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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 부르고스 대성당 산타마리아 대성당이라고도 불린다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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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마리아 대성당, 완공하는데 300년 넘게 걸린 성당

부르고스는 워낙 클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가치 있는 도시라 빨리 둘러보기로 했다. 알베르게에서 멀지 않은 곳. 바로 부르고스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부르고스 성당이자 산타 마리아 대성당(Santa Maria Cathedral) 이라고도 불리는 성당을 먼저 찾았다. 1221년 건축을 시작했다고 하니 거의 800살 된 오래된 성당이다.

더 놀라운 것은 200년 후가 지나서야 성당을 꾸미는 작업이 시작됐고 300여 년이 지난 1567년에 완공됐다고 하니 신기했다. 자재가 부족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이 들고 그들의 여유가 느껴졌다. 현대사회 건축 속도와 비교됐다. 오랜 역사를 가진 만큼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프랑스 건축과 예술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는데 중세 시대 때부터 많은 유럽 순례자들이 부르고스를 거쳐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하기 때문에 프랑스 고딕 양식이 적용됐다고 한다. 많은 순례자들이 성당 앞 우리처럼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을 것 같았는데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다들 이미 촬영하고 다른 곳을 둘러보느라 바쁜지 아니면 성당 안에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그보다 단체로 온 스페인 학생들이 성당 앞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아마도 현장학습을 나온 듯했다. 그들에게 성당이나 박물관 견학은 우리가 초중고등학생 때 경복궁으로 소풍 가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산타마리아 대성당을 보고 나니 갑자기 바르셀로나에서 본 성가족대성당이 생각났다. 성가족 대성당은 1882년 공사를 시작해 135년이 지난 2017년에도 여전히 공사중이며 가우디 사후 100주년인 2026년 완공 예정이다. 성가족 성당이 오랜 시간 동안 지어지는 것은 알았지만 산타마리아 대성당이 300년 넘게 공사가 이루어진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종교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믿음과 열정, 세심하고 정교한 건축물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시에스타(낮잠)가 있을 정도로 여유롭고 느긋한 문화가 영향을 끼친 건 아닌지 생각했다.

종원이는 어제 입장료(7유로 순례자는 할인 가격 3유로)를 내고 성당을 둘러봐서 우현, 준택, 성균이형은 성당에 들어가고 나는 종원이와 함께 부르고스의 다른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순례길 위 대성당들은 미사 장소와 관광 장소가 따로 있는데 미사가 있을 때는 무료로 입장이 가능하며 미사 참여가 가능하다. 관광할 수 있는 곳은 순례자에게는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여행 온 스페인 가족들이 보인다
▲ 부르고스 언덕 여행 온 스페인 가족들이 보인다
ⓒ 임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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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고스 뒷골목 언덕

종원이와 내가 향한 곳은 시내가 아닌 부르고스의 한 뒷골목이었다. 워낙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이며 크기 때문에 다리는 조금 아플지라도 이곳저곳을 보고 싶었고 여차하면 하루 더 묵을까 고민이 들었다. 시내는 이따 해인이가 샤워를 끝내고 성당 관람이 끝난 후 본격적으로 보기로 했고 높은 언덕에 올라가 바람을 쐬기로 했다.

언덕에 올라서자 성당 뒤편과 건물들이 보였다. 저 멀리 산 위에 풍력발전기가 보일 정도로 맑은 하늘이 우리를 반겨줬다. 해가 지기 전에 이곳에 올라온 선택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잘 알려지지 않은 보물 같은 장소를 우리만 아는 느낌이라고 할까? 며칠 만에 다시 만난 우리는 너무 반가웠고 부르고스 전망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어주며 이야기를 나눴다.

