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3호선 고속터미널역 개찰구 앞에 세워진 안내판. 열차 시간표 아래 '안녕, 온유야~'라는 문구와 함께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양온유 학생의 초상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3호선 고속터미널역 개찰구 앞에 세워진 안내판. 열차 시간표 아래 '안녕, 온유야~'라는 문구와 함께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양온유 학생의 초상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 김예지

관련사진보기


27일 오후, 무심코 서울 지하철 3호선 고속터미널역 개찰구를 통과하려다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개찰구 앞에 세워진 첫·막차 시간 안내판 때문입니다.

지하철역에 가면 으레 보이는 평범한 안내판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열차 시간표 아래 '안녕, 온유야~'라는 문구와 함께 박재동 화백이 그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양온유 학생의 초상화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림의 주인공인 양온유 학생은 단원고 2학년 2반 반장이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갑판까지 나왔지만, 친구를 구하러 선내로 되돌아갔다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416가족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양온유 학생의 사진.
 416가족협의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양온유 학생의 사진.
ⓒ 416가족협의회

관련사진보기


어제(26일)는 세월호가 1075일 만에 물 밖으로 올라온 다음 날이자 양온유 학생의 21번째 생일이기도 했습니다. 416가족협의회는 홈페이지에 생일 소식을 전하며 양온유 학생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4남매의 맏이로 책임감 강했던 아이, 해외 봉사를 위해 방과 후 친구들은 학원에 간 시간에도 학교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나갔던 아이, 피아노를 독학으로 배워 교회 찬송가 연주를 했으며 음악으로 심리치료하는 음악심리치료사가 꿈이던 아이. (중략) 중학교 친구가 제주도로 이사가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며 수학여행을 들뜬 마음으로 출발했던 온유였습니다."

그렇다면 양온유 학생의 그림이 들어간 안내판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서울메트로 홍보팀 담당자는 "역내에 설치하는 배너나 노선도의 경우 역장의 승인 아래 종교단체나 구청 등의 지원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온유 학생의 초상화가 들어간 안내판은 서울메트로 측에서 직접 기획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이어 담당자는 "고속터미널 역의 배너는 지난해 하반기 역장님 승인 아래 세월호 관련 단체에서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진도 앞바다에서 배수 작업을 진행 중인 세월호는 30일께 목포신항으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곳에서 미수습자를 찾고, 선체 조사 활동을 벌입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은 이제 '시작'입니다. 양온유 학생을 향해 따스한 인사말을 건네는 지하철 안내판처럼, 일상에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시도가 이어지길 바랍니다.


태그:#세월호, #416, #양온유, #416 가족협의회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