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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압도적 지지 호소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수도권·강원·제주 선출대회에서 압도적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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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하지만 그의 대선 행보는 '기적'이란 단어와 함께 해왔다.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되기 전부터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통령감'으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그가 박원순·김부겸도 하지 못한 대선 경선을 완주하고, 득표율 21.2%를 기록할 줄은 쉽게 상상하지 못했다. 그의 득표율은 2위 안희정 후보에 0.3%p 밖에 뒤지지 않은 수치였다.

더구나 그는 광역단체장도 아닌 기초단체장이었다. 돌이켜보면, 이 후보에게는 박근혜라는 기회(?)가 따라왔다.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부터, 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워왔던 이 후보는 이후 촛불정국에서도 뚜렷한 선명성을 드러냈다. 그는 전부터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해왔던 주제(세월호 참사 책임, 복지정책 방해 등)는 물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대통령 탄핵을 최전선에서 주장하며 대선 후보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이 후보는 대중의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준다는 의미의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게 된다. 한 자릿수의 미미한 수치로 시작했던 이 후보의 지지율도 급기야 지난해 말 20% 가까이 치솟았다. 문재인·반기문에 이어 세 번째였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20%를 넘을 수 있느냐가 당시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고, '사이다(이재명)-고구마(문재인)' 논쟁이 벌어질 정도로 그는 지지율 1위인 문 후보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오르고 그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정성호, 유승희, 김병욱, 김영진, 제윤경 의원 등 이른바 '이재명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소년공 출신, 검정고시 통과, 대학 입학, 사법고시 합격 등 이 후보의 이력과 맞물려 그의 이름엔 '기적'이 뒤따랐다.

당에 과제 남긴 그의 '득표율'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계공장은 이 시장이 만 12살부터 '소년공' 생활을 해온 곳으로, 각종 산업재해 사고를 겪으며 여러 공장을 옮기다가 1979년부터 2년간 일했던 공장이다.
▲ 눈물 훔치는 이재명 이재명 성남시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오리엔트 시계공장에서 대선출마 선언을 마친 후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계공장은 이 시장이 만 12살부터 '소년공' 생활을 해온 곳으로, 각종 산업재해 사고를 겪으며 여러 공장을 옮기다가 1979년부터 2년간 일했던 공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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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지율이 높아진 만큼, 이 후보를 향한 검증의 칼날도 날카로워졌다.

먼저 수면 부근을 오르락내리락하던 '형수 욕설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는 "성남시정에 개입하려던 형님이 이를 말리는 어머니를 폭행해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고, 욕설 시점을 놓고 논란은 있었지만 사건은 어느 정도 무마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이어 그의 발언을 둘러싼 '반문연대' 논란이 벌어졌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절정이던 지난해 12월, 이 후보는 자신의 SNS에 "(박)원순 형님과 함께 같은 우산을 쓰며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다"라고 적었다. 이어 라디오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고, 김부겸 의원과도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반문연대'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안희정 후보는 "안희정, 박원순, 김부겸, 이재명이 한 우산, 한 팀이 되려면 그에 맞는 대의와 명분을 우선 말해야 한다. 대의도 명분도 없는 합종연횡은 작은 정치이고 구태정치다"라며 이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재명은 그렇게 정치하지 않는다. 이재명 이름 석 자로 정치하지, '반'이나 '비'자가 들어가는 패거리정치는 해본 적도 없고 앞으로 할 일도 없다"라고 반박했다.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득표율 64.7%로 호남, 충청에 이어 3연승을 거둔 문재인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안 지사(오른쪽)는 이날 득표율 16.6%로, 18.5%를 얻은 이재명 성남시장(왼쪽)에 2위를 내어주고 3위를 밀려났다.
▲ 영남서 순위 뒤바뀐 이재명-안희정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득표율 64.7%로 호남, 충청에 이어 3연승을 거둔 문재인 전 대표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인사하고 있다. 안 지사(오른쪽)는 이날 득표율 16.6%로, 18.5%를 얻은 이재명 성남시장(왼쪽)에 2위를 내어주고 3위를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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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반문연대 논란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이후 이 후보의 지지율은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지지율이 빠진 데에는 그 즈음 촛불정국이 변화를 맞이한 것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됐다. 즉 지난해 12월 19일 박근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이다 이재명'이 이전처럼 힘을 발휘하기 힘든 조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후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이 후보의 지지율은 이후 10% 전후를 오가며 고정세를 유지했다. 3일 마무리된 당내 경선에서는 득표율 21.2%를 기록해 의미 있는 결과를 남겼다. 지지율에서 크게 뒤졌던 안 후보와의 격차는 0.3%p 차이에 불과했다. 영남권과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에서는 안 후보를 앞섰고, 호남권에서도 0.6%p 차이로 뒤지며 안 후보와 간발의 차이를 보였다. 안 후보의 안방인 충청권을 빼면, 선전하거나 승리한 것이다.

이 후보는 대선에 임하는 당과 문 후보에게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경선 내내 대의원 투표(당심)에서 한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한 이 후보는, 줄곧 ARS 투표(민심)에서는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의원 득표율과 ARS 득표율의 차이가 크게는 14%p까지 나기도 했다(충청 지역 대의원 : 1.7%, ARS : 15.4%). 즉 이 후보의 득표율만 놓고 보면 당심과 민심이 다소 어긋나는 결과가 나온 셈이다. 민주당과 문 후보 입장에서 이 후보의 지지세를 오롯이 가져올 수 있느냐가 이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3일 수도권·강원·제주 경선을 끝으로 대선 경선을 마무리하며 "국민의 열망을 담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가 성공하길 바라고, 당원으로서 제 몫을 다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하나의 팀으로, 각자의 포지션을 정하는 게임을 해왔다. 작은 상처들을 빠른 시간 내에 치유하고 팀원으로서 같은 길을 가게 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 후보는 자신을 담당하는 기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 모바일메신저방에 아래와 같은 글을 남겼다.

"변방장수의 재미있는 도성 출전기였습니다. 더 실력을 키워야지요^^"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입장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부산 지지자들 만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이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 입장하며 지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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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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