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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제주는 붉은 섬이었던가? 철저한 희생양이 되었던 1948년 제주, 어느덧 69주기 4.3항쟁을 맞이한다.
▲ 붉은 섬 제주 과연 제주는 붉은 섬이었던가? 철저한 희생양이 되었던 1948년 제주, 어느덧 69주기 4.3항쟁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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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대지의 깃발 / 흩날리는 이녘의 땅 / 어둠 살 뚫고 피어난 /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햇살에 / 꽃잎 시들었어도 / 살 흐르는 세월에 / 그 향기 더욱 진하다...'
(잠들지 않는 남도 일부)

2017년 4월 3일 오전 10시 제주도 4.3평화공원에서는 행정자치부 주최로 '제69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린다. 제69주년 4.3 추념식을 앞두고 제주 4.3 평화공원에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필자가 방문했던 4월 1일(토)에도 제주지역에 있는 공부방과 아동지역센터와 사회단체 등의 단체방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제주도민들은 무차별적으로 학살되었다.
▲ 제주 4.3항쟁 제주도민들은 무차별적으로 학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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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의해 용인된 폭력과 살인, 지배권력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인 약자를 희생양으로 삼았던 '제노사이드'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제주 4.3항쟁의 진실은 규명되지 않았다.

2003년 10월 3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 4.3항쟁에 관해 대통령 최초로  "제주도에서 1947년 3월 1일을 기점으로 48년 4월 3일 발생한 남로당 제주 도당의 무장봉기, 그리고 54년 9월 21일까지 있었던 무력충돌과 진압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무고하게 희생됐다"며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모하며 삼가 명복을 빈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토벌대를 피해 제주의 천연동굴 같은 곳으로 피신했다. 동굴 내부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 다랑쉬마을 주민들은 토벌대를 피해 제주의 천연동굴 같은 곳으로 피신했다. 동굴 내부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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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대는 무차별적으로 주민을 학살했고 가옥을 불태웠다. 평온했던 다랑쉬마을은 1948년 4월 이후 잃어버린 마을이 되었다.
▲ 제주 4.3항쟁 토벌대는 무차별적으로 주민을 학살했고 가옥을 불태웠다. 평온했던 다랑쉬마을은 1948년 4월 이후 잃어버린 마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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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1948년 제주 4.3항쟁에 관한 진실이 밝혀지는 듯했지만, 이명박 정권이후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제주 4.3항쟁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었고, 보수 정치인들은 이를 기회삼아 지속적으로 4.3항쟁의 진실보다는 좌익이나 불순세력의 폭력으로 몰아가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도 제주4.3 평화재단을 위시하여 제주 4.3항쟁의 진실을 밝히고자 노력하는 이들로 인해 제주 4.3항쟁의 진실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는 중이다. 폭력의 시간은 69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제주도에는 직접적인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고, 아직도 그들은 보수우익 세력들의 끊임없는 4,3에 관한 왜곡된 공격으로 인해 상처를 받고 있는 중이다.

제주 4.3항쟁의 희생자들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 제주4.3항쟁 제주 4.3항쟁의 희생자들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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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공원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 제주4.3항쟁 평화공원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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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과이후,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무너졌고, 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는 정부차원에서 아예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졌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잊혀진 역사는 반복된다. 왜곡된 역사도 결국은 잊혀진 역사의 다른 말이다. 그러므로, 제주 4.3항쟁의 진상이 규명되는 일과 피해자들이 국가로부터 보상을 제대로 받고 명예회복을 하는 일이야말로 제주 4.3항쟁을 기억하는 일이 될 것이다. 이런 기억을 통해서 우리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다.

3.3평의 감옥에 남녀구분도 없이 35명이 수용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지금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탄핵된 전 대통령은 3.2평 독방에 수감되어있다.
▲ 수감된 제주도민들 3.3평의 감옥에 남녀구분도 없이 35명이 수용되기도 했었다고 한다. 지금 국정을 농단한 혐의로 탄핵된 전 대통령은 3.2평 독방에 수감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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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항쟁 69주년을 앞두고 제주 4.3평화공원을 방문했던 날, 뉴스에서는 탄핵 뒤에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수감장소에 대한 보도가 지속적으로 보도되었다. 중대한 사안이기는 하나, 올림머리니 내림머리 같은 시시콜콜한 사생활까지 뉴스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가 들었다. 물론, 수감장소에 대해 세세하게 보도하는 것도 그런 것의 일종이라 생각해서 탐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제주 4.3 평회기념관 지하에 설치되어있는 4.3관련 조형물과 안내판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수감되어있는 곳과 거의 비슷한 공간에 남녀구분없이 약 3.3평의 감옥에 35명 이상이 수용되기도 했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홀로 수감된 곳이 약 3.2평이라는 보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주 4.3평화공원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 제주4.3항쟁 제주 4.3평화공원 내부에 설치된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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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역사는 잊혀진 역사이며, 잊혀진 역사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2017년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대한민국에서 똑똑히 보고 있다. 탄핵되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에도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며 거의 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소위 박사모를 지칭되는 이들은 몇몇을 제외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유신독재하에서 피해자로 살아왔던 이들이다.

박정희와 박근혜씨에 대한 그들의 왜곡된 인식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이 새롭게 거듭나려면 그들에게 덧씌워진 거짓신화를 낱낱이 드러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대한민국이 새로운 나라가 될 수 없을 것이다.

다랑쉬동굴이 발견되었을 때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 다랑쉬마을 다랑쉬동굴이 발견되었을 때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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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실을 목도한다는 것은 때론 '아픔'이다. 그러나 아프다고해서 회피해서는 안된다. 아프지만 직면할 용기를 가질 때 진실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역사적 진보를 위한 진통, 그것은 '통과제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분이 수감생활을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아픔이다. 박사모들만 아픈 것이 아니라 촛불도 아프다. 그리고 역사를 바로 세우고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없으려면, 아프지만 더 밝혀져야 할 사실들이 많을 것이다. 이 아픔을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우리 대한민국도 그만큼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방문객들이 남겨둔쪽지들
▲ 4.3평화공원 방문객들이 남겨둔쪽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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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의 아픔, 그 진실을 대면한 이들의 소망이 담겨있는 메모지들을 보면서 나는 촛불광장의 다양한 소망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순수한 소망들이 이뤄지고, 그 기도가 이뤄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이 아닌가 싶다.

진실을 대면하는 것은 많은 아픔을 동반한다. 그런데 분명한 사실은 진실을 외면한다고 덜 아픈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기왕 아플 것인데, '성장통'이길 바라는 것이다.

1948년 제주는 붉은 섬이었는가? 아니, 희생양으로 제주가 선택되었을 뿐이다. 그런데, 69년이 되어가는 지금에도 여전히 붉은 덧칠을 하는 이들은 누구이며, 끊임없이 좌익타령을 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덧붙이는 글 | 지난 4월 1일, 다녀왔습니다.



태그:#국가폭력, #4.3항쟁, #제노사이드, #제주4.3평화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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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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