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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입항한지 2일째인 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이 세월호가 실려 있는 반잠수정 화이트 마린호에서 나오고 있다.
 인양된 세월호가 목포신항에 입항한지 2일째인 1일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요원이 세월호가 실려 있는 반잠수정 화이트 마린호에서 나오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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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바다 밑에 잠들어 있던 세월호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31일 목포신항에 도착한 세월호는 현재 반잠수식 선박 위에 거치한 상태로 알려졌다. 정부는 1일 오후부터 선박 위 펄 제거 작업을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육상 거치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현재 세월호 내에는 300㎥ 정도의 펄이 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펄에는 미수습자의 유해나 유류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어 전문적인 발굴인력의 투입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현장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데다 투입된 인력들조차 유해발굴 관련 전문 지식이 없는 터라 작업은 더딘 상황. 이에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아래 조사위)는 해양수산부를 통해 국방부에 산하 기관인 유해발굴감식단(아래 국유단)의 현장 투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방부는 '6·25 전사자 유해의 발굴 등에 관한 법률'을 들어 난색을 보인 것으로 보도됐다. 해당 법률에 의하면 국유단은 6·25 전쟁 당시 전사자 중 미수습 유해를 조사·발굴하기 위해 창설된 기관인 탓에 세월호 실종자와 같은 민간인 유해 수습에 나설 수 없다는 것이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이 뒤따랐다. 국가적 재난을 맞이한 상황에서도 법리에만 연연하는 국방부의 행태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법이 문제가 아니라 발굴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닌 셈이다.

선체 발굴 경험 없는 국유단

현장에서 드러난 유해를 수습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병들의 모습
 현장에서 드러난 유해를 수습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발굴병들의 모습
ⓒ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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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가 난색을 보이는 이유와는 별개로 국유단의 현장 투입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문제인 것만은 분명하다. 선체 내 유해발굴과 관련한 전문성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등의 언론은 국유단에 대해 '해부학이나 문화재·유골 발굴 경력을 갖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고, 관련 경험도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국유단은 6·25 전사자 유해 발굴에 관한 한 국내 유일의 전문기관인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관련 경험이 육지 발굴에만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국유단은 6·25 전사자 유해발굴에 특화된 기관인 탓에 대부분 고지 발굴 위주로 발굴 작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6·25 전쟁 당시 대부분의 전투가 고지 위에서 벌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중 발굴이나 선체 발굴에 대한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문화재·유골 발굴 경력을 갖춘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문화재 발굴 경험이 없는 역사학과 재학생들도 선발하고 있다. 따라서 자대 전입 후 처음 유해발굴 현장에 투입되는 병력들이 더 많은 실정이다.

설사 문화재 발굴 경험이 있는 병사라고 해도 유해발굴에 관한 전문성은 담보할 수 없다. 유해발굴과 문화재 발굴은 아예 다른 방식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결국 병사들은 입대 후 유해발굴 현장에서 경험을 쌓게 되는데, 그마저도 전문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유해의 개체구분 및 유품 식별과 같은 기초적인 지식만을 습득하는 수준이다. 유가족과 조사위가 원하는 수준의 발굴은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세월호 선체 내 유해는 3년 동안 바닷속에 방치되어 있었던 만큼, 유해가 어떤 형태로 훼손되었을지 전혀 짐작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급한 마음에 관련 경험이 부족한 비전문 인력을 투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우려가 존재한다.

성급하게 작업 추진하면 오히려 위험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씨와 박은미씨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씨와 박은미씨가 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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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내 유해 수습 작업과 관련해 전문가들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유해발굴 전문가인 충북대 박선주 교수는 지난 29일 오마이TV <팟짱>과의 인터뷰에서 "발굴을 서두르다간 자칫 유해가 섞이거나 유실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성급하게 발굴작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전문가들로 구성된 '세월호 유해발굴수습단'을 조직해 구체적인 유해발굴 방안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또한 현장에 투입되는 실무 인력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져야 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태그:#국방부, #유해발굴, #유해발굴감식단, #세월호, #국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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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 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한국근대사 전공) / 취미로 전통활쏘기를 수련하고 있습니다. / <어느 대학생의 일본 내 독립운동사적지 탐방기>, <다시 걷는 임정로드>, <무강 문일민 평전>, <활 배웁니다> 등 연재 / 기사 제보는 heig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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