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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 만든 한글 교과서는?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제 34차 연구발표 모임
17.03.27 18:46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26일 오후 1시부터 오사카부 히라카타시 시민회관 3층에서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제 34차 연구발표 모임이 열렸습니다. 오사카, 교토, 나라 따위 간사이 지역에 사는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 지회 회원들이 참가하여 학술발표와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 제 34차 연구발표 모임에서 한남수 고문님께서 발표를 하시는 모습과 한남수 선생님께서 소개하신 자료입니다. ⓒ 박현국

먼저 첫 발표자인 한남수 고문께서는 1954년 모스크바에서 만든 조선어 교과서를 발굴하여 소개하셨습니다. 어떤 경로로 이 책이 일본에 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일본 홋카이도에서 한남수 선생님의 아는 사람이 사서 가지고 있던 책입니다.

우리말의 문법 책인 말본은 주시경(1876.11 - 1914.7)의 국문문법(1905), 대한국어문법(1906), 국어문법(1910) 등이 있고,  최현배 선생님의 우리말본(1929)을 비롯한 여러 한글 연구자들의 책들이 있다.

모스크바에서 김병하와 황윤중이 같이 쓴 조선어 교과서는 겉에 7년제 학교 5-6학년용이라고 쓰여있다. 이것으로 보아 1학년부터 조선어 교과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교과서가 모스크바에서 실제로 사용되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목차나 사용법들이 자세히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서 실제 사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에서 조선교과서를 만든 김병하와 황윤중이 먼저 나온 주시경선생님이나 최현배 선생님의 우리말본을 활용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습니다. 주시경 선생님이나 최현배 선생님 책들은 이미 오래 전에 나왔고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참고하였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모스크바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사회주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치나 체제를 떠나서 우리말 공부와 연구가 멀리 모스크바에서 실행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말에 관심을 가진 회원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러시아와 한국 사이에 국교가 수립되고, 한류 열기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에서 한국어 공부 열기가 지속되는 이러한 선학들의 교육과 연구의 결과 일 수도 있습니다.

두번째 발표에서는 박현국 회원이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경험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했습니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언어 계통이 비슷하고, 교착어로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서로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어 표현이나 품사가 서로 달라서 자주 틀리는 표현이 있습니다.

발표를 하고 계시는 김경자 선생님과 김리박 지회장님입니다. ⓒ 박현국

오래 전부터 한국말이나 일본말에서 똑같이 중국의 한자를 빌려서 써왔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서로 통하지 않는 한자말도 있습니다. 원래 있던 한자말의 형태를 지키지 않고 각기 자기 나라에서 사용된던 말에 한자만 붙이거나 빌려서 쓰기 때문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 학생이나 한국사람들도 한자는 모두, 모든 나라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쓰이는 한자는 대부분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지만 일부 한자 가운데 그렇지 않은 글자도 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서 달마다 정해진 돈을 내고 빌려서 사용하는 것을 우리말에서는 월세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츠키기메(月極)라고 합니다. 일본에서 하숙이라는 한자말은 우리나라의 자취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일본에는 우리나라와 같이 주인집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달마다 돈을 내는 하숙이라는 제도는 아예 없습니다. 그리고 자취는 자신이 스스로 밥을 해먹는 다는 뜻으로 쓰이며 당연한 일이기도 합니다. 아마도 생활과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쓰이는 말도 각기 다릅니다.

세번째 발표에서 김경자 선생님께서는 일본말 스키다(好きだ)라는 말이 우리말로 좋아하다, 좋다로 쓰이는 사실에 주목하여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들이 각기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상황에서 쓰여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두 나라에서 사용되는 사전의 뜻과 실제 상황을 구분해서 정리 발표하셨습니다.

좋다는 1인칭 주어 문장, 좋아하다는 3인칭 주어 문장에서 사용되는 것이 적합합니다. 그리고 2인칭 문장에서 두 가지 표현이 사용될 수 있으나 상황이 조금 다를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말에서는 인칭에 따라서 달리 표현되는 내용이 있지만 일본말에서는 한가지로 사용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김경자 선생님께서는 그런 표현을 모아서 정리하여 이번에 책을 내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발표에서는 지회장이신 김리박선생님께서 천자문 한자 가운데 27 글자를 골라서 그 글자들의 일본말이나 우리 토박이 말의 훈을 찾아서 정리 하셨습니다. 일본말은 한자를 사용할 때 음과 훈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합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일본말은 고유 토박이 말이 살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말은 한자의 음만 사용해서인지 한자말만 남고 우리 고유 토박이 말이 없어져버린 경우가 많습니다. 김리박 선생님은 사라져버린 우리 고유 토박이말을 찾기 위해서 먼저 천자문 한자를 중심으로 복원하고 정리하는 중입니다.

지을 조(造), 버금 차(次), 아니 불(弗), 떠날 리(離), 마디 절(節), 옳을 의(義), 살필 렴(廉), 물러갈 퇴(退), 엎드릴 전(顚), 늪 패(沛), 아닐 비(匪), 이지러질 휴(虧), 마음 바탕 성(性), 고요할 정(靜), 뜻 정(情), 뛰어날 일(逸), 마음 심(心), 움직일 동(動), 하느님 신(神), 나른할 피(疲), 지킬 수(守), 참 진(眞), 뜻 지(志), 가득할 만(滿), 쫓을 축(逐), 무리 물(物),  뜻 의(意), 옮길 이(移)

한글학회 일본 간사이지회는 회원 수가 많지는 않습니다. 해마다 네번 연구 발표회를 갖습니다. 이번 연구모임을 통해서 회원들의 우리말 사랑과 관심을 더욱 두텁게 하는 자기가 되었습니다.

연구발표 모임을 마치고 모두 같이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 박현국

참고누리집> 한글학회, 한글학회 www.hangeul.or.kr , 2017.3.27
참고 문헌> 김경자(金京子), 파랑새 한국어 중급, 朝日出版社, 2016., 한국어와 비슷한 형용사와 부사, ベレ出, 2017.2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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