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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 <중국사람의 꽌시, 한국인의 착각>과 <중국사람과 꽌시 맺는 방법>에서는 중국사람 개개인이 서로 친구 혹은 꽌시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모습을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에는 중국사람이 사회 조직인 직장, 국가와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중국사람이 직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또 직장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대학 졸업 후 돈을 벌고 싶다

대학 졸업을 앞둔 예비 졸업생에게 졸업 후에 무엇을 할지 물어보면, 중국 대학생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모두 '돈을 벌겠다'고 합니다. 미처 이런 답변을 예상치 못한 제가 다시 그럼 돈을 벌기 위해 무엇을 할 건지 다시 물어보면, 그제야 어떤 직장에 취직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어떤 장사를 하려고 하는지 구체적으로 말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대학생도 졸업 후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는, 직장에서 나의 능력을 펼쳐 꿈을 이루겠다는 포부를 가지지만, 2~3년 직장 생활을 하고 나면, 결국 직장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으로 생각하게 되지요.

하지만 중국사람은 처음 직장 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직장은 내가 돈을 벌기 위한 곳이라고 확실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내가 돈을 버는 것이지요. 그래서 중국사람에게 직장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장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중국사람에게 직장은 내가 소속되어, 직장이라는 조직이 원하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아 나의 경제적 생활을 영위하고, 그런 과정에서 나와 직장이 서로 공존하며 발전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 아닙니다.

중국사람에게 직장이란, 내가 직장에서 시키는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장소일 뿐입니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취직했기 때문에, 직장에서 제공하는 급여 외에, 내가 직장이라는 조직을 이용하여 별도로 돈을 버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규모가 작은 가게이든, 중소기업 조직이든, 대기업 조직이든, 국가 조직이든 이런 사실은 다르지 않습니다.

30년 전 한국 기업이 중국에 처음 진출할 때, 한국 기업의 파트너로 한국 기업에서 일한 중국사람은 공공연히 한국 직장에서 일하면서 5년 안에 아파트 두 채를 못 사면 바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 한국 기업에서 일하며 돈을 많이 번 중국사람은 주위 사람에게 자신의 성공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사람에게 직장은 내가 돈을 벌 수 있는 장소입니다. 직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에는 직장에서 제공하는 급여 외에, 내가 직장을 이용하여 금전을 챙기는 능력도 당연히 포함됩니다. 그리고 직장을 이용하여 금전을 챙기는 건 본인의 능력이기 때문에, 이런 능력으로 자신이 돈을 많이 벌면 주변 사람에게 자랑할 일이지, 결코 감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직장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직원이 잘못된 게 아니고, 직원이 그렇게 할 수 있는 빈틈을 보인 직장 경영자와 관리자가 무능한 겁니다.

명당자리를 팝니다

중국에서 과거 국가 행정관료였던 신하들은 공식적으로 황제를 만날 때, 황제에게 '삼배구고두례'를 해야 했습니다. '삼배구고두례'에서 '고두'는 소리가 나도록 머리를 바닥에 찧으며 절을 하는 겁니다. 황제에게 내가 충성한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머리로 바닥을 찧을 때 큰 소리가 나야 합니다.

신하가 절을 했는데, 바닥에서 큰 소리가 나지 않으면 불경죄로 황제에게 밉보일 수 있습니다. 출세에 지장도 많고요. 그래서 황제를 만나는 신하는 큰 소리를 내기 위해 아무리 아프더라도 머리를 세게 찧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머리에 멍이 드는 정도가 아니라, 피가 흐르기도 하지요.

과거 중국 공무원 환관(내시)
 과거 중국 공무원 환관(내시)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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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관(내시) 공무원은 황제가 신하를 만나는 궁궐 회의실을 관리합니다. 그래서 궁궐 바닥에 몰래 나무판자를 묻어 두고, 그 자리에 머리를 찧으면 머리가 아프지 않으면서도 소리가 크게 난다고 신하에게 은밀히 광고합니다. 신하가 어디에 나무판자가 있는지 알려면, 당연히 환관 공무원에게 돈을 줘야 합니다. 

