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천 전자랜드 박찬희가 출사표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3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더K호텔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천 전자랜드 박찬희가 출사표와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의 가드 박찬희는 지난 3월 2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본의 아니게 '동네북'이 되어 진땀을 흘려야 했다. 각 팀들이 서로 상대에 대하여 짓궂은 질문을 하는 시간에서 유독 전자랜드 차례에서는 박찬희의 슛에 관련된 지적이 몰렸다.

프로농구 정상급 가드로 꼽히는 박찬희지만 슛은 데뷔 초기부터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혔다. 어쩌다 보니 여러 상대팀 선수들과 감독까지 박찬희의 슛을 돌아가며 '디스'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미디어데이가 박찬희의 '슛 청문회'가 되었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하고 난감한 표정으로 헛웃음을 짓는 박찬희의 표정도 압권이었다.

사실 이날 오고간 대화들은 단순히 농담만이 아니라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일종의 기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자랜드의 상대팀들에게는 전자랜드의 약점과 대처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도발이기도 했다.

전자랜드는 3점슛 성공률이 올시즌 31.7%로 전체 8위에 불과하다. 특히 주전 가드인 박찬희의 3점슛은 17.7%도 2할도 되지 않는다. 박찬희는 7.4개의 어시스트로 전체 1위에 오르며 팀의 6강진출에 큰 공헌을 했지만 떨어지는 외곽슛 성공률만큼은 반등하지 못했다.

올 시즌만의 문제도 아니다. 박찬희의 통산 3점슛 성공률은 23.1%에 불과하다. 성공률이 3할을 넘긴 시즌이 안양 KGC 시절이던 데뷔 첫해(30.1% 2010-11)뿐이고 줄곧 20%대 이하를 맴돌았다. 상무 제대 이후 후반기에 가세했던 13/14시즌에는 비록 11경기만 소화하고 남긴 수치이긴 하지만 3점슛이 5.6%라는 아마추어에서도 보기 힘든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프로농구에서 한 팀의 주전 가드이자 국가대표까지 지낸 선수치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부진한 기록이다.

3점슛만 약한 것도 아니다. 박찬희는 2점을  포함한 야투 성공률도 통산 42%에 불과하며 올 시즌에는 38.8%였다. 심지어 가장 손쉬운 득점인 자유투 성공률도 통산 71.8%, 올시즌에는 72.6%로 가드치고는 썩 좋지 않은 편이다. 이러다 보니 전자랜드를 만나는 상대팀들은 일단 박찬희의 돌파를 차단하고 최대한 외곽에서 슛을 던지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적인 수비 전술이 되어 버렸다. 이미 시즌 중에도 전자랜드는 승부처에서 몇 번이나 상대의 이러한 수비 대응에 골탕을 먹은 바 있다.

현대농구는 가드의 공격력을 점점 중시하는 추세다. 패스에 충실한 정통 포인트 가드라고 해도 외곽슛 능력은 전술적으로 더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평가받는다. 가드가 슛이 없으면 상대는 그만큼 떨어져서 수비하거나 가드를 버려두고 다른 공격수에게 헬프 디펜스를 들어갈수 있기 때문에 수비하기가 편해진다. 특히 수비 집중력이 높아지는 단기전이라면 이러한 약점은 더욱 치명적이다.

결국 우려는 플레이오프에서도 현실로 드러났다. 전자랜드는 지난 3월 31일 열린 삼성과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5-89로 완패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가 버틴 삼성에게 골밑싸움에서 열세인 전자랜드는 외곽이 살아나야 했지만 이날 3점슛을 24개나 던지고도 단 4개밖에 성공시키며 16.7%라는 초라한 적중률에 그쳤다. 자유투도 11개나 얻어냈으나 림을 가른 것은 5개(45.5%)뿐이었다.

삼성은 이날 전자랜드의 외곽포를 봉쇄하는 데 수비의 초점을 맞췄다. 다만 박찬희에게는 적극적인 밀착 수비를 하지 않고 거리를 유지하여 외곽슛을 허용하는 새깅 디펜스를 펼쳤다. 쉽게 말해 박찬희의 3점슛은 아예 안중에도 두지 않은 것이다. 삼성 수비의 타깃은 주득점원인 제임스 켈리였고 박찬희에게는 슛을 던질 테면 던지라는 식으로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박찬희에게는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실력으로 갚아주지 못했다. 박찬희는 이날 9개의 슛을 시도하여 단 3개만 림을 갈랐다. 3점슛은 3개를 시도했으나 모두 빗나갔다. 박찬희는 이날 8점 3어시스트에 그치며 매우 부진했다. 적극적으로 본인이 공격을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보다는 마지못해 던지는 인상도 강했다. 박찬희가 슛에 대하여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미디어데이에서 지적받은 슛 트라우마를 본인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박찬희 정도의 경력을 지닌 선수에게 슛은 연습의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에 더 가까워 보인다. 물론 가장 답답한 사람은 박찬희 본인이겠지만 어차피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해법도 결국 박찬희 본인이 적극적인 공격시도를  통하여 슛을 성공시킴으로써 트라우마를 스스로 극복하는 것뿐이다. 박찬희가 이렇게 슛에 대하여 자신없는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도 상대팀들은 전자랜드를 상대로 이런 식의 수비를 계속 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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