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과 함께 돌아오는 남자 장범준. 봄이 와서 '벚꽃엔딩'을 듣는 건지, '벚꽃엔딩'이 울려 퍼져서 봄이 오는 건지 헷갈리는 건 나만 그런건지. 제비처럼 봄을 몰고 오는 장범준이 올해 봄엔 <다시, 벚꽃>이란 다큐멘터리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돌아왔다.

어쩌면 대중에게 그는 '벚꽃연금'의 주인공, 감당 안 되는 저작권료를 벌어들이는 뮤지션쯤으로 인식돼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벚꽃>은 뮤지션이자 인간 장범준의 '휴머니티'를 담았다. 20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찍어온 MBC 휴먼다큐 <사랑> 유해진 감독의 작품이다. 3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시, 벚꽃>(4월6일 개봉)의 언론시사회 현장을 전한다.

장범준의 열등감

다시 벚꽃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의 언론시사회 현장.

3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점에서 열린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의 언론시사회에서 장범준(오른쪽)과 유해진 감독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주)영화사 진진


<다시, 벚꽃>을 보면서 가장 놀란 건 장범준의 '노력'이었다. 당사자가 들으면 기분 나쁜 말일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난 장범준이 이토록 치열하게 노력하는 사람인지 몰랐다. 유해진 감독의 말처럼, 일부 대중은 장범준이 엄청난 소득의 저작권을 이미 가졌기에 음악에 대한 열정이 식었을 거라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장범준은 직장인처럼 매일 개인 작업실인 '대치동 반지하 1호'로 출근해 음악을 창작하고 실험한다. '어떻게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까?', '내가 어떤 음악을 만들어야 할까?' 그런 고민들은 그의 곁을 늘 따라다닌다.

이 다큐멘터리는 2015년~2016년 장범준의 날들을 담았다. 2집 앨범을 준비하는 모습을 담은 것인데, 1집 솔로앨범이 기대에 못 미치는 평가와 부진한 성적을 낸 후에 준비하는 앨범이었다. 게다가 아티스트로서 만개하는 시기인 20대에 발표하는 마지막 앨범인 만큼 장범준은 혼신을 다했다.

"장범준 이 친구가 미디어에 자기를 잘 노출하지도 않잖아요. 가수분들이 보통 행사에 많이 다니는데 그것보다 거리공연을 더 좋아하고, 인디뮤지션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다큐로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연락 닿는 게 힘들어서 직접 찾아갔고 몇 번 설득 끝에 출연하기로 결정 됐어요. 처음엔 음악에 초점을 맞추려 했는데 장범준의 인간적인 성장도 눌러 담게 됐어요." (유해진 감독)

장범준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 스틸컷.

앨범 작업 중인 장범준의 진지한 모습. ⓒ (주)영화사 진진


장범준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 스틸컷.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 스틸컷. ⓒ (주)영화사 진진


이날 언론시사 후 진행된 간담회에는 유해진 감독과 장범준이 참여했다. 음악에 심취한 세월(?)을 보낸 유 감독은 "서구에도 음악을 다루는 다큐영화는 많은데 주로 거장을 다룬다"며 "그런 일반적인 접근방식이 아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도 그들의 20대 때 많은 명곡을 탄생시켰듯, 아티스트에게 20대란 폭발하는 에너지와 열정이 있기 때문에 20대의 아티스트 장범준을 조명하고 싶었다.

장범준은 "원래 소심하고 긴장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 데뷔 전부터 셀카도 안 찍었다"며 미디어 노출을 안 하는 이유는 "그런 점이 불편한 것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음악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출연을) 선택할 이유를 못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부터 작업과정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던 터라 감독의 요청에 응하게 됐다.

장범준은 2집 앨범을 작업하며 더욱 자신을 몰아붙였다. 그저 즐겁게 부담 없이 음악 하는 저작권 부자가 아니라, 음악적 열등감에 사로잡힌 한 명의 뮤지션이었다. 그는 악보를 볼 줄 모르고, 계이름으로 세션과 소통할 수 없는 '비전공인'으로서 자신이 음악적으로 더 성장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산다. 대학에서 만화를 전공한 장범준에게 그런 열등감이 그를 더욱 노력하게 했다.

"저는 평범하게 살아오다가 오디션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서 잘 된 거다. 내가 동경하는 모습에 비춰봤을 때 부족하단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란 고민부터, 공연할 때만 일을 해야 하나 아니면 나도 매일매일 출근해서 음악을 하는 게 맞나, 그런 고민들도 한다." (장범준)

버스커버스커 해체 아냐

<슈퍼스타K3> 준우승 이후 밴드 버스커버스커로 활동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장범준은 몇 해 전 돌연 버스커버스커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솔로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에게 버스커버스커의 해체인지 묻는 질문이 이어졌고 그가 마이크를 들었다.

"버스커버스커는 해체한 게 아니라 준비과정에 있는 것 같다. 저한테는 너무 큰 기회이기도 했고, (버스커버스커) 존재가 너무나 커다란 것이었기 때문에 이걸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멤버들끼리는 술도 마시고 놀기도 하는데 음악적으로 우리가 풀어가기에는 더 많은 성장이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해서 솔로 활동을 시작한 것도 있다." (장범준)

인간 장범준의 매력

장범준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 스틸컷.

딸과 함께 있는 장범준의 행복한 모습. ⓒ (주)영화사 진진


<다시, 벚꽃>에는 장범준의 인간적인 면모가 많이 담겼다. 홀어머니 아래서 풍족하지 않은 시절을 보냈지만, 납골당 청소를 하는 어머니를 한 번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어린 시절, 남동생을 목마 태우고 다닐 정도로 살뜰히 챙겼는데 어머니는 자꾸 아버지 노릇을 하려하는 범준의 모습에 가슴 아파했다. <슈스케>에서도 말한 적 있지만, 갑상선암 수술을 한 엄마에게 보험금이 나왔는데 "범준이 등록금 할 수 있겠다"며 뛸듯이 기뻐하던 어머니의 모습에 가슴 무너졌던 일화도 들려준다. '엄마가 저 정도로 노력하는데 나는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고 이런 생각은 '벚꽃연금'을 타고 있는 지금도 노력을 그치지 않게 하는 동력이 된다.

장범준을 '유니크한 사람'이라고 한 마디로 설명한 유해진 감독은 "장범준이 메가 히트곡을 냈지만 달콤한 것들을 뒤로 하고 매일 반지하1호에 출근해서 노력하는 모습에 놀랐다"며 "범준씨가 솔로 1집의 부진한 상황을 딛고 필사적인 노력으로 스스로도 만족하고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결과물을 낸 것에서 시사하는 바도 발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절대로 자기포장을 하지 않는 점에 놀랐다"며 장범준의 겸손함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제가 지금 29살인데 30대는 어떤 음악을 할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게 버스커버스커가 됐든, 장범준 3집이 됐든 핸드메이드한 앨범을 계속 내고 싶어요." (장범준)

다시 벚꽃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의 언론시사회 현장.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의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가수 장범준. ⓒ (주)영화사 진진


장범준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 스틸컷.

4월 6일 개봉하는 뮤직 다큐멘터리 <다시, 벚꽃> 포스터. ⓒ (주)영화사 진진



장범준 다시벚꽃 유해진 벚꽃엔딩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