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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의원총회에서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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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당내 의원들을 향한 일부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을 두고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문 후보가 "(문자폭탄은) 양념"이라고 표현한 것을 놓고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문 후보는 대선 후보로 확정된 다음 날인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후보들은 금도를 잘 지켰는데 지지자들 가운데 과도한 일들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라며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저는 문자폭탄이 보내졌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후보인 저는 바쁘게 뛰어다니다보니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특히 제 지지자들 가운데 저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저를) 지지하는 의원님 중에서도 다소 다른 견해를 밝혔다는 이유로 아주 심한 문자폭탄을 받기도 하고, 그 가운데는 아주 과도한 표현들도 있어서 우리 의원님들이 상처도 더러 받았다고 들었다. 제가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 이 자리를 빌려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전날 문 후보는 후보 확정 직후 MBN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18원 후원금, 문자폭탄, 상대후보 비방 댓글 등은 문 후보 측 지지자에서 조직적으로 한 것이 드러났다"라고 말하자 "치열하게 경쟁하다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다.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문 후보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양념 발언과 오늘 의원총회에서의 발언이 다르다"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제 이야기한 것은 후보들 간에 가치나 정책을 놓고 TV토론 등을 통해 다소 격렬히 논쟁한 것을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영선 "어제는 양념이라더니 오늘은..."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전날 문 후보의 양념 발언에 문제를 제기했다.

안희정 캠프에서 의원멘토단장을 맡았던 박영선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아침에 눈뜨니 문자폭탄과 악성댓글이 양념이 되었다. 막말 퍼붓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하고나면 양념 치듯 맛을 더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그 악성댓글 때문에 상처받고 심지어 생각하기도 싫은 험악한 일들이 벌어져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의원은 "양념이라는 단어의 가벼움이 주는 그 한마디는 어쩌면 그 내면의 들켜버린 속살인지도 모른다"라며 "이 사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어왔고 또 때론 즐겨왔는지, 또한 상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 늘 네편 내편에서 이루어져 온 잣대가 다른 배려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문 후보의 '양념' 발언은 다른 당에도 공격 소재가 됐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대전에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대회에서 "문 후보에게는 양념일지 몰라도 안희정, 이재명, 박지원에게는 고역이었다. 이런 분이 대통령이 되면 자기들의 패권, 친문만 단맛 내는 양념을 칠 것이고 자기에게 반대하는 세력에게는 쓴 양념을 줄 수 있다"고 쏘아붙였다.

의원총회에 참석한 수도권의 한 의원은 문 후보가 유감을 표한 것에 대해 "어제는 양념이라더니..."라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문 후보의 유감 표명에는 공감하지만,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는 의견도 있었다.

안희정 캠프에 합류했던 정춘숙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한) 문 후보의 발언은 적절했고 대체로 공감한다"라면서도 "그런데 지금도 문자를 보내는 사람이 있다.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서 걱정이 드는 부분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 의원은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게 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나'라는 기우가 있다"라며 "문 후보가 좀 더 강하게 그런 행동이 단합을 해치는 일이고 도움이 안 된다는 식으로 더 세게 이야기하면 어땠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캠프 공동본부장을 맡았던 유승희 의원도 "오늘 의원총회 발언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소 미진한 느낌이다"라며 "진심으로 그런 행태를 뿌리 뽑겠다는 의지가 보였어야 하는데 어제는 양념이라고 말했다가 오늘은 (유감을 표하면서도) '알았든 몰랐든, 제 책임이든 아니든'이라고 단서를 달았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당 중심 선대위 구성' 계획에는 비주류도 대체로 '공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눈 높이 인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 눈 높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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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 후보는 의원총회를 통해 "치열한 경쟁이 끝났으니, 이제는 다시 하나가 돼야하지 않겠나"라며 "경쟁했던 안희정·이재명·최성 후보들,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과 함께 하는 건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해내겠다. 함께 하는 모습을 빠른 시일 내에 보이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그 동안 어느 캠프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했든 마음을 하나로 모아 우리 당 선대위에 함께 해주시길 바란다"라며 "의원들이 우리 당 선대위에 빠짐없이 참여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문 후보는 "우리가 정권을 교체하면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정부"라며 "추미애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주시고, 뿐만 아니라 각 시도에 만들어질 시도당의 선대위원장도 각 시도당위원장들께서 맡아주길 요청드린다"라고 제안했다.

문 후보와 추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협의를 통해 세 가지 사항(▲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추 대표가 맡고 필요시 공동위원장을 추가로 임명한다 ▲ 시도당위원장도 동일한 원칙을 적용한다 ▲ 경선과 함께 했던 후보들의 사람, 가치, 정책도 모두 포용해 선대위를 구성한다)에 합의했다.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문 후보가 추 대표에게 선대위 구성의 전권을 준 것인가"라는 질문에 "기본 원칙과 방향에 대해 당부했다. 당 주도의 선대위를 만들기로 한 만큼 의논은 같이 하겠지만 추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주도)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문 후보의 발표에 의총에 참석한 타 캠프 소속 의원들도 대체로 공감을 표했다.

안희정 캠프 총괄실장을 맡았던 이철희 의원은 "서로 도와서 잘 하자고, 당이 흐트러지면 안 되니 최대한 노력하자는 말을 하기 위해 의원총회 참석해 발언한 것 아닌가"라며 "당의 대선 후보라면 당연히 그렇게 이야기해야 하고, 오늘 발언도 좋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안 후보가 특별히 당부했고, 모두 같은 당에 속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안희정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도울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안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던 기동민 의원도 "(문 후보의 의원총회 발언처럼) 당연히 경쟁은 치열하게 하는 것이고, 그 결과에 따라 후보들의 승복 선언이 있었으면 그걸로 된 것"이라며 "당이 하나가 돼야 한다, 더 큰 민주당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마음이 모아졌기 때문에 지지자들 역시 후보들 마음에 화답할 거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 의원은 "승자가 더 큰 품으로 상대방을 품어 안으면 당연히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복무하는 게 당인의 자세다"라며 "오늘 안 후보가 캠프에 참여했던 몇몇 의원들과 만나 '캠프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이 있거나 도와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도와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의원들도 전폭적으로 공감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재명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김병욱 의원은 "(문 후보가) 당연하고 원칙적인 이야기를 했다"라며 "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고 추 대표가 선대위원장을 맡고 시도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옳은 말이다. 2012년 대선은 캠프 중심으로 운영돼 당이 소외됐다는 우려가 있었는데 오늘 깔끔하게 정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태그:#문재인, #문자폭탄, #양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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