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스케'의 첫 글자 '유'. <유희열의 스케치북>(아래 <유스케>)을 이야기하면서 MC 유희열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이 프로그램에서 존재감으로 따지자면 가장 큰 지분을 가진 사람이니 말이다. 유희열은 <유스케>의 '타이틀 롤'이며 프로그램의 정체성이다. 매의 눈을 가진 감성변태이자 음악 천재, 짓궂으면서도 따뜻한 품성의 고품격 유머 구사자. 유희열의 캐릭터가 <유스케>의 고유한 톤(tone)을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스케>를 만드는 박덕선-최승희PD와의 인터뷰, 그 두 번째는 MC 유희열을 비롯해 <유스케>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PD들이 말하는 유희열, 우리가 몰랐던 유희열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은 어떤 방식으로 <유스케>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나?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박덕선 PD는 유희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음악 프로그램 MC로 최적화된 사람." 그리고 덧붙이길 "대본으로 써주는 것 이상으로 뮤지션에 관해 알고 있어서 더 좋은 질문을 한다"고 말했다. 최승희 PD도 거들었다. "많은 연예인들이 유재석씨가 진행하는 프로에 출연하길 원하는 것처럼, 유희열이기 때문에 이 무대에 서고 싶어 하는 게 분명 있는 것 같다"고. "오버부터 언더까지 음악을 폭넓게 아우르고 요즘의 음악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뮤지션 겸 MC, 그리고 후배 뮤지션들로부터 존경받는 선배"라며 극찬했다.

"사랑방(MC대기실)에서 유희열 선배가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세션 중에 저 분은 우리나라에서 피아노를 제일 잘 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냐, 저기 저 기타 치는 분은 어느 학교를 졸업했고 어느 팀에서 활동했으며... 등등 아티스트에 관한 정보들을 하나하나 설명해줘요. 그런 말들이 도움이 많이 돼요." (박덕선 PD)

 <유희열의 스케치북> 노래방 특집

MC 유희열이 낸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노래방 특집.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 선배가 녹화 때나 맥주 한 잔 할 때 특집용 아이디어를 많이 줘요. 술자리에서 '이건 어때?'하며 내놓는 아이디어인데, 신기하게도 그게 다 방송용이에요." (최승희 PD)

방송으로 현실화할 수 있는 '실속형 아이디어'를 주는 유희열은 진행자 이상의 몫을 하는 셈이다. 지난해 노래방 특집은 유희열이 낸 아이템 중 하나다. "노래방 인기 순위 몇 위부터 몇 위까지 해보면 어떨까, 그걸 원곡 가수들이 직접 나와서 부르는 건 어떨까." 이런 식으로 그가 의견을 냈고 PD들과 함께 발전시켰다. 박PD는 "그때 이은미 선생님께 섭외 드리니 '내가 노래방 1위야? 나가야지!' 하며 흔쾌히 출연해주셨다"며 회상하기도 했다.

<유스케>가 없어지면 안 되는 이유? 내 '친정'이니까

<유스케>가 '가치를 더하며' 장수하는 배경엔 <유스케>를 '친정'이라 부르는 뮤지션들이 있다. 박PD는 "음악하는 사람들의 고향 같은 느낌이 <유스케>에 있다더라"며 그들의 말을 전했다.

"가수분들이 <유스케>를 친정처럼 생각해주시고 협조를 잘 해주세요. 스윗소로우, 자이언티, 어반자카파, 박재범, 성시경, 볼빨간사춘기 등등. 특집 때 이분들께 섭외요청을 보내면 식구처럼 생각하고 잘 준비해서 나와주시죠. 다른 스케줄 때문에 바빠도 시간을 쪼개고 조율해서 출연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박덕선 PD)

최PD는 <유스케>를 향한 가수들의 진정성을 느낀 일화를 들려줬다. 지난 1월 엄정화가 6년 만에 컴백해 출연했을 때, 녹화를 마친 후 뒤풀이 자리엔 그녀를 비롯해 성시경, 강승원, 정승환, 배우 정유미 등이 모였다. MC 유희열은 다른 일정 때문에 그 자리에 없었지만 게스트끼리 그런 가족 같은 술자리를 갖는 일은 흔하다. 작가, 하우스 밴드와 오래도록 알고 지내는 사이기 때문이다. 

