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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8시 51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 29세대가 불에 탔다.
 29일 오전 8시 51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 29세대가 불에 탔다.
ⓒ 구룡마을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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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8시 51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에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지붕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29일 오전 8시 51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에 불이나 소방대원들이 지붕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 구룡마을 주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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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9일 오후 9시 47분]

"주민센터엔 안 가요. 여기 있을 거예요. 자기들 뜻대로 우리를 쫓아내려는 거잖아요."

29일 서울시 강남구 구룡마을 화재현장 옆 교회에서 만난 한 70대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강남구에서 마련한 대피소인) 개포1동 주민센터로 안 가시냐'는 기자의 질문을 받고 나서였다.

할머니가 서 있는 교회 문 앞엔 파란색 볼펜으로 '화재민 임시 대피소'라고 쓰여 있었다. 강남구청이 아닌, 주민들이 교회에 양해를 구해 임시로 마련한 대피소다. 방 한 칸짜리 작은 교회 안에는 10여 명이 둘러 앉아있었다. 몇몇 주민들은 "주민센터에서 이불을 가져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할머니는 이날 오전 8시 51분에 발생한 구룡마을 화재사고의 피해자다.

경찰은 사고 원인에 대해 '거주자 김아무개(70)씨가 가스히터를 손질하던 중 가스가 새는 줄 모르고 점화 버튼을 눌렀다가 큰불로 번졌다'고 설명했다. 비닐, 합판 등 불에 타기 쉬운 소재로 지은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던 까닭에 근처의 집까지 순식간에 타버렸다. 전날까진 가정집이었을 구룡마을 7지구에 속한 29가구가 흔적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변했다. 할머니를 포함해 43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재민 "서울시와 강남구 믿을 수 없어, 자체 대피소에 남겠다"

29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있다.
 29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에 화재가 발생해 소방대원이 화재현장을 조사하고있다.
ⓒ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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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포함한 주민들은 왜 강남구에서 마련한 대피소로 가지 않는 걸까. 할머니는 "보상금 때문"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11월 구룡마을 재개발 방식을 확정한 서울시는 구룡마을 주민들에게 낮은 임대료로 임대주택으로 옮길 수 있게 하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주민은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서울시와 강남구를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구룡마을 주민 김아무개씨는 "적은 돈이지만 여기는 내 돈 주고 들어온 내 집"이라며 "임대아파트를 준다고 하는데 임대료를 내면서 사는 것과 비교가 되냐"고 했다. 주민 문아무개씨도 "이사비용도 이사 가고 나서 준다는데 믿을 수 없다"며 "서울시에서나 강남구청에서나 언제 지원해주겠다는 약속이 없다. 불안해서 이사 갈 수가 없다"고 했다.

2014년 11월 발생한 화재사고 이재민으로 현재 다른 지역에서 사는 구룡마을 전 주민도 이날 주민 대피소를 찾았다. 그는 "우리 같은 실수를 하지 말라고 말하려고 왔다"며 대피소에 온 이유를 밝혔다. 이어 "화재 피해로 어쩔 수 없이 이사를 한 주민은 보상을 받지 못한다"며 "지금 버티고 있는 주민들과 (화재로 인해 이사 간) 우리를 동등하게 보상해달라고 지금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강남구청을 극도로 불신하는 모습이었다. 구룡마을에서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한 70대 여성은 "여긴 내 집이다. 내 집인데 왜 불을 내려고 하겠냐"며 화재 원인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고, 다른 70대 남성 주민도 "화재현장을 지켜봤는데 소방서 측의 초기 대응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화재 진압보다 뒤쪽 구룡산에 산불이 번질까 봐 그것만 신경 쓰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직접 수도·전기 복구 나선 주민들... 현장 수습에 불만

29일 오전 8시 51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 29세대가 불에 탔다.
 29일 오전 8시 51분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7B지구 29세대가 불에 탔다.
ⓒ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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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는 약 2시간 만에 완전히 진압되었지만, 현장 수습에 대한 대책이 미비해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화재현장 윗집에 거주하는 정아무개(59)씨는 "화재 지역 주변 가구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 한전에 연락해서 낮에 오긴 했는데 자기네 소관이 아니라 마을 소관이니까 마을 자체에서 하라 그러고 가버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책을 기다리던 정 씨와 마을 주민들은 결국 직접 복구에 나섰다. 그들은 화재 현장 내에서 쓸 수 있는 전깃줄을 살리고 주변 가구가 전기를 쓸 수 있도록 작업했다.

정 씨는 "전기선 복구가 끝나면 수도 작업도 할 예정이다. 물을 틀게 되면 화재 현장에서 물이 새기 때문에 수도를 다 잠가 놓았다. 마을의 다른 구역이 물을 쓸 수 있게끔 배관을 따서 복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한전에서 온다더니 지금 이게 뭐냐. 심지어 이제는 전화도 안 받는다. 내일까지도 연락을 받지 않으면 내가 한전을 찾아갈 것"이라며 분노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오전에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왔다 갔는데 대책이 하나도 없다. 내일 또 온다는데 해주는 게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강남구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상시 상황근무를 하던 강남구청 구룡마을 상황실 근무자들은 구룡마을 7B지구에서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화재현장 주민들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며 "화재발생 직후 강남구청장과 서울주택도시공사 사장은 현장에서 이재민 지원 대책 긴급회의를 열어 이재민이 임대주택에 즉시 입주할 수 있도록 합의하고 개포1동 주민센터에 화재이재민 임시구호소를 설치해 신속하고 안정된 이재민 주거정착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재민들이 요구하는 임시 거주지의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저감 등을 포함한 안정적 이주대책에 대해 서울시, 강남구, 서울주택도시공사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화재현장 위에 거주하는 정아무개(59)씨가 7B지역 화재로 전기가 끊긴 마을 주변의 전기를 복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화재현장 위에 거주하는 정아무개(59)씨가 7B지역 화재로 전기가 끊긴 마을 주변의 전기를 복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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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구룡마을, #구룡마을 화재, #강남구, #서울시, #신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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