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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에 가짜뉴스가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았다는 사실에 큰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상대를 속이는 일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했다.

학자들은 인류가 먹이사슬의 정점에 선 이유로 무기(도구)의 사용을 든다. 매머드 사냥은 돌칼만으로는 불가능했다. 속임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류는 그를 속여서 무리에서 떼어내고 함정에 빠뜨려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속임수를 가장 잘 쓰는 인류가 가짜뉴스에 속은 이유는 무엇일까.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에게 요정은 진실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소년이 될 것이라 얘기한다.
 거짓말을 하면 코가 자라는 피노키오에게 요정은 진실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소년이 될 것이라 얘기한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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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짜뉴스에 속는 것은 뉴스 형식 때문이 아니다. 정보 과잉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팩트체크(fact-checking)할 시간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다. 사람들은 비판적 사고 대신 방송, 신문 등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대로 수용한다.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은 언론사의 명성보다 좋아요나 공유 숫자다.

지금 생각해보면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힐러리가 IS에 무기를 공급한다'는 가짜뉴스는 약간의 사실 확인을 거치면 거짓임이 금방 드러난다. 속임수가 정교해지고 진화했다기보다 인류가 퇴화한 것에 가깝다.
 
언론 역할의 부재가 가짜뉴스의 확산을 부추겼다. 경찰이 있어도 도둑을 잡지 않으면 범죄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진짜 뉴스'로 가짜뉴스 확산을 막아야 할 언론은 급변하는 미디어 지형에서 생존 경쟁하느라 진실 추구라는 본분을 잊고 있다. 트래픽, 네이티브 광고 등 수익을 좇는 게 현재 언론의 자화상이다.

팩트체크는 대선, 총선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해야 할 일이 아니라 평시에 항상 해야 하는 언론의 책무다. 또한, 오보를 내고도 반성하지 않거나 자극적 기사 제목으로 독자를 유인하는 행태 등의 나쁜 관행을 고치지 않는다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구분은 무의미할 것이다.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법적 처벌과 팩트체크 등이 거론되고 있다. 상대를 속이려는 욕구는 인간의 본능이다. 하지만 인간이 구축한 민주주의, 자유경제 등 사회시스템은 신뢰를 기반으로 작동한다.

인간의 본능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조절되는 이유는 상대를 속여서 얻는 이익보다 신뢰를 형성할 때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달았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모든 주체는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가 더 커지기 전에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태그:#가짜뉴스, #팩트체크, #언론,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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