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 선수들

10년 만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현대캐피탈 선수들 ⓒ 박진철


배구를 하라고 했더니 영화를 찍고 있다.

대역전극, 탈진과 병원 이송, 폭풍 눈물. 2016~2017 V리그 챔피언결정전이 연일 배구 팬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경기 내용부터 팬들을 열광케 한다. 남·녀 모두 1차전은 정규리그 1위 팀이 승리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러나 2차전부터 보고도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들이 연출됐다. 여자부 IBK기업은행은 지난 26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흥국생명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하이라이트는 단연 2세트였다. IBK기업은행은 12-20로 크게 뒤진 상황에서 34-32로 극적인 뒤집기를 연출했다. 사실 2세트 중반까지는 1세트보다 더 처참했다.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경기를 뛰기 어려울 정도로 체력이 바닥난 상태였다.

2세트마저 내줄 경우 2연패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승과 아득히 멀어질 뻔했다. 그러나 IBK기업은행 선수들은 큰 점수 차이를 극복하고 대역전극을 펼치면서 챔피언결정전 승부를 1승 1패로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남·녀 챔프 2차전, 배구 역사에 남을 명승부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더 극적이었다. 27일 대한항공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5세트 막판까지도 패색이 짙었다. 2연패로 역시 우승과 멀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5세트 8-11로 뒤진 상황에서 놀라운 대역전극이 펼쳐졌다. 특히 센터인 최민호가 레프트로 변신해 연속 득점을 폭발시키면서 경기장을 열광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챔피언결정전 2차전은 남·녀 모두 승리한 팀이나 패한 팀이나 역사에 남을 명승부였다. 3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남·녀 모두 1세트를 무기력하게 내주었던 팀들이 역전승을 일궈냈다.

30일 현재 남자부는 대한항공, 여자부는 IBK기업은행이 2승 1패로 한 발 앞서가고 있다. 이제 1승만 더 하면 올 시즌 V리그 왕좌에 오른다. 그러나 아직 우승을 점치기엔 이르다는 걸 그동안의 과정들이 여실히 보여주었다.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도 30일 기자와 통화에서 "지금 1승 앞서고 있다고 해서 안심할 단계는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결과가 단 1분 만에, 볼 처리 1~2개에 따라 확확 바뀌고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이렇게 '힘들고 간절한' 적 있었나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유독 눈물과 탈진 현상이 많다는 점이다.

현대캐피탈 문성민 선수는 2차전에서 대역전승을 거둔 직후 울컥하며 눈물을 보였다. 신영석도 문성민을 부등켜안으며 눈가가 촉촉해졌다.

최태웅 감독은 경기 직후 공식 인터뷰에서 "3세트를 앞두고 문성민에게 '너는 문시호의 아빠다'라고 말해 줬다. 정말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펑펑 쏟았다. 시즌 내내 고생한 주 공격수를 1차전 부진 때문에 크게 질책한 데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뒤섞인 눈물이었다.

여자부에서는 주전 선수들이 잇따라 탈진 증세를 보이며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IBK기업은행의 김희진과 박정아가 각각 2차전과 3차전이 끝난 직후 탈진과 어지러움증을 호소하며 코트에 주저앉아 병원으로 향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월 18일 플레이오프전부터 30일까지 13일 동안 무려 7경기를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수행하고 있다.

김희진은 한 매체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이렇게 어지러운 적은 처음"이라며 "눈의 초점이 맞지 않아서 공을 제대로 때리기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극심한 피로도는 남자부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더 강렬하기에 매 순간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팀 대부분이 '이번에 우승하지 못하면, 앞으로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모른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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