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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기사 : 정동영 "사드 결정에 대한 국정조사 필요"

대선이 40일 정도 남았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지난 5개월은 5년이란 시간처럼 길게 느껴진다. 지난해 10월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조기 대선을 주장하는 사람은 있었지만, 실제 실현될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왜냐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이 적었고 국회가 여소야대라고 하지만 탄핵 가결에 필요한 200명은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1600만 명의 국민이 광장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을 들었고 결국 박 전 대통령은 파면됐다. 그런 후 20일이 지난 지금 각 당은 대선 후보를 선출하느라 분주하다. 개헌 주장과 반문연대에 대한 주장 또한 솔솔 나오고 있다. 이런 흐름을 정동영 의원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3월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정 의원을 만나 2시간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 운명 바꿀 자각한 시민 등장한 것"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 정동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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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21일에는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어요. JTBC의 태블릿 PC 보도로 시작되어 검찰 출두까지 5개월이 걸렸어요. 5개월 동안 촛불집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구속, 대통령 파면 등으로 말 그대로 다이내믹 코리아였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15글자를 이정미 재판장이 낭독할 때 5천만 국민의 심장에 쿵 소리가 났어요. 이제 새로운 공화국이 탄생했다는 탄성의 소리였다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30년 전엔 직선제 쟁취가 국민적 요구였어요. 이번에는 뽑았지만 잘못하면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잖아요.

지난 5개월 동안 국민의 외침 중 인상적인 구호는 '내가 나를 대표한다'예요. 어느 누가 자신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것을 주체적으로 자각한 거죠. 헌법 1조가 이제 종이에 적힌 글씨가 아니라 일상생활로 들어왔어요. 그런 점에서 진정한 시민의 탄생이었다고 봅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시민의 권리를 자각한 민주공화국을 새롭게 해야 하는 거예요."

- 촛불집회는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보셨어요? 나도 잘못하면 국민이 쫓아낼 수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반대예요. 저는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우리 역사에 아주 결정적인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우리 역사는 오점이 많은 역사잖아요. 123년 전 동학농민혁명과 청일전쟁에 뿌리를 둔 분단 조건 속에서 우리의 운명을 바꿔낼 수 있는 자각된 시민이 등장한 거예요.

대통령을 뽑을 뿐만 아니라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걸 자각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내 삶을 개선하라는 것이에요. 이전 혁명이나 항쟁의 그 과실이 군인, 재벌 그리고 정치인에게 돌아갔죠. 그러나 11월 혁명의 과실은 국민에게 돌아가야죠. 저는 정치인으로서 그렇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그것이 뭐냐면 국가 대개혁을 선도하는 거예요. 촛불집회에서 재벌 개혁하고 정치·검찰개혁하고 언론과 정치 개혁하라는 요구는 봇물처럼 터져 나왔지만 지난 5개월 동안 국회는 개혁입법을 한 건도 통과시키지 못했어요.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죠. 그럼 새로 뽑은 대통령을 믿으면 되냐면 다시 실망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제안하고 줄기차게 주장하는 것은, 국가 대개혁을 할 수 있는 법안 제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라는 거죠.

무슨 말이냐면 대통령과 국회의원만 법안 제출권을 올릴 것이 아니라, 국민 일정 숫자가 서명하면 법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세월호법을 제정하라고 나라의 주권자 350만 명이 서명했지만 법을 못 만든 거잖아요. 호랑이를 그리라고 했는데 고양이를 그렸어요. 이게 핵심이에요. 대통령 파면은 국민이 한 거잖아요. 그러면 이제 그걸 제도화해야 해요.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는데... 제가 주장하는 건 원래 우리 헌법에 있었는데 군인들이 없애버린 국민발안권제 도입하고 직접 민주주의 도입하고 국민소환제 도입하자는 거예요. 이것이 있었다면 엄동설한에 1600만 시민이 고생하지 않았어도 돼요. 스위스는 국민의 1%가 헌법개정안 제출할 수 있어요. 스위스가 직접 민주주의를 하는 나라인데 가장 불평등이 적고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잖아요. 이미 증명된 거예요. 차기 정권은 어차피 소수파 정권이에요. 개혁하려면 힘이 없어요. 국민의 힘을 등에 업으라는 거죠.

2006년 당의장 할 때 제가 참여연대 제안을 받아들여서 신념을 가지고 밀어붙인 게 주민소환제예요. 지방자치는 주민 소환제가 있는데 왜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못 하나요? 모든 선출직 공직자는 불량품이면 가전제품 리콜하듯 리콜할 수 있도록 해야죠. 국민 발안제, 국민 소환제, 그리고 중요한 정책에 대해서 국민의 의사를 물을 수 있도록 국민 투표를 확대함으로써 자각된 시민의 힘을 개혁의 동력으로 삼자는 게 제 얘기예요."

