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루 중인 이명기

도루 중인 이명기 ⓒ SK와이번스


2016 시즌 이명기는 부진했다. 2013년 SK에 혜성처럼 등장해서 3년간 매 시즌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지만, 작년에는 0.272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했다. 올 시즌 그는 이전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까.

이명기의 부진은 장타력을 의식하여 벌크업을 통해 체중을 증가시킨 것에 있는 것으로 본다. 그는 비시즌 때마다 인터뷰를 통해 장타력에 욕심을 내고 있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증가시켰다고 말을 했다. 변화된 신체에 맞게 스윙 메커니즘 또한 변했다.

이전의 이명기는 배트를 눕힘으로써 들어올리는 스윙폼을 가져가면서 스윙 폭 또한 짧게 가져갔다. 이러한 스윙 자세는 공을 정확하게 맞추는 데 유용했으며 밀어치는 타격에도 능해서 좌익선상이나 좌익수 쪽으로 강하게 빠져나가는 타구가 많았다. 그러나 장타를 의식한 타격 매커니즘을 장착한 후에는 타구를 정확히 맞추지도 못했고 타구의 힘 또한 없어져 내야를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비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이명기

비시즌 중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이명기 ⓒ SK와이번스


2015 시즌에는 초반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으나, 이내 체중을 줄이고 이전의 타격 폼으로 스윙을 했다. 결과적으로 팀 내 규정타석을 소화한 타자들 중 팀 내 최고 타율(0.315)과 최다 안타(164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2016년 시즌이 시작하기 전 다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을 늘린 이명기는 시즌 전체적으로 실패를 경험했다. 맞은 타구들은 땅볼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으며 '이땅기'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었다.

작년 SK는 팀 출루율이 0.356으로 리그 전체 9위였는데 테이블세터에 있던 이명기 또한 기록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이명기는 '0.272 타율, 0.332 출루율'을 기록했고 WAR(대체 선수 대비 기여승수)는 -0.25로 차라리 팀에 없는 게 나은 선수였다.

그런데 이명기는 원래 잘했던 선수다. 한 시즌의 부진으로 그를 못하는 선수라 속단하는 것은 이르다. 지난 3년간(2013~2015) 팀 내 다른 선수들과 비교한 그의 기록들을 살펴보자.

 논의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위해 세시즌간 1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만 비교했다. 그리고 주로 테이블세터로 뛰었던 그이기에 타율/출루율/기동력 등의 스탯들을 위주로 선별했다.

논의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위해 세시즌간 1000타석 이상 소화한 선수들만 비교했다. 그리고 주로 테이블세터로 뛰었던 그이기에 타율/출루율/기동력 등의 스탯들을 위주로 선별했다. ⓒ kbreport


이명기의 타율은 0.334로 팀 내 1위다. 3년간 SK에서 3할을 넘은 선수는 이명기와 최정 2명밖에 없고 걔 중에서 이명기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최소 3푼에서 7푼 이상 가량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SK에서 이명기보다 정확성 있는 타격을 하는 선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출루율 또한 0.385로 최정에 이은 2위다. 인플레이된 타구의 비율을 의미하는 'BABIP' 또한 팀내 1위다. 그는 누구보다도 그라운드 내 안타 생산을 탁월하게 하는 선수다.

기타 기록들도 살펴보면 타격이벤트들마다 가중치를 부여한 출루율인 'WOBA' 에서도 3위, 단순히 도루 개수가 아닌 복합적인 지표들을 통해 기동력을 측정하는 'SPD' 에서도 2위다. 마지막으로 동일타자가 아웃을 27번 당할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추정 득점인 'RC/27' 에서도 3위다.

본 기사에는 표를 첨부하진 않았지만 부진했던 2016시즌까지 합산하여 지난 네 시즌의 통산 기록을 내더라도 (130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타율 1위(0.319) / 출루율 2위(0.372) / BABIP 1위(0.383) / 3루타 1위(10개) 로 뛰어난 성적을 보여줬다.

 타격 중인 이명기

타격 중인 이명기 ⓒ SK와이번스


이명기는 올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예전과는 달리 체중 감량을 하고 타격 정확성을 높히는 훈련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미 SK에는 최정, 정의윤, 김동엽, 최승준 등 장타에 특화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발이 빠르고 공을 정확하게 맞추는 컨택 능력에 특화된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다.

이명기가 예전처럼 뛰어난 컨택 능력을 통해 유효 타구점에 공을 잘 맞출 수 있다면 주전 경쟁에서 살아날 확률은 아주 높다고 본다. 또한 그는 정확한 타격과 더불어 빠른 발을 통해 1루타를 2루타로, 2루타는 3루타를 만드는 선수다.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라스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안 좋았던 지난 시즌은 잊고 SK의 리드오프로써 역대 3위인 2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던 클라스를 다시금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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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최용석기자
야구 이명기 SK와이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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