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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망고스매시(Mango Smash)를 처음 본 건 지난해 4월 24일 중구 한중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2016 인천 미친(美親) 록(Rock) 페스티벌'에서다. 음악클럽 쥐똥나무가 주최한 이 페스티벌은 헤비메탈·얼터너티브 하드 록·록·인디 록 등, 다채로운 밴드들이 참여해 지역 음악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때 망고스매시는 두 번째로 공연했다. 팀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3인조였지만 사운드가 부족하지 않았다.

지난 18일 오후 5시, 인천 중구 북성동에 있는 '꿈 베이커리'에서 망고스매시의 단독공연이 열렸다. '꿈 베이커리'는 지역아동센터 아동들에게 간식으로 빵을 제공할 목적으로 인천지역 치과의사와 약사들이 중심이 돼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후원자를 대상으로 매달 다양한 공연을 한다. 대체로 잔잔한 어쿠스틱 공연을 했던 이곳에서 망고스매시가 처음으로 밴드 공연을 선보였다.

지난 21일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망고스매시의 합주실을 찾아갔다. 기타 연주와 보컬을 맡고 있는 이원필(39)씨와 드럼을 맡고 있는 이상현(37)씨를 만났다.

15년 만에 다시 만난 사람들
   
 망고스매시 멤버. 왼쪽부터 이원필, 이상현, 한상덕씨.<사진제공·워킹스튜디오>
 망고스매시 멤버. 왼쪽부터 이원필, 이상현, 한상덕씨.<사진제공·워킹스튜디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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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스매시 멤버는 3명이다. 이원필ㆍ이상현씨와 베이스를 연주하는 한상덕(37)씨다. 셋은 인하대부설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고등학교 때 학년별로 밴드가 있었어요. 상덕이와 저는 동기여서 같이 활동했죠. 원필이형은 학교 축제 때 공연하는 걸 봤는데, 그때는 신이었죠.(웃음) 당시 인천에서 기타 실력으로는 '넘버 3' 안에 들 정도로 잘 했어요. 정말이에요."

상현씨의 말이다. 원필씨가 그만하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상현씨의 표정은 진지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원필씨가 안면만 있던 상현씨와 상덕씨에게 연락해 밴드를 만들자고 했다. 원필씨가 만들어놓은 곡으로 동인천에 있는 합주실에서 한 달가량 연습하고 서울 홍대 앞에 있는 음악클럽인 프리버드나 슬러거 등으로 오디션을 보러 갔다.

밴드가 왕성하게 활동할 때인 2000년 무렵에는, 음악클럽에서 오디션을 치른 후 합격한 밴드들을 요일별로 무대에 세웠다. 당시 이들은 수요일에는 슬러거, 목요일에는 프리버드에서 공연했다. 월요일에는 서울 종각역 밀레니엄 플라자의 열린 공간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부르는 대로 달려가 열심히 공연했던 때다. 당시 이들은 'G. Zone(지존)'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그루브(Groove) 존(Zone)'을 줄여 지존이라고 불렀어요. '우리가 지존(至尊)이다'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기도 하고요. 말장난이었죠.(웃음)"

원필씨의 설명이다. '지존'으로 활동하던 어느 날, 프리버드에서 공연하는데 객석에서 어떤 이가 원필씨에게 신청곡을 요청해 흔쾌히 불러줬다. 공연이 끝나고 그 사람이 '잘 봤다'라며 자신을 엔터테인먼트 회사 제작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원필씨를 자신의 회사로 데려가고 싶다고 한 후 밴드의 동생들은 원필씨가 성공한 후 나중에 챙기라고 꼬드겼다.

"내가 배신한 거죠. 그런데 저도 그 회사에 몇 년 묶여서 다른 가수의 곡 작업을 하다가 제 음반을 내지도 못하고 나왔어요. 모두 상처를 입었던 시기였죠."

그 후로 이들은 15년간 만나지 않았다. 2015년 8월, 상현씨는 페이스북에서 원필씨의 소식을 보고 전화했다. 서운했던 기억보다 반가움이 앞섰다.

"우리의 음악을 세상에 집어 던지자."

망고스매시는 지난 18일 중구 북성동 ‘꿈 베이커리’에서 단독공연을 했다.<사진제공·워킹스튜디오>
 망고스매시는 지난 18일 중구 북성동 ‘꿈 베이커리’에서 단독공연을 했다.<사진제공·워킹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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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이들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결혼하고 생계를 위해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변하지 않은 한 가지, 음악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그 열정으로 다시 만난 지 한 달 만에 밴드를 결성했다.

"우리가 헤어졌던 2000년으로 돌아가서 그때부터 세월이 다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두 같은 생각이라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죠."

원필씨의 말에 상현씨도 동의했다. 그해 9월 첫 합주를 하고 11월에 남구 주안에 있는 음악클럽 쥐똥나무에서 공연했다. 그 인연으로 '2016 인천 미친(美親) 록(Rock) 페스티벌' 무대에도 섰다.

상현씨가 그 페스티벌에서 벌어졌던 일을 들려줬다.

"오랜만에 큰 무대에 선 거라 저랑 상덕이가 우황청심원을 먹었어요. 유명한 팀들도 오고 사운드도 좋아서 긴장했거든요. 원래는 대여섯 곡을 준비했는데 네 곡밖에 못 했어요."

5년 넘게 기타도 안 잡아봤다는 원필씨가 몇 달 만에 큰 무대에 선 게 신기해 물었더니, 그는 "음악을 했던 사람들은 별 거 아니에요. 몸으로 익힌 건 금세 잊히지 않거든요"라고 답했다. 그의 말은 더 이어졌다.

