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문율'. 문서의 형식을 갖추지 않은 법, 관습법이나 판례법 따위를 말한다. 축구 경기에도 여러 가지 불문율이 존재한다.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반칙이거나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관례를 어긴 대가는 치르기 마련이다.

[불문율①] 부득이한 상황으로 공 아웃시켰을 때, 소유하던 팀에게 돌려줘라

원만한 진행을 위해 공을 고의로 아웃 시켰을 때, 소유권을 돌려주는 것은 축구계 관행이다. 하지만 불문율을 깨는 일은 항상 있어 왔다. 2011년 AFC에서 수원삼성과 알사드가 맞붙었다. 수원삼성이 1대0으로 뒤지고 있던 중, 알사드 페널티 박스 안에서 최성환 선수가 머리가 밟히는 부상을 당했다. 염기훈은 최성환의 치료를 위해 공을 사이드라인 밖으로 걷어냈고 경기는 알사드의 드로인으로 재개됐다. 사건은 이때 발생했다.

드로인을 받은 알사드의 니앙은 그대로 수원의 골대를 향했고, 공을 돌려받길 기다리던 수원 선수들은 필드에 멍하서 있었다. 정성룡까지 골대를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니앙은 손쉽게 골을 기록했다. 흥분한 수원팬은 경기장에 난입했고, 알사드 선수는 난입한 수원팬과 격투를 벌였다. 비신사적인 골에 화가 나 있던 수원 선수와 코칭 스태프 역시 알사드 선수를 향해 달려들었고 두 팀은 최악의 난투극을 벌였다.

부득이한 상황에서 고의로 공을 아웃시켰을 때, 소유하고 있던 팀에게 공을 돌려줘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버린 게 도화선이 됐다. 1999년 잉글랜드 FA컵에서 아스날과 셰필드 경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셰필드의 선수가 부상 치료를 위해 공을 걷어냈지만, 아스날은 소유권을 셰필드에 돌려주지 않고 플레이해 골을 기록해 승리했다. 경기는 아스날의 2-1승리로 끝났지만, 아스날의 감독 벵거는 재경기를 제안했고 두 팀은 재경기를 치렀다.

[불문율②]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때 과한 세리머니는 안 된다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을 때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은 축구뿐 아니라 야구와 농구에서도 역시 관행으로 인정한다.

최근 NBA에서는 승리가 거의 확정된 팀 선수가 경기 마무리 상황에 돌파를 해 레이업을 넣는 모습을 보였다. 농구에선 경기가 큰 점수차로 경기가 마무리 되어갈 때 공격을 하지 않는다. 즉시, 패배팀 선수들은 득점한 선수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야구에서 역시 큰 점수차로 이기고 9이닝인 상황에서는 도루를 하지 않는다. 농구에서나 야구에서나 '백기를 든 패자에게 총질하는 꼴'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에서 역시 점수차가 날 때,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행위를 관행적으로 하지 않는다. 2016년 2월 바르셀로나는 셀타비고 상대로 6-1로 승리했다. 이 경기에서 역시 이런 불문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3-1로 앞서나가던 바르셀로나가 페널티킥을 얻었고 여기에 키커로 메시가 등장했다. 메시는 페널티킥을 직접 슈팅으로 연결하지 않았고 옆으로 살짝 굴려 뒤에 달려오는 수아레즈가 골을 기록했다. 수아레즈의 해트트릭을 만드는 골이었으며, FIFA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골이었다. 하지만 셀타비고 선수들은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행위라며 항의했고, 스페인 언론 역시 메시와 수아레즈를 질타했다.

이런 행위는 주로 라이벌 팀 간의 경기에서 자주 일어난다. 투쟁심과 동기부여가 극대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 라이벌팀을 큰 점수차로 이기는 일은 드물다. 0708 FA컵 16강에서 맨유와 아스날이 만났다. 당시 맨유 소속이었던 루이스 나니는 4-0으로 이기고 있던 상황에서 아스날을 상대로 '물개 드리블'을 보였다. 갈라스는 즉시 나니를 발로 가격하며 불쾌한 모습을 보였고, 경기후 맨유 감독이었던 퍼거슨 역시 나니에게 주의를 주었다. 바르셀로나의 네이마르도 빌바오를 상대로 3-1로 앞서던 중 '사포' 드리블을 보이며 빌바오 선수들의 항의를 샀다. 루이스 엔리케 바르셀로나 감독은 "내가 빌바오 선수더라도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라고 인터뷰했다.

[불문율③] 고향팀을 능욕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손흥민은  지난13일(한국시간) 2016~20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밀월(3부리그)과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손흥민은 지난13일(한국시간) 2016~2017 시즌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 밀월(3부리그)과 경기에서 3골 1도움을 기록하며 해트트릭을 기록했다. ⓒ EPA/ 연합뉴스


고향팀이란 자신이 원래 소속했던 팀을 이야기한다. 커리어를 시작했거나 자신의 값어치가 극대화될 수 있게 만들어준 팀을 이야기한다. 고향팀을 능욕하지 않는 행위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고향팀을 상대로 만나 골을 기록했을때 세리머니를 하지 않는다거나, 고향팀과 지역 라이벌이거나 전통적으로 적대적이었던 팀으로는 이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보듯이 불문율을 깨는 일은 언제든 존재한다.

손흥민은 함부르크SV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의 능력을 높게 산 레버쿠젠은 손흥민을 영입했고, 두 팀은 같은 분데스리가 소속으로 맞대결을 피할 수 없었다. 손흥민은 2013년 11월 독일 무대 첫 해트트릭을 함부르크 상대로 기록했고, 마지막 3번째 골을 넣었을 때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이며 키스하는 세리머니를 보이며 함부르크 팬들의 원성을 샀다.

또 이 경우 가장 대표적인 선수인 아데바요르를 빼놓을 수 없다. 고향팀 아스날에서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아데바요르는 아스날 상대로 골을 기록한 후 반대편에 있는 아스날 팬들에게 달려가 세리머니를 펼치는 기행을 보인 적이 있다.

 루이스 피구

루이스 피구 ⓒ Wikipedia


고향팀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 팀으로 이적하며 배신감을 사는 경우도 있다. 모두 떠오르는 그 선수, 루이스 피구이다. 모두 알다시피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엘클라시코 라이벌인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이적 후 코너킥을 차기위해 코너 플래그 앞에선 피구에게는 동전, 물병을 비롯한 수만가지 물건이 투척되기도 했다.

라이벌팀 이적 후 인터뷰로 고향팀을 능욕하는 선수도 있다. 로빈 반 페르시는 아스날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이후 "내 안의 작은 아이가 말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라는 말로 공분을 샀고, 리버풀 레전드라 불리던 마이클 오웬은 맨유 이적 후 "상대를 넘을 수 없다면, 그들과 함께하라는 말이있다"라는 말로 리버풀팬의 원성을 한몸에 받았다.

이 외에도 축구 경기 속에서 뿐만 아니라 경기장에서 또 선수와 감독간, 감독과 감독간 지켜야 할 불문율은 수없이 많다. 대부분의 불문율은 스포츠 정신에서 온 것이 많고, 규칙으로 규제하지는 않지만 응당 지켜야 할 예의라고 본다. 위에서 봤듯 불문율을 깨는 행위와 그 결과간의 인과를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결국 불문율을 깨는 행위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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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최장호 시민기자는 청춘스포츠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청춘스포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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