환관 공무원은 황제에게 급여를 받는 외에, 자신의 직장을 이용해 돈을 챙겼습니다. 매번 나무판자 위치를 바꾸기 때문에, 환관 공무원에게 나무판자 사업은 블루오션이었을 겁니다. 유능한 환관 공무원은 궁궐 회의실을 관리하는 작은 권한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거지요.

만약 궁궐 회의실을 관리하는 어떤 환관 공무원이 자신은 양심상 이런 짓을 못한다고 말한다면, 주위 사람들이 그가 정직하다고 칭송했을까요, 아니면 병신 같은 놈이라고 상대도 하지 않았을까요? 여러분의 상상에 맡깁니다.

중국 중소기업 물품 구매 담당 직원이 자신의 직장을 이용해 돈을 번 이야기입니다. 새 직원이 구매 업무 일을 시작하기 전, 전에 근무하던 직원은 A라는 물품을 100원에 샀습니다. 새 직원은 A 물품을 같은 가격인 100원에 샀지만, 지난번 물품보다 품질이 훨씬 좋았습니다. 당연히 사장은 새 직원을 칭찬했지요.

그런데 사실 새 직원은 A 물품을 90원에 사고 회사에는 100원에 샀다며 차액 10원을 자신의 이익으로 챙겼습니다. 새 직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회삿돈을 횡령한 거지요.

하지만 사장은 이 사실을 알고도 직원에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사장 입장에서는 회사가 같은 100원이라는 물품 대금을 지급하면서 이전보다 더 좋은 품질의 물건을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회사가 이 직원을 해고한다면, 회사는 이전처럼 다시 품질이 나쁜 물품을 100원에 사야 하기 때문이지요. 회사 직원은 자신의 구매 담당 권한을 이용해 급여 외의 이익을 챙긴 거지요.

비가 와도 잔디밭에 물을 줍니다

작은 가게이든, 중소기업이든, 대기업이든, 국가 조직이든, 직원이 모두 이런 식으로 일하면 그 조직은 언젠가는 망하고 맙니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라는 나라도 멀쩡하고, 중국에 성공한 기업가도 있고, 가게를 해서 돈을 번 상인도 많습니다. 아래에서 중국에 있는 크고 작은 조직(국가, 기업, 가게) 경영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직원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중국 직원 시각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직원은 경영자나 관리자가 업무지침으로 혹은 말로 지시한 일은 꼭 합니다. 지시 받은 일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합니다. 그런데 중국 직원이 일을 하는 데는 세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는 직원이 하는 일이 고용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기되어 있어야 하고, 둘째는 업무를 지시한 경영자나 관리자가 사후에 업무 진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피드백)해야 한다는 겁니다. 셋째는 업무 수행 결과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해야 합니다.

첫째 고용계약서에 명기된 업무 부분입니다. 만약 중국 직원이 회계 처리를 담당하는 업무로 고용계약을 했다면, 그는 회계와 관련된 업무만 합니다.

 중국 고용계약서
 중국 고용계약서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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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회사에서 냉장고를 사는데, 회계 담당 직원이 전에 냉장고를 판매한 경험이 있어, 그가 좋은 냉장고를 싼 가격에 살 수 있다고 판단하고 그에게 냉장고 구매 업무를 맡기면, 회계 담당 직원은 자신의 업무가 아니기에 냉장고 구매 일을 하면서 본인의 중간이윤을 꼭 챙깁니다. 회계 관련 업무 외에는 모두 자기 일이 아니기에, 본인 담당 업무 외의 일을 했다면 어떤 식이라도 반드시 보상을 받아야 하니까요.

둘째 지시한 업무의 사후 점검(피드백) 부분입니다. 중국 직원은 관리자가 수시로 업무 진행 여부를 점검하지 않으면, 일을 진행하지 못합니다. 중국 직원은 지시 받은 업무만 수행합니다.

예를 들어 지시 받은 일을 하다가, 중간에 업무 수행을 어렵게 하는 문제가 발생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라는 업무지시는 받지 않은 겁니다. 지시 받은 일을 하다가 중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본인이 해결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그래서 지시 받은 일을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겁니다.