충만 : 다시 만나서 좋긴 한데 일정 괜찮은 거야?
종원 : 응 걷다가 일정 촉박하면 버스 타고 점프하려고

우리는 서로 남은 일정을 공유하고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난 후 일정도 서로 물어봤다. 나는 프랑스길과 묵시아 그리고 피스 테라까지 약 900km 정도를 걷고 나서 대항의 시대 때 가장 유명했던 나라 포르투갈을 여행하고는 모로코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대항의 시대'라는 해상무역 게임에서 주인공이 포르투갈인이다. 이 게임을 통해 어렸을 적 유럽의 역사와 지리를 익힐 수 있어서 꼭 가보고 싶은 나라였다. 모로코는 이베리아 반도와 가장 가까운 아프리카 나라이기 때문에 기회가 흔치 않아 이번 기회에 가보고 싶었다.

종원이는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도착한 후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서 친구를 만날 계획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공부 중인 친구를 만나 여행하고 엄마와 이모를 만나 며칠 패키지여행을 한다고 했다. 다만 이모님의 건강이 완전히 좋은 상태는 아니셔서 걱정을 하고 있었다. 마음으로 꼭 이모님 건강이 좋아지셔서 꼭 여행을 같이 하길 기도했다.
 

스페인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부르고스대성당 스페인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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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가능시간 참고
▲ 부르고스 성당 홈페이지 입장 가능시간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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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입장을 거부당한 순례자

오랜만에 만난 종원이와 한참을 이야기하면서 높은 곳에서 부르고스를 보니 마음도 편안해졌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여섯 시가 다 되었다. 우현이, 준택이 성균이형은 성당 내부를 다 보고 나와 종원이와 같이 있기로 했다. 나와 해인이는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7시에 만나 저녁을 먹기로 했다. 성당에 들어가 카운터에서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려는 순간 카운터 직원이 못 들어가게 막았다. 분명 7시까지 관람이 가능하고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 왜 못들어가게 하는 거지 물어봤더니 입장이 6시까지만 가능하단다.

학교에서 스페인어 수업 때 자주 들었던 성당이고 스페인의 영웅인 엘시드의 관이 있어 멋있는 것 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 가치가 높아 꼭 내부를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성당 하나 보자고 하루를 더 머무를 수 없어 고민하다가 타이밍이 맞지 않나 보다 생각하고 체념했다. 앞으로 순례길에서 레온 성당과 산티아고 대성당도 볼 수 있으니 부르고스 대성당은 다음을 기약했지만 엘시드의 관을 못 본 것은 정말 아쉬웠다.

엘시드는 스페인의 영웅으로 부르고스가 그의 고향이다. 과거 스페인은 유럽 국가 중에서도 가톨릭과 이슬람이 공존했던 신기한 나라였다. 결국 국토회복운동(레콘키스타 : Reconquista)을 통해서 가톨릭이 이슬람을 몰아내고 국토 통일을 했는데 이때 맹활약했던 이가 엘시드이다. 이 영웅에 대해 스페인 사람들이 쓴 시가 바로 '엘 시드의 노래'이다. 이 때문에 부르고스 성당에는 엘시드의 관이 있고 시내에서는 엘 시드의 동상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시내버스 교통비 1유로
▲ 버스 영수증 시내버스 교통비 1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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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아픈 순례자들 갑자기 뛰다

우현 : 부르고스에 '웍'이라는 뷔페가 있는데 저녁때 거기 갈까?~
성균이형 : 진짜?~스페인에도 뷔페가 있어?
우현 : 중국음식점인데 무제한이에요 하지만 여기서 2km 정도 걸려요
종원 : 그러면 우리 또 걸어야 해?~
우현 : 마침 거기까지 가는 버스가 있지!

