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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마을의 우측으로 길을 잡아서 나왔다. 조금 가니 벌써 꽃이 핀 벚나무가 여러 그루 보인다. 어제 본 것과 비슷한 조생종인가 보다. 꽃이 좋다. 사진 몇 장을 찍고는 앞으로 갔다. 사스나를 대표하는 신사가 보인다. '시마오쿠니다마미고(島大国魂御子)신사'다. 그냥 보기에는 절과 같은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벚꽃
▲ 일본 쓰시마 벚꽃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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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이를 두고 바로 앞에 큰 삼나무가 한 그루 보인다. 대략 500살 이상은 된 것 같은 큰 나무다. 그리고 우측에 두 개의 부부 삼나무도 보인다. 신사의 운치를 더해주는 멋진 나무들이다. 그리고 계단을 올라 본당 앞에 가면 천 년은 되어 보이는 '무환자(ムクロジ, 無患子, 무쿠로지)'나무가 보인다.

신사의 도리이
▲ 일본 쓰시마 신사의 도리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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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약해 한국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무환자(無患子)나무는 환자가 생기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나무다. 흔히 무환수(無患樹)라고도 하며 근심과 걱정이 없애주는 나무다. 도교에서는 무환자나무를 어느 가정이나 뜰에다 심어두고 온갖 걱정근심을 다 떨쳐버리면, 나무와 함께 자연히 무병장수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믿었다.

불교에서는 주로 염주나무, 보리수나무라고 하는데, "무환자나무 열매 108개를 꿰어서 지극한 마음으로 하나씩 헤아려 나가면 마음속 깊숙한 곳에 들어 있는 번뇌와 고통이 없어진다"라고 전한다. 열매 껍질과 줄기, 속껍질에는 사포닌 성분이 들어 있어 인도에서는 빨래를 할 때 잿물처럼 사용했다. 열매 껍질 삶은 물로는 머리를 감을 때 비누 대신 쓴다.

삼나무와 무환자나무가 좋은 신사
▲ 일본 쓰시마 삼나무와 무환자나무가 좋은 신사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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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시마 북섬에서 가장 오랜된 무환자 나무라고 한다. 누구든 꼭 보고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신사를 살펴본 우리들은 더 안쪽으로 길을 잡아서 간다. 저 멀리서 요란하게 기계소리가 들린다. 불을 피우는지 연기도 난다.     
 
노인회 어른신들과
▲ 일본 쓰시마 노인회 어른신들과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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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 보니 어르신 50여 명이 밭에서 제초기로 풀을 베기도 하고, 일부는 풀을 태우고 있었다. 봄이라 경작을 준비하는 것 같은데, 이런 곳에서 단체로 일하는 모습이 조금은 이상해서 밭으로 들어가 물어보았다.

"무슨 일로 이렇게 단체로 나와서 일을 하고 계시는 거죠"라고 내가 물어보았더니, "최근에 지역의 노인 58명이 새롭게 노인회를 만들었는데, 올해 첫 사업으로 공동 텃밭에 농작물을 심기 위해 일을 하는 거야"라고 했다. "그런데 밭농사를 지어서 뭘 하시게요"라고 내가 반문을 하자, "이곳에서 수확되는 것으로 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장학 사업을 할 예정이야"라고 한다.

웃는 모습이 좋은 어르신
▲ 일본 쓰시마 웃는 모습이 좋은 어르신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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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산책을 할 때는 사람도 없는 조용한 시골 같더니만, 이곳에 오니 지역 어르신들이 다 모인 것 같다. 아무튼 아이들도 별로 없는 곳 같은데, 장학 사업을 위해 공동의 밭을 경작한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를 위한 바른 투자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사실 쓰시마 어르신들이 쓰는 섬 지방 특유의 사투리는 특히 알아듣기 어려워서, 나는 두 명의 어르신들에게 번갈아 가면서 물어보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한국말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만, 일본어는 서툰 도쿄(東京) 표준어를 쓰는 나는 사실 쓰시마 어르신들의 말은 70~80% 정도만 알아듣는 것 같다. 어렵다.

아무튼 두 사람에게 여러 번 질문과 답을 들어서 겨우 이해를 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오면 이곳의 한국인 몇 사람을 모아서 장학금을 따로 준비해 봐야겠다.       

점심은 도시락이 최고
▲ 일본 쓰시마 점심은 도시락이 최고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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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구경을 하고는 안쪽으로 더 가서는 삼나무 숲을 조금 더 걸었다. 아침공기가 남다르게 더 좋다. 자! 이제 다시 출발이다. 오늘은 점심을 도시락으로 하기 위해 다시 어제 저녁에 방문했던 마트로 갔다. 각자 자신이 먹을 도시락을 하나씩 구매했다. 그리고 물과 약간의 빵, 샐러드도 조금 샀다.

평소 아침과 점심만 먹는 나는 늘 여행 와서 과식을 하게 된다. 세 번의 식사가 위에 무리를 주는지, 오늘 점심은 그냥 샐러드를 조금 먹는 것으로 준비했다. 다시 차를 타고는 히타카츠항 북쪽 '니시도마리(西泊)'에 있는 '곤겐야마(権現山)삼림공원'에 올랐다.

삼림공원
▲ 일본 쓰시마 삼림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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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지 않은 야산이었지만, 북섬의 동북부 해안을 전부 조망하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시야가 좋았다. 전망이 좋은 곳이라, 사실은 캠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방에 나무가 있고 중간에 풀밭과 원두막도 있어 쉬기에 편한 곳이다.