직장에서 일하는 중국 직원은 지시 받은 업무는 철저히 합니다. 관리자가 직원에게 물통을 주면서 잔디밭에 물을 주라고 하면, 직원은 옆에 호스가 있어도 물통으로 물을 줍니다. 물통을 사용하여 잔디밭에 물을 주라고 지시 받았기 때문이지요.

중국 직원이 물통을 사용하다가 물통이 깨져 더는 잔디밭에 물을 줄 수 없다면, 그 상태에서 일을 멈춥니다. 지시 받은 물통을 더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물통이 깨지면 어떻게 하라는 지시는 없었습니다.

또 중국 직원은 비가 와도 잔디밭에 물을 줍니다. 내가 왜 잔디밭에 물을 주는지는 상관할 바도 아니고, 그 이유를 알려고 하지도 않습니다. 본인은 지시 받은 일을 하기만 하면 됩니다.

중국 직원의 이런 업무 처리 태도는, 스스로 판단해서 일하다가 조직에 큰 손해를 끼치지 않는 장점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업무 진행을 더디게 하고 어떤 경우에는 일을 마비시키는 단점도 있습니다.

셋째는 업무 수행 결과에 따른 성과급 부분입니다. 중국사람은 금전과 관련된 사항은 철저하게 합리적으로 생각합니다. 중국 직원은 자신이 담당하는 회사 일을 열심히 하든, 대강 어물쩍 하든, 하지 않든, 동일 금액의 대가를 받는다면, 일을 하지 않는 편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판단합니다.

경영자나 관리자가 업무 수행 결과에 대한 보상과 배상 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국 직원은 직장을 일하는 사무실이나 작업 현장이 아니라 휴식을 취하는 휴게실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중국 조직 경영자, 관리자가 하는 일

중국은 세계 4대 발명품인 종이, 나침반, 화약, 활판 인쇄술을 발명한 나라입니다.

세계 4대 발명품
 세계 4대 발명품
ⓒ 출처:바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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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미국에서는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세계 4대 발명품을 어느 한 개인이 만들었다고 하지 않습니다.

중국은 개인의 능력보다는, 조직의 시스템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익숙합니다. 중국이 세계 4대 발명품을 발명한 건, 발명 업무를 담당한 중국 직원 개인이 천재였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발명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프로젝트를 세분하여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그 업무 매뉴얼의 진행 여부를 점검하는 피드백 시스템이 훌륭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중국에서는 규모가 아무리 작은 가게라도 사장이 직원의 업무 수행 매뉴얼과 업무 진행을 점검하는 매뉴얼을 준비합니다. 그리고 직원의 업무 진행을 점검하는 매뉴얼에는 반드시 직원의 금전적 이해관계와 관련된 사항을 명시합니다. 직원은 업무 진행 결과에 따라 급여 외 장려금을 받기도 하지만 직장에 손해를 끼치면 배상하기도 합니다.

사장이 업무 수행 매뉴얼과 업무 진행 점검 매뉴얼을 준비하지 않고, '내가 직원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인간적으로 이렇게 잘해 주는데, 직원도 사람인데 이만큼이야 해 주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을 닫아야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중국사람이 생각하는 국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STORY : 한국에서 무역 일로 중국 사업가를 만나면서, 중국에서 장사 일로 중국 고객을 만나면서, 중국대학교에서 가르치는 일로 중국 선생님과 중국 대학생을 만나면서 알게 된 중국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되도록이면 제가 직접 경험한 일들을 쓰려고 합니다. 나무만 보고 산을 못 보는 우를 범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에 관한 개략적인 이야기는 인터넷에 넘쳐 나므로 저는 저의 주관적인 기준으로 글을 풀어가겠습니다. 이런저런 분야에서 중국과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의 피드백을 부탁합니다.


태그:#중국, #중국문화, #중국사람, #꽌시, #중국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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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사람이야기>,<중국인의 탈무드 증광현문>이 있고, 논문으로 <중국 산동성 중부 도시 한국 관광객 유치 활성화 연구>가 있다. 중국인의 사고방식과 행위방식의 근저에 있는 그들의 인생관과 세계관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어, 중국인과 대화하고 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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