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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더비'가 그리 불편하지 않은 이유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지난 22일 K리그 챌린지 부산 아이파크(이하 부산)와 경남 FC(이하 경남)가 특별한 서약을 맺었다. 낙동강을 사이에 둔 부산과 경남은 그들의 경기를 '낙동강 더비'라는 명칭을 만들어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낙동강 더비가 마구잡이식 더비라는 논란에 휘말리며 많은 축구팬들에게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정말 낙동강 더비는 부정적이기만 할까?

비판 근거 : 진정한 '더비'가 아닌 '마구잡이식 더비', 억지 라이벌은 그만

낙동강 더비에 대한 비판의 근거는 다양하다. 가장 핵심은 진정한 '더비(Derby)'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마구잡이식 더비'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전 세계 곳곳엔 전쟁을 방불케 하는 다양한 더비가 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엘 클라시코', 스코틀랜드엔 셀틱과 레인저스의 '올드펌 더비', 아르헨티나엔 리버 플레이트와 보카 주니어스의 '수페르 콜라시코'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더비가 있고, 라이벌 구도가 생기게 되는 원인도 다양하다. 역사적 문제, 지역 갈등, 라이벌 팀으로의 이적 등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이러한 낙동강 더비는 단순히 마케팅 수단, 즉 흥행만을 위한 '형식적'인 점 등을 봤을 때, 마구잡이식의 더비라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다.

근거의 설득력도 일리 있다. 부산과 경남의 프런트는 이러한 마케팅 방법을 기획했을 때 '지리적 가까움'이라는 단순한 논리에 입각해 이러한 더비 구도를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부산과 경남은 클래식과 챌린지에서 수차례 경기를 가진 경험이 있지만, 이렇다 할 라이벌 구도가 생겨나진 않았다. 즉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전쟁과도 같은 '더비'의 개념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 것을 K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낙동강 더비는 단순히 마케팅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반박 근거 :

Ⅰ. '마구잡이식 더비'는 '진정한 더비'로 갈 수 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물론 논란의 중심에 있는 낙동강 더비 외에도 K리그에는 많은 마구잡이식 더비가 존재한다. 이러한 더비 구도는 구단 프런트 혹은 스포츠 언론에 의해서 만들어지는데, 그중에는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도 물론 많다. 하지만 짜 맞추기식 더비라 할지라도 그 속에 다양한 라이벌 조건이 가미되고, 이를 통해 팬들의 지지를 받는다면 흥행 면에서도 긍정적이며, 충분히 진정한 더비로의 발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혹자들은 진정한 더비는 인위적으로 생성된 것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된 것을 가치 중점에 두지만, 사실 그러한 더비 구도를 만들어내기란 쉽지 않다. K리그는 35년의 역사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스토리를 이끌어내는데 부족함이 많다. 수 십년간 쌓여온 기록에서 스토리를 각색하고, 그것을 팬들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은 K리그 흥행을 위한 언론의 역할이자 프런트의 마케팅 방법이다. 즉, 진정한 더비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은 그들의 경기에 '이야기'를 가미해주는 것이고, 그 방법으로 '000 더비'를 사용한다고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낙동강 더비의 가치를 확인해볼 수 있다.

Ⅱ. '000 더비'는 새로운 팬을 양성할 수 있는 좋은 홍보 수단이 될 수 있다

마구잡이식 더비의 장점 중 하나는 새로운 팬을 양성할 수 있다는 측면이다. K리그 기존 팬 입장에선 전혀 역사적인 근거와 이렇다 할 이유가 없는 낙동강 더비가 시시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K리그를 접해보지 않은 팬들에게 있어선 좋은 홍보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000더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는 것은 대중들에게 있어 하나의 개념으로 남을 좋은 마케팅 수단이다.

부산과 경남의 경기가 펼쳐졌을 때 어떠한 흥밋거리도 유발하지 못한다면, 기존의 팬이 아니라면 새로운 팬의 양성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000 더비'라는 이름 아래 언론과 마케팅 측면에서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 벌칙과 이벤트 등을 통한 재미와 신선함이 어필이 된다면 '000 더비'에 대한 특별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것이고, 이는 결국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야기할 수 있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Ⅲ. '더비로 인한 흥행'도 충분히 가능하다

깃발 더비 관중 수 ⓒ 청춘스포츠

마구잡이식 더비가 성공한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는 '깃발 더비'다. 이는 정치인들에 의해 시작되었는데, 당시 리그에서 좋은 행보를 보이던 성남 FC의 구단주 이재명 성남 시장이 수원 FC 엄태영 수원 시장에게 패배하는 팀의 시청에 상대 구단 깃발을 걸게 하자는 내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전까지 두 팀 간의 라이벌 구도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두 정치인의 '내기'에서 시작된 깃발 더비의 흥행은 적중했다.

2016 K리그 클래식에서 두 차례 벌어진 깃발 더비는 두 팀의 평균 관중 수의 배가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1차전 수원 FC 홈에서 벌어진 경기는 2016 시즌 수원 FC 평균 관중 수(약 4,300명)의 3배인 12,825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또, 2차전 성남 FC의 홈에서의 깃발 더비는 2016 성남 FC 평균 관중 수 (약 6,700명)의 두 배에 가까운 11,127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두 시장의 내기가 성남과 수원의 흥행을 넘어 K리그 전반의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마구잡이식 더비도 충분히 흥행을 노릴 수 있는 좋은 카드임을 증명하는 좋은 예다.

두 팀은 나란히 챌린지로 강등되었지만, 강등 당시에 많은 축구 팬들은 '깃발 더비는 챌린지에서 계속 된다' 등의 댓글을 남기며 이들을 응원했다. 그리고 챌린지에 강등된 2017 시즌 3라운드 두 팀은 다시 만났고, 많은 언론은 '깃발 더비'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이들의 경기에 스토리를 담았다. 구단 프런트 또한 깃발 더비를 언급하며 홍보에 나섰다. 깃발 전쟁은 더비로 인한 흥행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예다.

마구잡이식 더비가 살아남기 위해선

앞서 살펴보았듯, 마구잡이식 더비 또한 충분히 가치가 있고, 발전 가능성이 있으며, 새로운 마케팅 수단이라는 점에서 비판만을 건넬 수는 없다. 하지만 일시적인 흥행에 멈추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더비의 밑바탕이 중요하다. 지리적 근접성에서 맺은 낙동강 더비지만, 두 팀 간의 스토리를 찾아 홍보함으로써 더비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홍보 수단을 넘어 대대로 '진정한 더비'로 가기 위해선 스토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구단과 언론의 노력이 절실하다.

더비를 만들어내는 요소는 다양하다. 지리적 근접성, 역사적 기록, 구단의 색깔, 양 팀 서포터의 치열한 응원전까지 다양하다. 비록 마구잡이식 더비는 '더비 자체의 의미'와는 사뭇 다를 수 있으나, K리그 흥행을 위한 '애칭'의 개념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명칭이 부정적으로만 다가오진 않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청춘스포츠 하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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