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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안의 덕후' 응모작

칼럼 집필의 연유
17.03.27 16:00l

검토 완료

이 글은 생나무글(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옛날의 나를 말한다면 나도 한 때는 잘 나갔다 ~ 그게 너였다 그게 나였다 한때 나를 장담마라 ~ 가진 건 없어도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 ~ 언제나 청춘이다 사나이의 가슴은 ~ 오늘도 가슴 속에 한 잔 술로 길을 만든다 ~ 오늘밤은 내가 쏜다 더 멋진 내일을 그리며 ~ 사나이의 인생길은 한방의 부루스 ~ "

전승희의 히트곡 <한방의 부루스>다. 부루스는 블루스(blues)를 뜻한다. 이는 미국 남부의 흑인들 사이에서 일어난 두 박자 또는 네 박자의 애조를 띤 악곡이며 느린 곡조에 맞추어 추는 춤의 하나로도 알려져 있다.

안정애의 <대전 부르스>는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 발 0시 50분을 노래했다. 반면 <한방의 부루스>는 과거 잘 나갔던 자신에게 거는 일종의 도도한 최면술(催眠術)이다. 얼마 전 친구들과 술을 마실 때의 일이다.

"네 아들도 이젠 과장(課長)으로 승진할 때가 되었지?"라고 묻기에 "응, 내년에 과장 된다더라."라고 대답했다. 이 같은 주장은 아들이 집에 왔을 때 본인이 직접 한 말이어서 신빙성이 높은 팩트(Fact)다.

이에 반가웠던 나머지 "와~ 그럼 내년부턴 우리 아들에게 홍 과장님이라고 불러야겠네?"라고 했더니 아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승진이 빠르면 퇴직도 빠르다나 뭐라나면서. 내가 과장급 소장으로 승진한 건 아들이 두 살이던 지난 1984년 2월 1일이다.

당시 최연소 소장이라 하여 회사에서도 단박 화제의 인물로 부상했다. 그렇긴 하지만 과장이 되어 휘하의 직원들을 관리감독하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어쨌든 그 즈음엔 <한방의 부루스> 가사처럼 '잘 나갔던' 시절이었고 따라서 시시한 건 죽기보다 싫었다.

하여 툭하면 "오늘밤은 내가 쏜다!"며 돈을 펑펑 쓰기도 다반사였다. 그렇지만 세상에 영원한건 없다(世無永遠)더니 호시절은 잠시 왔다 금세 떠나는 봄날만큼이나 짧았다. 대신에 그 자리를 꿰차고 앉은 것은 실패와 빈곤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내용을 쓰는 연유는 글로 남기지 않은 아픔과 추억은 마찬가지로 증발되는 때문이다. 즉 일종의 반성적 거울로 삼자는 얘기다. '조선의 승부사들'이란 책이 있다. 여기엔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이 담겼다.

과거 조선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기에 자신의 신분적 한계를 극복하고 그 분야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기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들은 한때 뜨거운 눈물을 흘렸을지라도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계속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인생 승리를 이루어냈다.

여기선 과학기술자 장영실과 상례전문가 유희경, 역관 홍순언과 의원 허준도 나온다. 이 외에도 비파연주가 송경운과 박물학자 황윤석, 천문학자 김영과 목민관 김홍도, 국수(國手) 정운창과 출판전문가 장혼 등 열 사람이 등장한다. 세상은 그들을 외면했으나 그들은 세상의 중심에 우뚝 섰다.

이 책을 접하면서 나는 그렇다면 무엇으로 당면한 빈곤과 아울러 부박한 현실의 타개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다. 그 결과물이 바로 지난 2015년 12월 12일에 발간한 첫 저서 <경비원 홍키호테>이다.

책을 낸 뒤 나는 많이 바뀌었다. 비록 객원이긴 하되 모 월간지에선 논설위원으로까지 위촉이 되었다. 별도로 어떤 일간지의 인터넷판에는 칼럼까지 쓰고 있는데 제목은 '가요는 삶의 축'이다. 주지하듯 가요는 우리네 삶을 관통한다. 이것이 칼럼 집필의 연유이다.

더불어 이는 약 200화까지 끌고 가서 궁극적으론 또 다른 저서로 발간하려는 게 꿈이다. '덕후'는 일본어 오타쿠(御宅)를 한국식으로 발음한 '오덕후'의 줄임말이다. '오타쿠'는 1970년대 일본에서 등장한 신조어로 원래 집이나 댁(당신의 높임말)이라는 뜻이지만 집 안에만 틀어박혀서 취미 생활을 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또한 어떤 분야에 몰두해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쓰인다. 이런 관점에서 나의 글쓰기, 즉 집필의 열중은 적이 덕후의 경지(境地)라는 생각이다. 

'낙이불류 애이불비(樂而不流 哀而不悲)'라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한 말로써 '즐거워도 휩쓸리지 마라'와 '슬퍼도 비탄에 빠지지 마라'는 뜻이다. 내 비록 현재는 여전히 어렵되 '궁달유시(窮達有時)'를 믿고 있다.

이는 궁핍하고 영달함에는 때가 있다는 뜻이다. 언젠가 다시 맞게 될 '한방의 부루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자면 '덕후'의 정신 고양(高揚)으로 더 멋진 내일을 그리며 열심히 살고 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 오마이뉴스 공모 ‘내안의 덕후’ 응모작



태그:#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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