 <유희열의 스케치북>

성시경은 친정에 온 듯 편안해 보인다.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그날 뒤풀이 자리에 모인 가수분들이 그러더라고요. '스케치북은 절대 없어지면 안 된다'고요. 스케치북을 친정처럼 여기는 마음이 느껴져서 'PD로서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강승원 음악감독님이 작곡한 '서른 즈음에'를 이날 술자리에서 가수들이 함께 불렀는데 정승환 군이 부르면서 울더라고요." (최승희 PD)

강승원은 지난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음악작가로 시작해 현재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이르기까지 25년간 음악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PD와 MC가 수차례 바뀌고 강산도 바뀌는 동안 강승원 음악감독은 그 역사의 중심에 발딛고 서서 '무대'를 지켜왔다. 그러니 그가 이끄는 <유스케> 하우스 밴드를 가수들이 '무한 신뢰' 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출연 가수들은 강승원 음악감독을 멘토처럼 여기고, 편곡할 때도 그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따른다고 한다. 가수들이 강 감독을 신뢰하듯, 강 감독은 하우스 밴드를 두텁게 신뢰하고 있었다. 최PD가 전하길 "스케치북 하우스 밴드 소속 연주자들은 국내 최정상급이라고 강 감독님은 종종 말씀하신다"고. 외국에서 가수들이 올 때, 짧은 시간 맞춰보는데도 그들로부터 '엄지 척' 사례를 받을 정도로 실력 면에서 감탄을 자아낸다고 한다. 강 감독은 최근 자신의 1집 앨범 <강승원 일집>을 발표했다. 뮤지션 강승원은 '가수들의 가수'로서 호평 받고 있다.

늘 그 자리에 있는 스케치북이길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음악감독 강승원.

<유스케>의 강승원 음악감독. 그는 가수이자 작곡가이기도 하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는 그가 만든 대표곡이다.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스케치북 MC 대기실은 꼭 PD들의 사랑방 같아요. 스케치북을 거쳐 간 PD들이 녹화가 있는 날이면 대기실로 놀러 와요. 전에 했던 PD, 전전에 했던 PD들이 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또 가수들도 다 놀러 와서 수다를 떨어요. 정말 식구 처럼요.

전통의 힘은 큰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도 경쟁력이 좋았을 때와 그렇지 않았던 때, 여러 상황들을 거쳤을 테고 그 속에서 이런 프로를 지켜낸 거잖아요. 이건 한 명의 MC가 이룬 것도 아니고, 한 명의 PD가 만든 것도 아닌 거죠. <유스케>의 전신이 된 프로그램들이 쌓아온 신뢰가 꽃피운 거라 생각해요." (박덕선 PD)

끝으로 물었다. "나에게 유희열의 스케치북이란?" 이 질문에 최PD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늘 그 자리에 있는 프로그램이길" 하고 짤막하게 답하며 여운을 남겼다.

"화요일 오후 7시 30분이 되면 늘 그렇듯 녹화가 있고, 목요일이 오면 다음주 출연 가수들과 사전미팅을 하면서 선곡 및 토크 내용을 상의하고, 월요일이 오면 하우스 밴드와 가수가 당산에 있는 연습실에서 노래를 맞춰보는 일. 그리고 화요일이 오면 다시 녹화를 하는 일. 이젠 가수들에게도 습관처럼 익숙해진 그 오랜 스케줄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계속되는 것. 그게 제 바람입니다." (최승희 PD)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은 60%의 장난기와 40%의 진지함으로 <유스케>를 끌어간다. 보는 이도 편안함을 느끼는 진행이 장점이다.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유희열의 스케치북>

출연자를 편안하게 해주는 선배이자 MC, 그리고 뮤지션 유희열. ⓒ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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