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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뉴스테이 문제점 지적했더니 수장 잃어"

김우식 전 인천도시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임기를 약 9개월 남겨두고 돌연 사퇴했다. 사장 사퇴 후 인천도시공사노동조합은 지난 24일 성명을 발표해 '사퇴원인이 뉴스테이 사업에서 시와 견해차'에 있었다며, "뉴스테이 사업과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다"고 밝혔다.

앞서 2015년 1월 취임한 김우식 사장은 취임 후 공사 재무구조 건전화를 강조했다. 공사는 조성한 토지와 보유한 토지를 매각해 부채감축에 나섰고, 2년 만에 1조 1330억원을 감축했는데, 사장이 돌연 사퇴하자 공사 내부 분위기 '패닉' 상태다.

지난 2014년 말 기준 공사의 부채는 8조 980억원이고 당기순이익은 240억원 이었다. 그리고 2년 지난 2016년 기준 부채는 6조 9650억원, 당기순이익 220억원을 기록했다. 공사는 2년 만에 부채 1조 1330억원을 감축했다.

인천시는 행정자치부가 예비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할 만큼 재정이 열악했다. 시 전체 부채 약 13조원 가운데 인천도시공사 부채가 8조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리고 8조원 부채 중 대부분을 검단새빛도시와와 영종하늘도시 등이 차지했다. 2014년 말 기준 검단새빛도시 부채는 3조 1320억원, 영종하늘도시 9579억원, 도화구역도시개발 8955억원, 검단산업단지 7029억원이었다.

공사는 이중 영종하늘도시와 검단산업단지, 도화구역에서 약 1조원 규모의 토지분양과 매각으로 부채 약 1조원을 감축했다.

공사는 지난 2월말 이 같은 부채감축을 통한 안정화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검단새빛도시사업 등 신규 사업에 대한 투자로 부채감축과 수익창출에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재무구조 건전화를 주도한 김 전 사장이 돌연사퇴 한 것이다

인천도시공사 노조는 성명을 통해 "임직원이 하나 되어 위기극복을 위해 사장을 믿고 해보자라는 신뢰와 열정을 가지고, (인천시의) 정무적인 판단으로 발생한 손실(부채)을 보전하기 위해 우리는 모든 것을 걸었다. 그런데 임기를 9개월 남겨둔 사장이 갑자기 떠났다"며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충격에 공사 내 분위기는 초상집을 방불케 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공사 노조는 "시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던 검단스마트시티가 '거짓 자본'에 의해 무산되고, 십정2구역 뉴스테이 사업 또한 현실의 벽에 봉착한 상태에서, 전 사장이 시의회에 출석해 시의 뉴스테이 정책에 대해 '공급과 수요를 전면 재검토 할 필요성'을 언급한 게 누군가(시장)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고 비판했다.

공사 노조는 특히, 뉴스테이 사업의 비정상적인 사업구도에 대해 '김 전 사장이 소신 있게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수장을 잃게 됐다'며, 뉴스테이 사업계약의 불공정과 부당함을 폭로했다.

자본금 1천만원 업체가 2천억원 대출 가능한 이유

십정2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은 공사가 부평구 십정동 216번지 일원 약 19만 2687㎡를 정비해 공동주택 5678세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5678세대 중 사업시행자인 공사가 주민분양 1560세대와 공공임대 550세대를 분양하고, 나머지 3568세대는 (주)마이마알이가 공사에 임대사업비를 내고 뉴스테이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주민분양 세대 중 원주민이 입주를 포기할 경우 일반분양으로 전환된다.

전체 세대 중 뉴스테이 세대가 약 63%를 차지하기 때문에, 사업의 성패는 (주)마이마알이의 사업비 조달에 달려있다. (주)마이마알이는 지난해 2월 인천도시공사와 뉴스테이 매매계약을 맺고 대출을 통해, 2월과 5월에 계약금을 각각 1000억원씩 냈다.

그 뒤 당초 지난달 22일까지 내기로 했던 사업비 잔액 약 6500억원을 납부하지 못하면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지만 공사와 마이마알이가 합의 끝에 5월까지 3개월 더 납부기한을 연장해줬다. 업체가 관리처분 총회가 늦어져 사업비 조달에 애를 먹었다며, 연장을 요구했던 것.

하지만 공사 내부에선 기한만 늘려준 것일 뿐, 5월까지 업체가 잔액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여전히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공사는 지난 2월 무산당시 자본금 1000만원에 불과한 업체의 '8500억원 규모 사업비조달'을 신뢰하기 어렵다며 계약해지를 검토했지만, 시가 사업추진을 밀어붙이자 3개월 연장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업체는 납부기한 1년 연장을 요구했지만, 공사가 반발하며 3개월 연장에 머물렀다.