"망고스매시로 첫 공연을 했을 때 아내가 왔어요. '지존'으로 활동할 때 제 여자 친구여서 우리가 공연할 때 많이 왔거든요. 아내도 15년 만에 이 친구들을 만난 건데, 그때 보면서 '음악에 많이 목말랐구나' 하고 느꼈대요. 그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던 거 같아요. 음악은 다른 예술장르와 다른 거 같아요.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박수와 시선, 인정받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 맛을 못 잊어서 밴드를 다시 한 거 같습니다."

밴드 이름에 대해 물으니, 상현씨가 "별 뜻은 없어요. 망고라는 과일을 좋아해 질리도록, 벽에 던질 정도로 지겹게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지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원필씨는 "우리가 망고를 좋아하는 만큼 우리의 꿈인 음악을 좋아하니까요. '우리의 꿈과 음악을 세상에 집어던지자'라는 의미를 담았어요. 제 카카오톡 프로필 문구에 '밥보다 망고'라고 적었어요. 망고가 밥이 되는 게 아니듯이 음악이 돈이 되진 않지만 평생하고 싶듯이 망고와 음악의 공통성을 살렸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망고스매시를 있게 한 곡, '대인기피증'

망고스매시는 지난 18일 중구 북성동 ‘꿈 베이커리’에서 단독공연을 했다.<사진제공·워킹스튜디오>
 망고스매시는 지난 18일 중구 북성동 ‘꿈 베이커리’에서 단독공연을 했다.<사진제공·워킹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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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현씨의 아버지는 해군 군악대 출신이다. 그것도 상현씨와 같은 드러머다. 그런데 그가 고등학교 다닐 때 동기들과 만든 밴드에서 드럼 스틱을 잡았을 때도 아버지의 그런 과거를 몰랐다.

외아들인 원필씨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하지만 학원생이 모두 여자인 학원이 싫었다. 그래도 그때 들었던 악기 소리에 귀가 열렸다.

몸에 '음악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이들은 지난해 12월 24일 첫 앨범을 발표했다. EP앨범(싱글앨범보다 좀 더 길고 보통앨범보단 짧은 앨범) 'Mr. Lonely(미스터 로운리)'다.

앨범의 첫 트랙이자 타이틀곡인 '패왕별희'는 초한지 항우의 마지막 순간을 모티브로 가사를 풀어낸 곡으로, 가혹한 현실을 살아야하는 고단한 청춘을 위한 메시지를 담았다. 아래는 '패왕별희' 가사의 일부다.

'나를 찍어 누를 듯이/ 사나운 비 쏟아지고/ 이제 더는 일어설 힘이 없네
살갗을 도려낼 듯이/ 매운바람 날 떠밀고/ 이제 더는 물러설 곳이 없네'

"항우가 사면초가 상태에 몰려서 죽음에 임박한 상황을 표현했어요. 항우가 겪었을, 내편이 없을 때, 절체절명의 고립무원 상태가 지금의 20대 젊은이들의 감정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항우는 20대에 죽었어요. 사면초가의 오갈 데 없는 젊은이들에게 고향 같은, 엄마 품 같은 위로를 주고 싶었습니다."

작사를 한 원필씨의 설명이다. 이 앨범은 '패왕별희'와 함께 '뮤지션A', '내겐 너무 섹시한 그녀', '대인기피증', 'Blue' 등, 모두 다섯 곡을 담았다.

"전 '대인기피증'이 가장 좋아요. 사실 이 노래의 향수 때문에 모였어요. 15년 전에 만든 노래인데 악보도 없어서 기억으로 살려냈고 아이디어 몇 가지를 넣어서 편곡했습니다. 예전에 '지존'으로 활동할 때 가장 인기가 좋았던 곡이었어요. 우리 스타일을 제일 잘 보여주는 노랩니다. 우리 스타일이요? 최대한 미니멀(minimal)하게 노래를 만드는 거요. 단순한 곡으로 다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복잡한 노래는, 나이 먹어서 이제 기술적으로 힘들기도 하고요.(웃음)"

상현씨의 말을 원필씨가 이었다.

"망고스매시로 시작할 때 음반 내고 제대로 해보자고 약속했어요. '지존' 때 못 냈기 때문에 목표가 분명했죠. 타이틀곡이 생겨야 음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지난해 4월 공연 때 '패왕별희'를 불렀는데 반응이 좋아서 이 노래를 타이틀곡으로 정했습니다. 우리가 다시 뭉친 지 1년 만에 앨범이 나왔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씩을 부탁하니, 둘 다 사람 얘기를 했다. 상현씨는 이번 앨범을 녹음하는데 저렴하게 이용하게 도와준 서준호씨에게 고마움을 전했고, 원필씨는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한 한상덕씨 얘기를 했다.

"3인조 그룹이다 보니 사운드가 많이 부족합니다. 그걸 채워주는 게 상덕이에요. 베이스 기타를 비싼 걸 쓰고 이펙터(effector)를 많이 사용해 독특한 사운드를 만들죠. 예술은 독특한 게 중요합니다. 우리의 사운드를 독특하게 하는 데 베이스의 역할은 정말 중요합니다."

이들은 15년 만에 처음으로 무대에 서게 해준 음악클럽 쥐똥나무 사장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유명해지더라도 '쥐똥나무'를 잊지 않고 그곳에서 공연하겠다고.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망고스매시 합주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었다.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망고스매시 합주실에서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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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망고스매시, #쥐똥나무, #꿈베이커리, #대인기피증, #패왕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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