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한 지방의료원 간호사가 휴대폰에 적힌 3월달 근무 일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N(나이트 근무) 후에는 잠자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한 지방의료원 간호사가 휴대폰에 적힌 3월달 근무 일정표를 보여주고 있다. N(나이트 근무) 후에는 잠자기에 바쁘다고 말했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의료원들은 최근 간호사의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등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충청남북도는 물론이고, 다수의 지방의 의료원들은 간호사를 제때 구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지방의료원들이 고질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데는 낮은 급여와 열악한 근무조건도 한몫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충북 K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의 의료원들이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며 "의료원당 평균 20명 정도의 간호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충남 J군의 한 간호사는 "J의료원의 간호사 정원은 221명인데, 실제로 근무하는 간호사는 184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의 의료원에 종사하는 간호사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질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충남 J의료원 노조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간호사 1인당 환자 4명을 돌본다. 하지만 한국은 간호사 1인당 20여명의 환자를 담당 한다"며 "이쯤 되면 환자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쳐다보는 수준"이라고 푸념했다. 지방 의료원들은 여기에 더해 간호 인력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지방 의료원의 공공의료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간호 인력 보충과 급여 현실화 등 간호사들의 처우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신했는데도 나이트 근무, 눈치 보여 말도 못해

29일, 기자는 지역 의료원 간호사들 직접 만나 하소연을 들어봤다. 지방 의료원 간호사들의 근무 형태는 생각보다 훨씬 더 열악했다. 빠듯한 근무 일정 탓에 임신한 몸으로 나이트(야간) 근무를 강행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가족여행이나 취미 생활 같은 여가활동은 꿈도 꾸기 어렵다.

11년차 간호사 김아무개(30대, 여)씨는 현재 임신 중이다. 김 간호사는 임신 중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이트 근무에 나선다. 동료들에게 민폐를 끼치기 싫어서다. 김 간호사는 "가뜩이나 간호사가 부족한데 야간 근무를 빼달라는 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J의료원 노조 지부장은 "임신한 간호사에게 나이트 근무를 시키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임신한 간호사들은 나이트 근무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동료 간호사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나이트 근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휴무 날은 잠자기에 바쁘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16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16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대학을 갓 졸업한 신입 간호사들에게도 지방 의료원의 빡빡한 근무 일정을 소화하는 것은 벅차기만 하다. 게다가 서울에 있는 친구 간호사들의 연봉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다.

지방의 한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2년차 간호사 송여정(가명, 25세, 미혼)씨는 "간호사가 부족해 근무 일정이 빠듯하다. 쉬는 날이 되면 피로가 몰려와 잠을 자기에 바쁘다"고 하소연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친구들을 생각 하면 한숨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김 간호사는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나보다 휴무가 5~6일이나 더 많다. 그런데도 연봉은 나보다 훨씬 많다"며 "가끔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회의가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가족 여행은 엄두도 못내"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16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이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 2016년 조사해 발표한 자료이다.
ⓒ 이재환

관련사진보기


J의료원 간호사 유호정(가명 30대, 여)씨는 "보건소에 근무할 때는 주말에 가족여행을 자주 다녔다"며 "지금은 근무 일정이 빠듯해 여행 계획을 짤 수가 없다. 오프 신청을 하는 것 자체도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유 간호사는 또 "서울의 종합 병원에서 지역 의료원으로 이직해 오는 간호사들도 가끔 있다"며 "서울에서 보다 더 빠듯한 근무 일정 탓인지 2년도 안 되어, 공무원 시험을 보겠다며 사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유 간호사의 하소연은 계속 이어졌다. 유 간호사는 "미국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내 친구는 일주일에 3~4일 정도만 일하고 쉰다. 볼 때마다 부럽다"고 말했다. 유 간호사 역시도 나이트 근무가 끝나면 여가 생활은커녕 잠자기 바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정해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현재 지방 의료원의 간호사들은 3조3교태 형태로 빠듯하게 근무하고 있다"며 "해결책은 인력 보강이다. 4조3교대나 5조3교대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지방 의료원의 간호 인력을 늘려 공공의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 민간 병원이 이를 보고, 쫓아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간근무에 대한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J의료원 노조 지부장은 "간호사들의 야간 노동을 줄이기 위해 야간 전담 간호사제도를 도입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지부장은 이어 "간호사실에 침대를 놓고 간호사들이 교대로 휴식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태그:#지부장 , #의료원 , #간호사 인력난
댓글4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