"이제 비로소 유신 끝났다 볼 수 있어"

- 오늘(27일)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청구했어요.
"당연하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헌법이 정했어요. 800억 원에 달하는 돈을 대통령의 막강 권력으로 기업에서 강제 출연케 했죠. 거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삼성에서 400억의 뇌물을 받았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블랙리스트죠. 민주 공화국 기초를 파괴했잖아요. 권력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서 국민의 세금으로 된 기금 지원을 봉쇄하고 종북 세력으로 몬 것은 파시스트나 할 행위를 저질렀어요. 국기 문란 행위죠. 이런 것들에 대해 당연히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 차기 정권은 촛불 민심을 대변할 필요가 있어요. 촛불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사람이 촛불 민심을 대변할 수 있을까요?
"촛불 집회에 몇 번이나 갔느냐가 촛불 민심을 받드는 기준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정치인의 세계관과 역사관이 뭔지가 더 중요하고 그런 생각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 능력과 경험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주말 광주, 전남, 전북에서 10만 명 가까운 시민들이 먼 길을 자기 발로 와서 투표했어요.

그게 뭐냐면 국민의당에 대해서 '한번 밀어줄 테니 정권을 놓고 경쟁해보라'고 밀어준 것으로 생각합니다. 십 만의 흐름은 조직 동원이나 개인의 역량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하나의 흐름, 대중 가슴 속에 있는 정치적 민심의 흐름을 반영했다고 보는 것이거든요. 촛불 민심을 받들라는 것으로 저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 오늘 박지원 대표는 라디오에 나와 "문재인은 적폐청산을 말하는 등 너무 과격하기 때문에 안정을 원하는 호남민들이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이다"란 발언을 했어요.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의 적폐청산 발언이 과격하다면 국민의당은 정권 잡았을 때 적폐청산 안 한다는 의미일까요?
"전 생각이 달라요. 개인마다 생각이 있을 텐데 적폐청산이 과격한 건 아니에요. 과거를 다 덮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겠어요? 뭐가 정의였고 뭐가 정의였는지를 밝혀내고 그 진실에 기초로 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가는 게 대한민국이죠. 진실을 밝히고 잘못을 바로잡는 적폐청산이야 당연한 거죠."

- 우리나라는 친일과 독재 청산을 못 했어요. 그 결과가 아시다시피 대통령 탄핵이에요. 친일과 독재의 대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인 것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과거 청산을 하려면 박정희 전 대통령을 넘어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할까요?
"박근혜 파면의 가장 큰 역사적 의미는 박근혜와 함께 박정희 유산을 정리했다는 것입니다. 이제 비로소 유신이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이 땅에서 영구히 몰아냈다고 볼 수 있죠. 친일의 뿌리에도 상당한 타격을 가했다고 봅니다. 근본적인 청산까지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제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운동이 시작될 거라고 봅니다."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공화국'이라고 못박을 필요 있어

- 반문연대 혹은 반 민주당 연대 얘기가 나오는데 이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보세요?
"지금은 국민의당으로서 그런 얘기를 할 때는 아닌 것 같아요. 국민의당이 집권할 수 있는 실력이 있는지와 확실한 대안을 가졌는지를 보여줄 시간이죠. 아직 대선의 막이 오르지도 않았는데 반문연대를 앞세우는 것은 현명한 것 같지는 않아요."

- 대선은 대통령 한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그것과 함께 집권당을 선택하는 것이잖아요. 국만의당이 현재 39석이잖아요.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초기에 초미니 여당 의장 경험이 있으시죠. 국민의당이 집권했을 때 연정이나 정계개편은 하지 않고 39석으로 적어도 2020년까지 가야 하는데 가능할까요?
"대선이 끝나고 국민의당이 승리한다면 당연히 연정을 추진해야 하겠지요."

- 개헌 주장이 끊이질 않아요. 1987년에 개헌해서 30년이 되었으니 시대상을 반영하기 위한 개헌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정치권이 말하는 개헌은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것뿐인 것 같은데.
"개헌은 국민에게 직접 권력을 돌려주는 것이 핵심이에요. 그리고 개헌은 해야 돼요. 왜 해야 하느냐면 국민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죠. 장사 안 되고 취직 안 되는 것은 열심히 안 해서인 것은 아니잖아요. 또 일자리가 전부 비정규직인 것이 세계가 마찬가지인 건 아니잖아요. 이유는 결국 정치의 실패예요. 정치라는 건 돈과 권력의 분배예요. 돈과 권력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는 결과가 한국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이에요. 그러면 정치를 교정해야죠.

그런데, 대통령을 새로 뽑는다고 돈과 권력의 분배가 제대로 된다고 전 믿지 않아요. 이것은 촛불 시민 평화혁명의 과실을 국민에게 돌리기 위한 헌법 질서의 개혁이 필요해요. 그 목표는 돈과 권력을 제대로 배분하기 위해서죠. 예컨대 헌법 1조 3항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 공화국이다'라고 못박을 필요가 있죠. 또한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 그리고 선거제도 개혁하는 것이 주요 골자가 되겠죠. 그러나 앞서 말한 국민에게 권력을 주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고 나머지는 거기에 따라가는 것이요.

