로 '청와대와 VIP 관련 사항은 자세한 히스토리를 포함해 아주 구체적으로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저희는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을 자세히 포함해서 보고드렸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비 : 문화예술계에 대한 균형 있는 지원방안>이란 보고서도 조 전 장관 지시로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간곡한 건의서에도... 마음 돌리지 않은 조윤선

조 전 장관은 국회 청문회에서 "예전처럼 리스트가 집행되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 전 과장은 이 주장 역시 상세한 상황을 들며 반박했다.

그는 "2016년 9월 말까지 실무선에서 (블랙리스트 관련해) 돌아가는 시스템 자체가 없어지진 않았다"며 "이후 검찰 수사 등이 이어져 자연스레 중단됐다"고 했다. 이어 우상일 당시 예술정책국장과 청와대 오아무개 행정관 등에게 "일부라도 시인해야하지 않겠냐"고 건의했다. 김 전 과장은 "우 국장이 장관님께 개별보고 후 '입장을 어떻게 정할지 검토해보라'더라"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지난해 12월 18일 <간곡한 건의서>도 썼다.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예술정책국을 거쳐 간 직원들 어느 하나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이 사안이 사실로 밝혀지면 문체부가 얼마나 무너질지 걱정이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다음날 이 건의서를 조 전 장관에게 보고했지만 거부당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조 전 장관은 1월에서야 블랙리스트 존재를 인정하며 '최근에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과장은 "당시 저희는(문체부 직원들) 굉장히 많이 당황했다"고 했다.

그는 예술정책과로 발령 나기 전 운영지원과장으로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블랙리스트에 제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나 인사조치 당한 사례들을 목격했다고 털어놨다. 특히 영화 <다이빙벨>의 부산영화제 상영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을 징계한 일은 "장관으로부터 강하게 지시를 받았지만 청와대의 질책이 있다는 얘기를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안은 명백한 고의 내지 과실, 위반사실을 찾기 힘든 애매한 건이었다"며 "어쩔 수 없이 성실의무 위반을 사유로 들었다"고 했다.

이날 법정에는 블랙리스트를 직접 만들었던 오아무개 서기관도 증인으로 나왔다. 그는 "2013년 하반기부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에서 특정 예술인·문화단체에 정부지원사업을 배제하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문제가 있다고 보고했지만, BH(청와대)와 연결되는 것이라 저항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H 지시라 저항 못해... 굉장히 고통스러웠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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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서기관은 국정농단의혹 특별검사팀 조사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블랙리스트를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12일 공판에서는 2015년 4월 13일 60여 명이 적힌 명단을 처음으로 "정무(수석실)에서 온 것"이라며 전달받았고, 이후에도 출처가 정무수석실인 명단을 받았다고 했다. 당시 정무수석은 조윤선 전 장관이었다.

그는 2015년 5월 청와대 김아무개 행정관 지시로 ▲ 세월호 지지 ▲ 문재인 지지 ▲ 박원순 지지라는 기준에 맞춰 9473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김기춘 전 실장 변호인은 이 명단은 '업무참고용 자료'였을 뿐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오 서기관은 "BH나 국정원이 개별 사업별로 명단을 줘서 갖고 있기만 했지만 배제하는 데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적 지원심사였을뿐 검열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도 "명단에는 당연히 그 사람의 활동, 작품 내용 등이 포함됐다. 검열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출석한 두 사람은 실무자로서 겪은 괴로움도 털어놨다. 오 서기관은 "저도 오랫동안 공무원으로 근무했고 예술계 상황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며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김 전 과장은 "이런 부끄러운 상황이 있었던 점에 담당 공무원인 저뿐 아니라 모든 직원이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굉장히 많은 예술인과 국민을 가슴 아프게 해드린 점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런 유사한 일이 어느 정권에서든 일어나지 않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그:#김기춘, #조윤선,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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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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