삼림공원에서 바라 본 시타자키반도
▲ 일본 쓰시마 삼림공원에서 바라 본 시타자키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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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이곳에 와서 캠핑장이 만원이면 이곳에 올라 한두 가족 정도는 캠핑을 하면 괜찮을 것 같아 보인다.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조금은 한가한 4월과 5월에는 하루 정도 캠핑에 도전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동백
▲ 일본 쓰시마 역시 동백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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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동백나무 숲을 보기 위해 '도노사키(殿崎)'의 '일러우호의 언덕(日露友好の丘)'으로 갔다. 정말 이곳은 올 때마다 방문하는 곳이지만, 무척 마음에 드는 곳이다. 사실 아침이나 해거름에 오면 더 좋은 곳인데, 오늘은 한낮에 왔다. 오늘도 나는 반대방향으로 걸었다. 몇 번을 순방향으로 걸었는데, 지난번부터는 반대로 걸어보니 더 좋은 것 같다.

바닷가에서
▲ 일본 쓰시마 바닷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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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동백나무 숲길 보다는 아래로 내려가서 주로 바다를 보았다. 생각보다 잔잔히 바다가 좋은 날이다. 조개를 잡기도 하고, 톳을 따기도 했다. 공중에 매가 날아다닌다. 이곳에 살고 있는 매는 언제나 사람을 경계하는지 올 때마다 등장한다. 러일전쟁 당시의 러시아 수병처럼 조심스럽게 다녀도 매의 눈에는 내가 너무 잘 보이는지 늘 이놈에게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

매에게 감시를 당하다
▲ 일본 쓰시마 매에게 감시를 당하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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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까지 잠시하고는 길을 돌아서 나왔다. 이곳은 열려있는 동백 숲이 멋진 곳이다. 어제 방문했던 시타자키의 동백 숲은 닫혀있는 느낌이 든다면 이곳은 개방감이 뛰어나다. 자! 이제는 점심을 먹기 위해 미우다 해수욕장으로 길을 잡는다.

소원을 빌다
▲ 일본 쓰시마 소원을 빌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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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매 바위를 잠시 바라본다. 이곳에도 매 한 쌍이 살고 있다. 망원경으로 보면 바위 위에 그냥 집을 짓고는 살고 있다. 천적이 없는 바위섬이라 안심하고는 집을 지은 것 같다. 해수욕장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 이웃한 동백나무 숲을 지키고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가 이곳의 주인장인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동백이 좋다
▲ 일본 쓰시마 동백이 좋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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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을 천천히 둘러보고는 한 귀퉁이에 있는 원두막으로 갔다. 이곳에 도시락을 펼치고는 단체로 식사를 했다. 각자가 다른 도시락을 선택한 관계로 형형색색이 좋다. 나는 풀을 잔뜩 먹었다. 다시 위장이 건강해지는 것 같다. 속이 편안해졌다.

동백나무 숲
▲ 일본 쓰시마 동백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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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친 우리들은 천천히 항구로 갔다. 표를 준비하고는 차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차를 빌려준 김삼관 사장의 차고를 두 번이나 오가면서 차를 반납했다.

매 바위
▲ 일본 쓰시마 매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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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항구로 돌아와 김 사장이 타고 다니는 1인용 자동차를 타보기도 했다. 50만 엔 정도한다는 작은 자동차는 휘발유를 쓴다. 50CC 오토바이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근을 오가는 데는 좋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약간 위험해 보이기도 하다.

미우다 해수욕장
▲ 일본 쓰시마 미우다 해수욕장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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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찻집에서 지난 3일 동안의 일정과 경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영화평론가인 강익모 선생의 말에 많이 공감했다. 주요 내용은 "생각보다 쓰시마는 역사적으로 볼 것이 많은 곳이다. 특히 첫날 본 고니시 마리아의 사당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기독교와 한국 기독교의 미묘한 차이를 조금 더 공부하고 싶다"라고 했다.

또한 나에게 "아쉽게도 고니시 유키나가 가문의 문장이 지난 수십 년간 서울시의 상징 문양이었던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라고 알려주었다. 나도 자료를 더 찾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나름대로 멋진 쓰시마 여행이 되었다"고 했다. 특히 "맑은 공기에 시원한 바람과 삼나무, 동백나무, 편백나무가 좋고, 바다도 아름다웠다"고 했다.

조금 더 쉬면서 산책을 하다가 3시 30분에 출발하는 배에 올라 부산으로 향했다. 조금은 피곤했지만, 배는 정확하게 70분 만에 부산항에 도착했다. 부산항 인근에서 저녁식사를 한 다음 각자의 시간에 맞추어 출발을 했다. 나와 고 선배는 가지고 온 차를 몰고는 서울로 향했다. 이제부터 4시간 정도를 달려가면 서울에 닿는다.

가지고 싶은 1인승 자동차
▲ 일본 쓰시마 가지고 싶은 1인승 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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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고 즐거운 쓰시마 여행이었다. 이번에는 전쟁의 상처가 있는 쓰시마를 다시 발견한 것 같다. 다음 달에 가면 임진왜란 때 만들어졌다는 조선인 병사들의 귀 무덤에 꼭 한번 갈 생각이다. 행복한 여행이었다. 이제 쓰시마에 대하여 4/10 정도를 알게 된 것 같다.     


태그:#쓰시마, #일본 , #대마도, #귀 무덤, #동백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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