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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름을 불러주세요~

17.03.28 11:05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 배주연

명자. 내가 알던 이의 옛이름이다. 그녀는 이 이름이 촌스럽다, 재수없다고 싫어서 40대 때 개명했다.

명자나무. 나무는 사람처럼 다른 이에 의해 이름이 결정되는데, 그 이름이 싫다 한들 사람처럼 개명을 할 수 없다. 어쩌면 나무들 각자가 스스로 이름을 갖고 있거나 다른 나무가 지어준 이름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은 그 이름을 알 수 없다. 나무도 우리를 그저 모두 '사람'으로만 부를 지도... 그래서 영화 <아바타> 속의 그 파란 종족의 교감 능력이 가장 부럽다.

명작동화 중에 <톰팃톳>이란 특이한 제목의 책이 있다. 허풍쟁이 엄마 때문에 졸지에 금실타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자로 바뀐 아가씨가 있었다. 이 능력만 믿고 그녀와 결혼한 왕은 신부에게 금실타래를 만들라 강요한다. 아마도 왕이 재정상태가 열악했나 보다. 그녀는 악마의 도움을 받아 금실타래를 제공받아 임시방편으로 해결하는데, 뭐든 거래에 공짜는 없는지라 악마의 이름을 맞히지 못하면 그와 결혼해야 했다. 마지막 기회의 날. 알고보면 엄청난 행운녀인 그녀는 왕이 사냥을 갔다가 목격한 사건을 통해 악마의 이름을 알아맞힌다. 경솔한 악마는 동굴에서 그녀와 결혼할 수 있다 자신감에 넘쳐 "내 이름은 톰팃톳"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이래서 생긴 속담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에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희한한 것은 이후에 그녀가 왕이 금실타래를 만들라 하면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선 나오질 않는다. 행운녀이니 어찌어찌 해결했겠지. 아이 하나 낳아주고, 이제 그 능력이 임신하면서 사라졌다 거짓말 했을 지도... 어쩌면 왕은 그녀의 거짓말을 짐짓 모른 척 해준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를 전부터 보고 첫눈에 반한 왕이 미리 악마와 계약하여 아내를 도왔을 지도.... 비하인드 스토리는 관계자만 비밀로 알기에.

이름이 갖는 존재감. 그래서 김춘수 시인은 <꽃>에서 "이름을 불러주니 와서 꽃이 되었노라"라 말했던 것이리라.

아침에 화단을 보니 젖먹이 엄마 가슴처럼 탱탱 불었던 명자 꽃봉오리가 드디어 터지면서 은은한 향내를 풍긴다. 우유 대신 꿀이 흐른다. 꿀벌들이 신이 나서 꽃과 꽃으로 윙윙 들락날락 바삐 움직인다. 꽃과 벌의 코랄핑크빛 사랑도 무르익는다.

지금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보자. 촌스럽고 투박한 이름이라 걱정하지 말자. 이름이 무엇이든 그 대상이 사랑스러우면 '개똥이'란 이름마저도 오페라 속 사랑의 아리아처럼 들릴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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