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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발이 펼치는 수중발레는 어떤가요?

17.03.30 15:3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 배주연

국밥의 거리를 지나가니 바구니에 족발이 한가득 담겨져 있었다. 족발은 가지런하게 모두 발을 위로 쳐든 상태로 놓여있었다.

이 모습을 본 순간 아름다운 다리를 지닌 여성들이 물 속에서 발레를 하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생각났다.

돼지 다리는 굵지만 의외로 가는 발목과 자그마한 발을 가졌다. 그 발은 꼭 옛날 중국의 여성에게 강조되던 전족처럼 체구에 걸맞지 않게 너무나 작다. 그래서 돼지가 무게 중심을 잡느라 살짝 뒤뚱거리며 걸을 때는 흡사 하이힐 신은 여성을 빼닮았다.

이 잘록한 발목과 앙증맞은 발로 돼지가 수중발레를 한다면 나름 인기를 끌 것 같다. 하지만 돼지가 하마가 아니니 잠수를 잘할 것 같지 않아서, 자칫 공연 도중 익사 등의 불의의 사고를 당할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이미 죽은 돼지의 다리인, 이 족발은 다시 죽을 이유도 없으니 맘껏 수중발레를 할 수 있다. 국밥의 거리 내 주방 가마솥. 차가운 물에서 점점 뜨거운 물로 바뀌면서, 무대는 보글보글 거품과 김도 쉭쉭 가세하여 한층 더 화려해진다. 오히려 올림픽 싱트로나이즈드 스위밍보다 이 가마솥 공연장이 더욱 볼거리가 많다. 게다가 대파, 양파, 마늘 등의 조연도 있다. 족발이 수중발레를 할 때, 국밥집 아줌마는 감독과 연출에 관람객 맞이까지 해야 하니 바쁘다.

그런데 이 가마솥 공연이 끝났다고 아쉬워할 이유는 전혀 없다. 오히려 2부 공연에 환호할 것이다. 1부 공연 후 카라멜색으로 의상을 바꾼 족발이 그대의 입안에서 1인 관객을 위한 특별 싱글 공연을 펼칠 테니까.

족발. 콜라겐이 많아 피부에 좋다고 어떤 이는 믹서기에 갈아 주스처럼 음용도 하는 걸 본 적 있다. 어쩌면 이 족발이 회처럼 얇게 포로 떠져 피부 마사지용으로 팔릴 지도 모른다. 이쯤되면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란 카피를 내건 어느 화장품 광고와 차별화되는 "먹으면서 피부에도 나눠주세요"가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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