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개막전 두산 대 한화 경기. 두산 선발 니퍼트가 7회초 역투하고 있다.

3월 3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개막전 두산 대 한화 경기. 두산 선발 니퍼트가 7회초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 3연패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개막전 5연승 행진을 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지난 3월 31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개막전 경기에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8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3-0 완승을 거뒀다. 8번 3루수로 출전한 허경민이 팀 내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톱타자 민병헌은 3회말 희생플라이로 결승타를 기록했다.

뭐니뭐니해도 두산 승리의 일등 공신은 작년 시즌 22승 투수이자 정규리그 MVP에 올랐던 '니느님' 니퍼트였다. 두산은 마무리 이용찬이 개막 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해 불펜진이 다소 불안했지만 니퍼트가 홀로 8이닝을 책임지며 김태형 감독의 걱정을 지워 버렸다. 개막전에서 보여준 니퍼트의 '에이스학 개론' 특강에 한화 타자들은 산발 4안타 무득점으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개막전에서는 '승리의 기운'을 몰고 다닌 니퍼트

2011년 두산은 외국인 투수로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었던 203cm의 장신 투수를 영입했다. 한국 무대를 밟은 외국인 투수들은 빅리그에서 한계를 느낀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니퍼트는 한국에 오기 직전 시즌 4승5패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고 그 해 월드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됐던 '현역 빅리거'였다. 그리고 니퍼트는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군림하며 두산의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니퍼트는 개막전에 유난히 강한 투수로도 유명하다. 한국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1년부터 개막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 니퍼트는 작년까지 총 5번의 개막전 등판에서 4승1패3.95를 기록했다. 이는 현역 투수 중에서는 개막전 최다 승 기록이다(통산 최다 승 기록은 개막전에서만 9번이나 등판했던 전 OB 베어스 장호연의 6승이다).

물론 통산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중인 니퍼트의 성적과 이름값을 생각하면 평균자책점 4점에 육박하는 개막전 투구내용이 썩 좋은 것은 아니다. 실제로 니퍼트는 지난 5번의 등판 중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적은 2번에 불과하고 7이닝 이상 소화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개막전의 사나이'로 불리기엔 다소 아쉬운 내용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니퍼트는 2012년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만 5.1이닝 5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했을 뿐, LG 트윈스를 상대로 2승(2011,2014년),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2승(2013,2016년)을 거두며 개막전에서만 4승을 챙겼다. 2015년에는 개막전 선발로 예정됐다가 경기를 앞두고 유니에스키 마야로 교체되는 불운이 있었지만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5경기 3승 0.56으로 맹활약하며 개막전과 정규리그의 아쉬움을 훌훌 털었다.

작년 시즌 정규리그 MVP에 오르면서 올해 역대 최초로 연봉 200만 달러를 돌파한 니퍼트는 올해도 변함없이 두산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니퍼트는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해 1승1패 2.08을 기록하며 시즌 준비를 순조롭게 마쳤다. 상대는 작년 2경기에서 1승 4.09를 기록했던 한화였다.

비야누에바에 눌린 타선, 8이닝 무실점으로 버텨냈다

한화는 정근우, 이용규, 하주석, 송광민 등이 주전 라인업에서 제외되면서 완벽한 타선을 구축하지 못했다. 니퍼트는 1회 투구에서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았지만 한화의 4번타자 윌린 로사리오를 2루수 직선타 더블아웃으로 처리하면서 가볍게 위기를 넘겼다. 문제는 니퍼트가 등판하는 개막전에서 언제나 폭발하던 두산의 타선이 이날은 침묵을 지켰다는 점이다.

두산 타선은 한화의 선발 투수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를 상대로 2회까지 삼진3개를 당하며 끌려 다녔고 3회 적시타가 아닌 상대 실책에 이은 희생타로 간신히 선취점을 만들었다. 경기가 시소게임으로 이어지면서 니퍼트도 긴장된 상태에서 한화 타선을 상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니퍼트는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투수답게 적은 투구수로 슬기롭게 이닝을 버텨 나갔다.

두산의 아슬아슬한 1-0 리드로 진행되던 경기는 두산이 6회 닉 에반스의 희생플라이, 7회 허경민의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7회까지 니퍼트의 투구수는 90개를 갓 넘기고 있었고 경우에 따라 완봉도 노릴 만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8회 신성현의 안타와 허경민의 실책으로 1사2, 3루의 위기를 맞았다. 한가해 보이던 두산 불펜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권명철 투수코치가 올라와 니퍼트와 의견을 나눴다.

니퍼트는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던지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치러야 하는데 자신이 등판한 개막전부터 불펜에게 부담을 줄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마운드에 남은 니퍼트는 혼신의 힘을 다해 공을 던져 장민석을 삼진, 김태균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총112개의 공을 던지며 승리투수가 된 니퍼트는 개막전에서 통산 5번째 승리를 챙겼고 개막전 평균자책점도 3.06으로 끌어내렸다.

비록 니퍼트에 가려지긴 했지만 한화의 선발 투수였던 비야누에바의 호투도 눈부셨다. 6이닝 동안 89개의 공을 던진 비야누에바는 두산의 강타선을 상대로 단 1개의 안타만 맞는 놀라운 호투를 선보였다. 하지만 3회와 6회에 나온 강경학과 조인성의 실책으로 비자책 2실점하면서 한국 무대에서의 첫 공식전에서 패전 투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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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개막전 두산 베어스 더스틴 니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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