우리는 다들 순례길을 걸을 때 신는 등산화, 트래킹화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사뿐사뿐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버스 정류장이 한 50m 남았을 무렵 갑자기 버스 한 대가 우리 옆을 지나치더니 우현이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우현 : 어라 저 버스 우리가 타야 할 버스야!~
성균이형 : 모두 뛰어!~
일동 : OK!!!~

웃긴 상황이 연출되었다. 우리는 모두 다리가 아파서 슬리퍼를 질질 끌듯이 걷고 있었는데 버스를 보더니 하나둘씩 뛰기 시작했다. 앞서 정류장에 줄 서 있던 스페인 사람들이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웃었고 우리는 간신히 버스에 올라탔다. 다들 서로의 얼굴을 봤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충만 : 뭐야 다들 절뚝절뚝 거리다가 버스 오니까 다들 뛰고 있어
종원 : 완전 잘 뛰어 다들

버스를 타고 의자에 앉아서도 한동안 웃음은 계속됐다. 걸어서 30분이 채 안 되는 거리라 평소 같으면 걸을 수 있겠지만 다들 지쳐 있는 상태였고 뷔페를 기대하고 있어 한시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순례길에서 처음 버스를 타게 됐다. 1유로 동전 하나로 우리는 버스에 편하게 앉아서 음식점 근처까지 갈 수 있었다. 왕복 2유로지만 참 값싸게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한번 현대 문명에 감사함을 느꼈다.
 

음료를 꼭 하나 주문해야 한다
▲ 웍 음료를 꼭 하나 주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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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이름은 '웍'이었는데 중국말로 커다란 냄비라는 뜻을 지닌다. 순례길 위의 중국 음식점이라 참으로 어울리지는 않지만 배고프고 여비가 넘치지 않는 학생 순례자들에게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스페인 고추와 후식도 있었고 초밥부터 시작해서 별별 음식이 많았다. 특히 웍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고기나 해산물 꼬치 음식을 골라서 주방장에게 가져다주면 손님이 보는 앞에서 철판에 바로 음식을 만들어 줬다.

뷔페는 신기하게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음식을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데 음료는 하나씩 꼭 선택해야 했다. 우리는 각자 물, 콜라 등 음료수를 주문하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음식을 골라 담기 시작했다. 나는 먼저 순례길 위에서 찾기 힘든 초밥을 골라 담아 먹기 시작했다. 일반 초밥 집하고 비교해서는 정말 맛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감사했다. 뷔페도 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일단 금액이 정해져 있으니 머리 아프게 돈 계산할 필요 없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스페인 손님들도 몇 명 보였다. '웍'부페는 체인점으로 큰 도시마다 있다고 했다. 웍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아시안마켓을 보면서 정말 많은 중국인들이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페를 즐기며 한편으로는 어머니가 해주시는 집 밥이 생각났다. 순례길은 잊고 지내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길이었다. 매일 숙소를 옮겨 다니면서 집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고 따뜻한 물이 잘 안 나오는 곳에서는 따뜻한 물을 쓸 수 있는 감사함이 떠오르고 경비를 아끼려고 맘껏 밥을 먹지 못할 때면 엄마의 집밥이 떠오르고 다리가 아플 때면 매일같이 타던 지하철이 떠오르곤 한다.

남자와 여자가 헤어진후나 소중한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 그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듯이 정말 중요한 것들은 내 곁에 없을 때 소중함을 느끼곤 한다. 그렇게 하나씩 깨닫고 배우면서 한 걸음 한 걸음을 나아가고 있었다.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12번째 날 경비 산티아고순례길 여행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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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부르고스 대성당 홈페이지에서 입장 시간 확인이 가능합니다 http://catedraldeburgos.es/
크레덴시알(순례자여권)을 소지시 입장할 때 순례자라고 말하고 보여주면 할인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부르고스 중국 부페 Wok Lin Yang 주소
alle de Vitoria, 85, 09006 Burgos, 스페인
음료 포함 10유로 초반대로 마음껏 배를 채울 수 있습니다

부르고스는 해발 고도 800m
1035년 부터 1074년까지 까스티야 왕국의 수도였습니다 현재 스페인의 수도는 마드리드 입니다



태그:#산티아고순례길, #CAMINODESANTIAGO, #BURGOS, #CATHED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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