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본능인지 경계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새들은 사람 그림자만 얼핏 가까워 져도 기겁을 하고 날아갑니다. 해칠 마음 전혀 없이, 그냥 사는 모습이 궁금해 살금살금 다가가보지만 새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서는 걸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산이나 들길을 걷다 이따금 운 좋게 새집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새집 속에 들어 있는 몇 개의 동글동글한 알들을 보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알 수 있는 건 딱 거기서 본 그것, '어! 새집이 있네.' 그리고 '알이 들어있네'까지가 전부입니다.

가까이 다가갈 수도 없고, 쉬 알 수도 없기 때문인지 새들은 어떻게 집을 짓고, 어떻게 새끼들을 낳고, 낳은 새끼들은 어떻게 기르는지가 점점 궁금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은 어떻게 나는지? 새들에게도 사랑과 모정, 질서와 리더십이라는 게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 지은이 김성호 / 펴낸곳 지성사 / 2017년 3월 3일 / 값 15,000원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 지은이 김성호 / 펴낸곳 지성사 / 2017년 3월 3일 / 값 15,000원
ⓒ 지성사

관련사진보기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지은이 김성호, 펴낸곳 지성사)은 새의 이웃이 돼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살피며, 그들의 살아가는 방법을 생생하게 담은 사진과 설명을 담은 책입니다. 

어떤 위장막이나 은폐물에 의탁해 새들 모르게 아주 은밀하게 찍었을 몰래카메라였을 겁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는 조심하고, 내쉬는 숨조차 한껏 참아가며 찍었을 사진이기에 새들이 사는 속사정까지를 생생하게 살필 수 있는 속살 같은 사진입니다.

핏빛 새끼를 입으로 물어 옮기는 다람쥐, 딱따구리 둥지 입구를 제 몸에 맞게 좁히기 위해 진흙을 덧바르고 있는 동고비의 모습은 숨 막히는 긴 기다림과 순간포착이라는 행운이 더해진 산물이 분명합니다.

짝짓기를 하고, 교대를 해가며 알을 품는 본능, 먹이를 물어 날라 새끼들을 키우는 어미 새들의 모습은 방법만 다를 뿐 인간들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짝짓기를 하는 모습은 짜릿하고, 먹이를 달라고 주둥이를 내밀고 있는 새끼들 모습은 앙증맞도록 귀엽습니다.   

새들은 아침잠이 없는지 이른 새벽부터 시끄럽게 조잘거립니다. 하지만 해가 진 어둔 밤에 돌아다니는 새는 거의 없습니다. 새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두면 이 정도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새들이 살아가는 일상의 모습은 보기도 어렵고, 듣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뾰족했던 암컷 부리는 둥지가 완성될 즈음이면 닳아 뭉툭해져요. 그도 그럴 것이 진흙 하나를 뭉쳐 와 둥지에 바른 다음 200번 넘게 부리로 다져야만 곱게 퍼지기 때문이지요. 동고비는 작고 약한 새예요. 하지만 작고 약함을 부지런함으로 극복해요. 자연이나 인간 세상이나 부지런함은 소중한 생전 전략의 하나이며, 부지런함은 누구라도 그 주인이 될 수 있답니다.' -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18쪽.

이기적인 인간의 눈으로 바라본 새들은 한낱 미물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새끼 사랑은 상상을 넘어서고, 생존을 위한 싸움은 치열하고 진지합니다. 어미 새들이 아기 새들의 배설물을 처리하는 마음은 숭고하고, 새끼 새들이 홀로 설 수 있기까지의 과정에는 치맛바람 같은 열성이 넘쳐납니다.

새들에게도 인고의 시간은 빠지지 않습니다. 새들 중에는 소쩍새처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울어야 하는 새들도 있고, 삼광조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긴꼬리딱새처럼 해와 달 그리고 별까지를 품은 듯 자태를 뽐내는 새들도 있습니다.

철새 무리가 짓는 V자 대형, 에너지 30% 절약 돼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여름철새가 떠나면 겨울철새가 찾아옵니다. 새들이 먼 길을 떠나며 V자 대형을 유지하는 건 에너지를 30%나 줄이는 지혜입니다. 새들이 무리를 지어 이동할 수 있는 건 모두를 통솔할 수 있는 리더십, 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질서, 서로를 보듬는 격려, 나누고 양보하는 아름다움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봄·여름·가을·겨울 1년 사계절... 조금만 관심을 두면 우리 곁에서 쉬 볼 수 있는 새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숨죽여 가며 찍었을 선명한 사진으로 보는 순간은 숨겨진 비밀을 엿보는 짜릿한 쾌감입니다.

알을 깨고 나오는 새끼 새는 신비롭고, 새끼 새를 돌보는 어미 새의 희생, 자연에 순응하거나 극복하며 살아가는 여정 등은 인간들이 보이는 어떤 모습과는 견줄 수 없는 위대한 모정이자 과분한 지혜입니다.

새들의 행동을 생명과학자의 설명으로 새기다 보면, 새들의 일생 또한 알을 만들기 위한 짝짓기에서 시작되는 원초적 본능과 위대한 사랑에서 비롯되는 아름다운 감동으로 다가 옵니다.

보았으면서도 알지 못하는 새들의 세상, 세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하다면 이 책, 생명과학자 김성호 교수와 함께하는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에서 훤한 답을 얻게 될 거라 기대됩니다.

덧붙이는 글 | <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 지은이 김성호 / 펴낸곳 지성사 / 2017년 3월 3일 / 값 15,000원



우리 새의 봄, 여름, 가을, 겨울 - 생명과학자 김성호 교수와 함께하는

김성호 지음, 지성사(2017)


태그:#우리 새의 봄·여름·가을·겨울, #김성호, #지성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