그런데 자본금이 1000만원에 불과한 이 업체는 인천에서 십정2구역 외에도 4개 지구에서 뉴스테이 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본금 1000만원에 불과한 업체가 대출로 계약금 2000억원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공사와 업체가 체결한 매매계약에 있다. 뉴스테이 사업이 무산 될 경우 공사는 계약에 따라 업체에 계약금과 계약금에 연간 4.99% 이자를 적용한 위약금을 더해 돌려주게 돼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공사가 자본금이 부실한 뉴스테이 사업자에게 사업비 조달에 필요한 신용을 공여해 준 격이다. 업체가 5월에 사업비를 내면 문제가 없지만, 무산되면 3개월만큼 공사가 부담할 위약금이 늘어나게 된다. 공사는 2월 협상 때 위약금 조항을 삭제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2월에 무산됐을 경우 공사가 물어줄 위약금은 87.5억원 규모였지만, 5월에 사업이 무산될 경우 위약금은 112.5억원으로 25억원 늘어날 전망이다.

공사 뉴스테이 계약 '지방공기업법 위반' 논란

이 같은 불공정 계약이 '지방공기업 제65조의5(채무보증 계약 등의 제한)' 위반이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방공기업법은 공사가 "채무에 대한 상환 보증이 포함된 계약을 하거나, 공사의 자산 매각 시 환매(還買)를 조건으로 하는 계약을 하거나, 주택 건설 및 토지 개발 등의 사업에서 미분양 발생 시 미분양 자산에 대한 매입 확약이 포함된 계약을 할 수 없게" 규정하고 있다.

노조는 "금융권은 자본금 1000만원에 불과한 업체의 신용이 아니라, 사업시행자인 도시공사를 보고 2000억원을 대출해줬다. 매매계약서에 사업이 무산될 경우 공사가 원금과 상법상 법정이율을 적용한 위약금을 돌려준다는 조항이 있어서 가능했다. 사실상 공사가 업체 대신 신용을 제공한 변형된 신용담보이며, 이는 지방공기업법이 정한 채무보증 제한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는 "지방공기업은 규정상 채무보증이 금지 돼 있다. 금융구조 상 펀딩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위약금을 채무보증이라고 주장 하지만, 채무보증은 아니다."며 "3월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고시하고, 신속한 이주와 철거로 7월에 공사를 착공할 계획이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뉴스테이, 박근혜 탄핵으로 동력 상실… 재검토해야"

인천에는 십정2지구와 송림초교주변을 비롯해 뉴스테이 사업 지구가 12개 포진해있다. 대부분 답보상태에 있는 재개발사업지구나 주거환경개선지구, 재정비촉진지구를 뉴스테이 사업지구로 전환했지만, 사업비 조달과 토지 보상에 애를 먹으며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인천에서 계획 중인 뉴스테이 사업지구들의 임대주택만 약 2만 가구에 달하기 때문에 공급과잉이 우려되고, 이에 따른 사업성 저하와 사업비 조달의 어려움이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노조 관계자는 "사업협약을 체결한 뉴스테이의 사업이 중단될 경우 모든 리스크를 공사가 떠안게 돼 있다. 그런데 인천에 뉴스테이만 12개로, 2만세대가 넘는다. 체계적인 수요분석 없이 사업을 강행할 경우, 미분양에 따른 부담은 공사가 책임지는 만큼, 무분별한 뉴스테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뉴스테이 정책을 박근혜 정부가 도입했는데, 대통령 탄핵으로 이 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동력이 사실상 떨어진 상태에서 인천만 뉴스테이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해서도 허심탄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노조는 전 사장이 뉴스테이 사업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하며 시와 다른 입장을 견지하다가 사퇴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후임 사장에 시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정무직 인사들이 거론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현재 후임 사장으론 조동암 시 정무경제부시장, 황기영 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차장, 황효진 시장 대외협력특보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조는 "공사 재무구조 건전화를 위해 뉴스테이 사업 등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데 정무직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올 경우 공사에 뉴스테이 사업을 떠넘기고 밀어붙일 우려가 크다"며 "시가 검단스마트시티와 뉴스테이 사업에 적극적이었던 정무직 인사를 강행할 경우, 모든 사업의 하자와 문제점을 지적하며 끝까지 투쟁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도시공사, #뉴스테이, #인천시, #유정복, #박근혜 탄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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