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감독 부임 후 팀의 시범경기 1위를 이끈 김진욱 감독

kt 감독 부임 후 팀의 시범경기 1위를 이끈 김진욱 감독 ⓒ kt 위즈




"시범경기는 일종의 테스트일뿐 정규리그 성적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사실이다. 프로야구 출범 후 시범경기 최다 1위에 빛나는 롯데는 정작 정규리그에서 1위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원년팀이다.

또한 바로 지난 시즌만 보더라도 9위, 10위를 차지한 삼성과 kt는 시범경기에서 나란히 1,2위를 차지하며 봄을 뜨겁게 달궜었다. 그래서 2017시즌을 앞두고 진행된 시범경기에서 kt의 우승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kt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범경기 2위를 하며 내심 가을잔치에 대한 기대를 품었지만 또다시 최하위를 기록한 지난해와는 다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달라야만 한다.

시범경기 1위라는 것을 계기로 구단 전체와 선수단에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달라질수 있다. 창단 첫 해야 어쩔수 없었다치더라도 두번째 시즌이었던 지난 해와는 사정이 다르다. 올해로 kt는 1군 진입 3년차다. 야박할 수 있지만 더 이상 신생팀이라는 핑계가 통하지 않는다.

 "3년 연속 최하위를 할 수는 없다." 굳은 각오로 마무리 캠프를 치뤘다고 하는 kt 선수단

"3년 연속 최하위를 할 수는 없다." 굳은 각오로 마무리 캠프를 치뤘다고 하는 kt 선수단 ⓒ kt 위즈


지난 2년간 선수단에 누적된 패배 의식을 걷어내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 이를 위해선 계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계기는 어느 순간 우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구단과 선수단이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kt가 참고할 만한 좋은 전례가 있다.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로이스터 감독을 선임하고 시작부터 화제를 모았던 2008년의 롯데가 바로 그 예다. 당시 롯데는 이전 7시즌 동안 '8-8-8-8-5-7-7'이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8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최약체 팀이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과 함께한 롯데는 완전히 달라졌다. 최약체 롯데가 순식간에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계기는 거물 선수 영입도 아니었고 류현진 같은 신인 선수가 혜성과 같이 등장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No fear!"라고 외치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을 뿐이었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걸 두려워하는 선수들에게 걱정하지 말고 본인들의 야구를 하라며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이후 롯데는 암흑기를 벗어나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강팀이 될 수 있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로 2008년의 롯데는 3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었다.

로이스터 감독이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로 2008년의 롯데는 3위에 오르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었다. ⓒ 롯데 자이언츠


2년 연속 10위인 kt에게도 두려움 없는 야구가 필요하다. 지난해보다 조건이 좋아진 부분은 트러블 메이커인 주전 포수 장성우의 복귀 정도 뿐이다. 천명했던 거물급 fa 영입에도 실패했고 한화처럼 압도적인 경력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kt는 리그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최근 신인지명에서 우선적으로 선수들을 선발했다. 또한 타팀에 비해 선수층이 얇아 이들이 1군에서 많은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덕에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전력에서 쓸 수있는 25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을 가장 많이 보유한 팀이다.

중국 대표팀으로 WBC에 다녀온 토종 에이스 주권을 중심으로 김재윤, 엄상백, 심재민, 정성곤, 이창재, 정대현 등 젊은 투수들이 즐비하고 홍성무, 유희운, 박세진, 이정현 같이 아직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지 않은 유망주들도 있다. 투수 유망주가 없어 고민인 타 팀들에 비하면 확실히 좋은 조건이다.

투수 쪽에 비하면 아쉽지만 야수쪽에서도 U-23 대표팀 동기였던 내야수 심우준과 정현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선수들이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17 신인지명에서 외야수중 가장 빠른 순번으로 지명을 받았던 유신고 출신의 새내기 홍현빈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며 1군 진입을 꿈꾸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을 조화시킬 수장이 김진욱 감독이란 점도 흥미롭다. 그는 두산 감독 재임시절 상대적으로 젊고 성실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며 전임 김경문 감독과는 또다른 색깔의 강팀을 만들어냈다.

또한 선수들을 보듬으려는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김진욱 감독 부임전까지 도망가는 피칭으로 활약을 하지 못했던 노경은을 믿고 기용해 리그에서 손꼽히는 우완 선발로 키워내기도 했었다. 최전성기를 구가하는 두산의 뿌리에 김진욱 감독의 야구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덕장으로 꼽히는 김진욱 감독은 새롭게 태어날 kt에 가장 적합한 감독이다.

덕장으로 꼽히는 김진욱 감독은 새롭게 태어날 kt에 가장 적합한 감독이다. ⓒ kt 위즈


두산의 토대를 만들었던 김진욱 감독이 올라갈 일만 남은 젊은 팀 kt의 지휘를 맡았다. 선수들 역시 지난해와는 바뀐 분위기로 비록 시범경기지만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실수나 패배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기만 한다면 눈에 띄는 전력보강 없이도 성적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2008년의 롯데가 보여준 바 있다.

그 당시 롯데에는 장원준, 강민호, 김주찬, 강영식 같은 선수들의 각성이 있었다. kt에도 올시즌 각성이 기대되는 자원은 충분하다. 김진욱 감독과 kt는 과연 패배 의식을 걷어내고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올시즌 역시 최하위 후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야구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다. 시범경기 우승을 이룬 kt가 정규 시즌 개막 후에도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하며 두려움 없는 야구를 펼친다면 7개월 후 '올해는 달랐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기록 참고: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원문: 이정민 필진/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이 기사는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서 작성했습니다. 프로야구/MLB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 kbr@kbreport.com ]
KT위즈 김진욱 시범경기 KBO리그 프로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문화/스포츠 컨텐츠 공작소 www.kbreport.com (케이비리포트)입니다. 필진 및 웹툰작가 지원하기[kbr@kbreport.c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