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됐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나라'에 대해 이야기할 때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내가 꿈꾸는 국가'에 대한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선 기획 '100인의 편지'를 통해 전하고자 합니다.

이번 기획은 '열린 기획'으로 시민기자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하고 싶은 말, 바라는 바에 대해 적어 기사로 보내주세요. '이게 나라냐'는 탄식을 넘어 '이게 나라다'라는 새로운 지향점을 여러분과 함께 열어나가겠습니다. [편집자말]


저는 평화적 신념에 따라 대한민국 병역을 거부하고 감옥을 선택한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제가 할 이야기는 병역의무가 대한민국 남성의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거나, 병역면제자를 공직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후보님이 보시기에는 불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 대한민국 징병제는 입대거부운동이 벌어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최악의 제도입니다. 군대에서 연간 100명 안팎의 군인들이 총기 사고나 자살로 죽습니다. 또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이만 600여 명입니다. 신고된 건만 연평균 700건이 넘는 폭행과 가혹행위는 군대의 일상입니다.

본질적인 질문 필요, '군대'를 줄일 수 없는가?

지난 2015년 8월 2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병 입영행사가 열렸다. 입영 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는 모습.
 지난 2015년 8월 24일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신병 입영행사가 열렸다. 입영 장병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런 군대에서 잘해봐야 시급 943원(병장 봉급 19만 7100원, 월 209시간 기준)을 받으며 2년여 세월을 버텨야 합니다. 강제로 징집했지만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장하지 않고, 보장할 의지도 없는 곳. 현 대한민국 군대입니다.

또 이라크 전쟁 파병을 결정해 침략군의 오명을 얻고 테러의 대상이 된 일을 잊지는 않으셨겠지요. 민주주의의 감시와 통제 밖에 있는 조직은 합리성을 상실합니다. 만 원짜리 USB를 95만 원에 사들이고 총알이 뚫리는 방탄복을 납품받는 어처구니없는 방산비리, 뒤로 물릴 수 있는데도 구태여 휴전선 앞에 청년들을 총알받이로 줄 세워 놓는 작전계획은 그런 비민주성과 비합리성의 산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군대를 합리적이고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조직으로 개혁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맞습니다. 그런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에 앞서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군대를 줄일 수 없는가? 군비를 축소할 수 없는가? 주변국과 평화체제를 모색할 수 없는가?

생각해 보십시오. 현재 동아시아의 모든 정부는 서로에 대한 공포가 있습니다. 중국포위전략과 사드, 북한선제공격, 평화헌법폐기, 핵실험... 누구의 책임인지 물으며 서로를 비난할 뿐, 우리가 먼저 줄일 테니 당신들도 줄이자는 이성적 제안은 실종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전쟁의 위험만 높아질 뿐입니다. 누가 고통을 받습니까? 복지에 쓸 돈으로 사드를 운용하고, 60만 청년의 인생을 전선 앞에서 낭비하게 하는 현실에서 누가 웃고 있습니까? 단언컨대, 군대 개혁은 '평화군축'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획일적 징병제' 폐지돼야... 징벌성 없는 대체복무제도 필요

지난해 12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참여연대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해 12월 13일, 광화문광장에서 참여연대 홍정훈 활동가의 병역거부 기자회견이 열렸다.
ⓒ 김화목

관련사진보기


지금의 대한민국 군대는 우리 사회에 군대문화를 보급하고 여성과 장애인을 이등시민으로 전락시키는 선전기구에 가깝습니다. 대학에서 수시로 벌어지는 '군기 잡기' 사건, 청소년들에게 군대를 체험시키는 해병대 캠프, 공장에서 직장에서 일상에서 날마다 경험하는 군대식 위계질서, 오로지 자신의 평화적 신념 때문에 징역살이를 하는 연간 600명의 병역거부자들의 모습에서 보듯 대한민국은 병영국가라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이제는 병역을 신성하고 당연한 것으로 보는 시각을 끝내야 합니다. 저는 현행 획일적 징병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군 복무만을 국방의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관련한 국민의 다양한 실천방식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군 입대를 희망하지 않는 국민에게는 거부권을 인정하고 징벌성이 없는 대체복무제도를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군 내부의 문화와 기조 또한 평화적이며 민주적인 방향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은 말할 나위도 없습니다. 이건 특별한 제안이 아닙니다. 세계의 평범한 국가들이 보편적으로 선택하는 병역 이행 방식입니다.

저는 전쟁 준비를 위해 총을 드는 대통령보다는 전쟁을 막기 위해 총을 내려놓을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한국군 학살과 성폭력을 숨기기 위해 역사를 부정하는 대통령보다는 새로운 관계를 위해 만행을 공개하고 사과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차가운 현실을 핑계 삼아 강대국의 우산에서 주변국을 위협하는 대통령보다는 뜨거운 평화의 열망을 강대국과 주변국에 요구할 수 있는 대통령을 원합니다. 그런 대통령 후보 어디 없나요?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은 1966년 빈호아 마을에서 400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9천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여전히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의 베트남 학살 50주기 기자회견 모습.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은 1966년 빈호아 마을에서 400명의 민간인을 학살하는 등 베트남 중부지역에서 9천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방부는 여전히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노동당의 베트남 학살 50주기 기자회견 모습.
ⓒ 최기원

관련사진보기




태그:#군대, #징병제, #병역거부, #학살, #평화
댓글1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