우리가 가장 고통스러운 게 분단구조예요. 분단을 가지고 씨름한 나라가 몇 개 있잖아요. 그중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독일이잖아요. 그런데 독일은 통일을 먼저 했을 뿐만 아니라, 노벨상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많이 받았어요. 그리고 중소기업도 강하고 대학 등록금도 없어요. 사회복지도 잘 돼 있어서 노인들도 행복해요.

그러나 독일인들이 우리보다 꼭 부지런하고 열심히 해서 그렇게 됐느냐면 아니죠. 우리는 정치가 실패했지만 거기는 실패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독일을 적극적으로 배울 필요가 있죠. 독일은 서독의 제도를 그대로 통일 후에 적용했는데 무리 없이 그대로 적용해 유럽의 최강국이 됐잖아요. 그래서 독일을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왜 헌법 개정이 필요하냐면 OECD 34개국 가운데 불평등이 심한 하위는 멕시코, 칠레, 한국, 미국 등 네 나라예요. 이들의 공통점이 뭐냐면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예요. 그리고 평등도가 높은 북유럽의 나라들 특징은 합의제 민주주의와 다당제 민주주의를 하고 있다는 거예요. 정치 실패인데 여기에도 원인이 있다고 진단하는 게 합리적이죠. 하지만 국민이 '대통령제 이대로 좀 더 가 보자'면 이대로 가는 거예요."

"추첨 민주주의 등 통해 시민의회 구성해야"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
ⓒ 정동영 의원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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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하지만 지금 정치권에서 나오는 안 중 하나가 이원 집정부제잖아요. 대통령은 외치를 맡고 총리는 내각을 맡으라는 거잖아요. 그러나 외치와 외치 구분이 애매모호해요. 그리고 이원집정부제를 해서 권력 집중이 안되니 비리가 안 생길 것이란 장담도 못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걸 대선 승리가 어려우니 권력 나눠 먹기 하자는 야합으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국회의원들이 모여서 개헌을 하는 건 현실적이지도 않고 옳지도 않아요. 불가능해요. 국민 개헌이어야 해요. 국민이 요구한 건 대통령 한 명 갈아치우라는 게 아니고 내 삶을 바꿔 달라는 거잖아요. 그렇게 하려면 정치를 바꿔야 하고 정치를 바꾸기 위해선 헌법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국민적 합의와 국민적 동력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방식은 시민 의회 같은 방식이죠. 대의 민주주의 중 대표성이 높은 제도가 추첨 민주주의라고 해요. 우리 국민 5천 만 명의 대표성을 가질 수 있는 일정 수의 시민의회를 구성해서 전문가들 도움을 받아 시민들이 아픈 데가 뭐고 가려운 데가 뭔지를 잘 짚어서 '이렇게 나라가 바뀌면 좋겠고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이 이렇게 바꾸면 좋겠다'라는 것을 국민의 대표자들이 합의해서 결정하면 국회가 입법하고 개헌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시민의회가 생긴다 하더라도 시간이 가면 기득권화 되지 않을까요?
"이건 한시적인 거죠. 6개월이든 1년이든 시간을 정해서 연령별, 성별, 지역별, 직업별, 계층별로 다양한 계층에서 일정하게 표본을 추출하고 추첨하는 거죠. 이분들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충분하게 학습과 토론해서 '나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치가 어떻게 바뀌어야 되겠다'라고 국민적 개헌안을 만들면 이걸 국회가 발의하면 된다는 것인데 이건 아이슬란드나 아일랜드에서 이미 실현했던 제도예요."

-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여권인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후보를 내려고 해요. 박근혜라는 한 명을 탄핵한 게 아니라 그와 함께 집권당을 탄핵한 거죠. 그렇다면 최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해요. 좀 심하게 말하면 자유한국당은 스스로 정당해산을 해야 해요. 그런데 후보를 내는 게 잘하는 건지 의문이죠. 바른정당이 탄핵에 찬성했지만 박근혜 정부를 탄생시킨 원죄가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탄핵 했으니 후보 낸다고 하는데 어떻게 보세요?
"그게 바로 정치의 무책임성이에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은 스스로 책임지려고 하지 않아요. 어떻게든 모면하려고 하죠. 책임을 구속하는 건 주권자들의 몫이에요. 몇 퍼센트든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잖아요. 그건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의 책임이면서 동시에 주권자 책임이죠. 그래서 정치가 어려운 거예요. 그래서 정치를 현실이라고 말하잖아요. 그러나 이 현실을 인정하고 매몰돼 버리면 앞으로 나갈 수 없죠. 무책임한 현실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는 이상(理想)과 정열(情熱)이 필요한 거죠."


태그:#정동영,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시민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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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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