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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8일 출시된 쏘나타 뉴 라이즈. 7세대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신차급 변화와 가격경쟁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 3월 8일 출시된 쏘나타 뉴 라이즈. 7세대 부분변경 모델임에도 신차급 변화와 가격경쟁력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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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切齒腐心)과 격세지감(隔世之感).

요즘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를 두고 하는 말이다. 만년 1위, 국민차 등의 수식어와 함께 국내 자동차 시장을 쥐락펴락해온 현대차였다. 탄탄한 내수(?)를 바탕으로 현대차는 해외로 눈을 돌렸고, 어느새 글로벌 톱 5의 글로벌 회사로까지 성장했다. 하지만 급성장만큼이나 위기도 빠르게 찾아왔다.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 성장세가 한풀 꺾이다 싶더니, 국내 시장의 '독주체제' 역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벤츠, 베엠베(BMW) 등 해외 수입차들은 국내 고급차 시장뿐 아니라 중저가 시장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게다가 르노삼성을 비롯해 한국지엠, 쌍용차 등 국내 마이너 3사의 대대적인 반격도 만만치 않다. 국내외 어딜 봐도 손쉬운 적(敵) 하나 없다. 현대차 입장에선 말 그대로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낄 만 하다.

물론 현대차 입장에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도 없다. 더 이상 밀리면 앞날을 기약할 수 없다는 위기감도 팽배하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최근 울산 공장 간부 500명을 상대로 위기 극복을 위한 설명회까지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글로벌 경쟁이 날로 심화되고 있고, 국내외 판매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윤 사장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냉정하고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내놓은 위기극복 대안은 단순했다. 소비자가 감동할 수 있는 완벽한 품질의 자동차를 내놓는 것이다.

'격세지감'의 현대차...'더 이상 밀리면 끝장'이라는 위기감 팽배

윤 사장의 대안은 어찌 보면 모든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그의 단순하고 다소 뻔한 이야기가 '새로운' 이유는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자동차 시장의 독주체제가 무너진 최근 몇 년 사이엔 더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중형차 쏘나타의 모습은 눈여겨볼 만하다. 쏘나타 뉴 라이즈(New Rise)라는 이름으로 지난 8일 나온 이 차는 엘에프(LF) 쏘나타의 부분 변경 모델이다. 작년 르노삼성의 SM6와 한국지엠의 올뉴 말리부 등의 시장 공세가 거세면서, 쏘나타 판매가 전년에 비해 24.2%나 줄어들었다. '아반떼' 등과 함께 현대차의 대표 상품인 '쏘나타'의 굴욕이나 다름없었다. 현대차 입장에선 '승부수'를 띄워야만 했다.

이광국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장은 "이번 쏘나타 뉴 라이즈는 철저하게 고객을 중심으로 두고 변화를 모색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단순히 기존 차량에서 디자인 등 일부만 바꿔 내놓는 부분 변경모델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대대적인 변화도 이끌었다. 사실상 신차 수준이나 다름없다는 평가였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출시 이후 영업일 기준으로 11일 만에 3800대 이상 계약이 이뤄졌다. 하루 평균 300대 이상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이 수준이라면 이번 달 쏘나타 누적 계약 대수도 7200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내부에선 올해 내놓은 판매목표 9만2000대 달성을 조심스럽게 예상하고 있다. 작년 8만2203대 판매한 것에 비교하면 1만 대 이상 많은 것이다.

완전한 새 모델이 아닌 같은 7세대의 '부분 변경' 모델이 나름 시장에서 호응을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쏘나타'라는 기본적인 브랜드 파워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신차급 변화와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들고 있다.

32년 단일 모델 '쏘나타'의 굴욕과 반격... '신차급 변신'으로 시장 재탈환

현대차 쏘나타는 1985년 첫선을 보인후 32년동안 동일브랜드를 유지한 국내 최장수 자동차 모델이다. 7세대 쏘나타와 지난 3월 8일 공개된 부분변경모델 쏘나타 뉴라이즈.
 현대차 쏘나타는 1985년 첫선을 보인후 32년동안 동일브랜드를 유지한 국내 최장수 자동차 모델이다. 7세대 쏘나타와 지난 3월 8일 공개된 부분변경모델 쏘나타 뉴라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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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급 변화'는 디자인부터 파워트레인, 안전사양 등 곳곳에서 묻어났다. 우선 쏘나타 뉴 라이즈는 기존 모델의 차체 크기는 그대로 유지했다. 대신 디자인을 대폭 바꾸는 변신을 감행했다. 앞쪽에는 현대차가 최근 그랜저 등을 통해 선보인 '와이드 캐스캐이딩 그릴'을 넣었다. 예전 모델보다 훨씬 스포티하면서도, 차체 크기는 더 커 보였다.

뒤 모습도 범퍼와 뒤쪽 램프 등의 디자인을 크게 바꾸면서 보다 깔끔하게 마무리됐다. 실내공간도 훨씬 고급스러워졌다. 운전석 센터페시아의 화면도 커졌고, 각종 조작 버튼도 변화를 줬다. 운전자 입장에선 과거보다 좀 더 편안하고, 쉽도록 운전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자동차의 심장인 파워트레인도 좋아졌다. 특히 2.0 터보 모델에는 국산 중형차 최초로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다. 가속 성능과 연료 효율성에서 개선됐고, 주행감 역시 크게 좋아졌다는 것이 회사 쪽 설명이다. 2.0 터보 모델의 경우 1리터당 11.2km(구 연비 기준)로 예전보다 3.7% 나아졌다. 또 차량 앞뒤 바퀴의 서스펜션 구조와 강성을 높였다. 승차감은 좀 더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안전·편의 사양도 다양해졌다. 현대차의 최첨단 지능형 안전기술인 '현대 스마트 센스'를 비롯해 '내차 위치 공유 서비스', '스마트폰 미러링크' 등이 탑재됐다. '원터치 공기 청정 모드'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실내 공기를 강제 순환시켜 미세먼지를 제거하고,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준다.

현대차는 이번 쏘나타를 내놓으면서 대부분 모델의 가격을 오히려 낮추거나 그대로 뒀다. 주력모델인 2.0 가솔린의 경우 일부 트림은 기존 모델보다 22만 원을 낮췄다. 또 8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간 2.0 터보 모델도 인상 폭이 33만~63만 원으로 묶였다.

작년 중형차 시장 돌풍을 일으켰던 르노삼성의 SM6가 최근 가격을 많게는 65만 원까지 올린 것과는 비교되기도 한다. 출시 초반부터 쏘나타가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는 데는 이같은 가격 경쟁력이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대차의 쏘나타는 지난 1985년 이후 무려 32년 동안 국내 중형차를 대표한 최장수 모델이다. 현대차의 간판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7번에 걸쳐 새 옷을 갈아입었던 쏘나타는 현대차를 위기의 역사에서 빛을 낸 차였다. 이번에도 다시 현대차를 살릴 수 있을지, 소비자들이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지난 3월 8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열린 쏘나타 뉴 라이즈 출시 행사 모습.
 지난 3월 8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 열린 쏘나타 뉴 라이즈 출시 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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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쏘나타 뉴 라이즈, #현대차, #S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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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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