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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스님들이 살아가는 일상이 궁금해 질 때가 있습니다. 출가 초기에야 공부할 것도 많고, 익혀야 할 것도 많으니 여념이 없을 겁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절 생활에 익숙해지면 무엇을 하며 소일할지가 궁금해집니다.

속세의 일반인들처럼 직장에 얽매이는 생활도 아니고,  그때그때 새로운 결과를 내놔야하는 연구원들처럼 가시적 결과물을 내놓기 위해 연구에 몰입해야 할 입장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들도 그렇지만 스님들 또한 그 사람이 무엇을 하며 생활고 있는지는 하는 말을 듣거나 쓴 글을 보면 어림할 수 있습니다. 작심하고 하는 거짓이 아니라면 말과 글에는 그 사람이 살아가는 일상이 어릿하게라도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현진 스님 에세이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지은이 현진 / 펴낸곳 담앤북스 / 2017년 4월 15일 / 값 14,000원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지은이 현진 / 펴낸곳 담앤북스 / 2017년 4월 15일 / 값 14,000원
ⓒ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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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지은이 현진, 펴낸곳 담앤북스)는 월간 <해인>의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던 현진 스님이 충북 청주 근교에 있는 마야사에서 꽃과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소소한 일상, 그 일상에서 간추려낸 생각, 자연에서 느낀 느낌, 느낌에서 얻은 깨달음을 가벼운 이야기로 엮은 내용입니다.

툭툭 터지는 꽃망울 같은 이야기들이 뾰족뾰족 올라오는 새싹들처럼 스님의 일상 예서저서 돋아납니다. 봄바람 같은 이야기는 꽃소식으로 들리고, 가을 햇살 같은 일상은 단풍놀이로 읽힙니다.

독신으로 사는 스님이 결혼식장에서 주례를 서는 모습이 흔한 풍경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전혀 볼 수 없는 모습도 아닙니다. 저자인 스님도 가끔은 주례를 서게 돼 주례사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첫째 부부는 비교하지 말라고 했다. 남의 남편과 나의 남편을 비교하고, 남의 아내와 나의 아내를 비교하면 서로에 대해 불만이 생기게 마련, 그래서 부부 사이는 외모는 물론이고 집안 조건 또한 비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왜냐하면 불만이 생기면 감사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 <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30쪽

스님은 이어지는 주례사를 통해 '부부는 후회하는 마음을 가지지 말라'고도 하고, '부부는 계산하지 말라'는 부탁도합니다. 인디언 족 추장이 결혼을 하는 남녀에게 활과 화살을 선물하는 이유를 들어 부부로 살아가는 지혜를 전달합니다. 

사는 모습, 본질적으로 승속이 다르지 않아

스님으로 살아간다고 해서 일반인들의 삶과 영 동떨어진 나날은 아닙니다. 누군가 죽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문상을 가기도 하고, 이웃 종교인 목사님들과 교류하기도 하며 살아갑니다.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본질적 모습은 승속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해 줍니다.

스님이 전하는 소소한 삶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는 행복 거리가 되고, 스님이 느끼는 행복 거리는 누구라도 행복해 질 수 있는 감각을 눈 틔워주는 설법이 됩니다.

봄바람은 꽃소식과 향기를 실어옵니다. 하지만 같은 바람이라 해도 겨울바람은 심신을 웅크리게 하는 한기를 가져옵니다. 사람의 삶, 사람이 쓰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 쓰는 글은 고드름이 얼 만큼 차가운 삭풍을 품고 있고, 또 다른 누군가가 쓰는 글은 한여름 더위만큼이나 심신을 지치게 합니다.

이 책에는 현진 스님이 봄바람에 띄우는 꽃소식 같은 이야기도 있고, 가을햇살에 띄우는 단풍잎 같은 내용도 있습니다. 야생화처럼 작지만 앙증맞은 느낌을 주는 이야기, 단풍잎처럼 알록달록한 이야기들은 또 다른 깨달음을 주는 내용이기에 한여름의 뜨거움과 한겨울의 추위도 어림으로 알게 합니다.

들녘으로 오고 있는 봄·여름·가을·겨울 소식은 들녘으로 나가야 맞을 수 있지만, 마음으로 접할 수 있는 사계절은 이 책에서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책에서는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고 하지만 자꾸 울고 싶어지는 책을 읽다보니 시나브로 봄소식을 전하는 두견새의 마음이 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지은이 현진 / 펴낸곳 담앤북스 / 2017년 4월 15일 / 값 14,000원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 이 봄날, 생명 있는 것들은 모두 대견하다

현진 지음, 담앤북스(2017)


태그:#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현진, #담앤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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