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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던 은화엄마 이금희 씨는 “이게 세월호 배래요. 제발 우리 애를 찾아주세요. 미안하다. 우리가 너무 늦어 참 미안하다.”라며 울음을 터뜨린 뒤 “그런데 우리 은화가 저렇게 지저분한 곳에 있었다니...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또 다시 솟구치는 눈물을 닦아냈다.
▲ 아직 세월호에 9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미수습자 가족이 아닌 유가족이 되는 것이 소원이라던 은화엄마 이금희 씨는 “이게 세월호 배래요. 제발 우리 애를 찾아주세요. 미안하다. 우리가 너무 늦어 참 미안하다.”라며 울음을 터뜨린 뒤 “그런데 우리 은화가 저렇게 지저분한 곳에 있었다니... 불쌍해서 어떡하냐”며 또 다시 솟구치는 눈물을 닦아냈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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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오면서부터 예진이 생각에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밤새 TV로 방송을 보면서도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거의 뜬눈으로 지내다가, 3시 45분 수면으로 떴다기에 직접 봐야겠다고 갑판으로 올라갔지만 안 보이더라구요. 날이 밝으면서 떠오른 세월호는 정말이지 처참 그 자체였어요. 곳곳을 다 뚫어 벌집 만들어 놨더군요... 그래도 얼마나 다행인지... 안도와 억울함이 겹쳐서 한동안 폭풍오열했습니다."  

지난 23일, 침몰 3년 만에 무거운 몸을 뒤척이며 수면 위로 떠오르는 세월호를 지켜보던 예진엄마 박유신씨는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절절한 심정을 이렇게 쏟아놓았다. 기자와 한 통화에서 그녀는 "부디 한 명의 실종자도 없이 모두 배 안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고, 그리고 선체 훼손 없이 침몰원인을 철저히 밝혀 책임자를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리 예진이가 너무 보고 싶네요"라며 또 다시 울먹였다.  

세월호의 선체가 1073일 만에 마침내 칠흑의 바다 위로 눈물겨운 모습을 드러냈다. 눈물조차 말라버린 미수습자 가족들의 희망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증거가 그 서러운 날개로 이제야 돌아온 것이다. 단원고 학생 허다윤양과 조은화양, 박영인군의 부모, 단원고 교사 양승진씨의 부인, 일반인 권재근·혁규 부자의 가족 권오복씨 등은 사고해역과 1마일(1.6km) 정도 떨어진 배 위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보았다.

“부디 한명의 실종자도 없이 모두 배 안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고, 그리고 선체 훼손 없이 침몰원인을 철저히 밝혀 책임자를 처벌했으면 좋겠다”
▲ 기도하는 마음으로 세월호 인양을 바라보는 미수습자 가족들 “부디 한명의 실종자도 없이 모두 배 안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고, 그리고 선체 훼손 없이 침몰원인을 철저히 밝혀 책임자를 처벌했으면 좋겠다”
ⓒ 조계종 사회노동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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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윤아 오래 기다렸지, 엄마가 왔어… 이번엔 반드시 나와야 돼. 엄마 아빠가 꼭 안아줄게”
▲ 서로 위로하는 미수습자 가족 “다윤아 오래 기다렸지, 엄마가 왔어… 이번엔 반드시 나와야 돼. 엄마 아빠가 꼭 안아줄게”
ⓒ 조계종 사회노동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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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학생 허다윤 양과 조은화 양, 박영인 군의 부모,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 일반인 권재근·혁규 부자의 가족 권오복씨 등은 사고해역과 1마일(1.6km) 정도 떨어진 배 위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보았다.
▲ 배 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미수습자 가족들 단원고 학생 허다윤 양과 조은화 양, 박영인 군의 부모, 단원고 교사 양승진 씨의 부인, 일반인 권재근·혁규 부자의 가족 권오복씨 등은 사고해역과 1마일(1.6km) 정도 떨어진 배 위에서 인양 작업을 지켜보았다.
ⓒ 조계종 사회노동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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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쉽게 인양할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왜 하지 않았나? 

세월호 인양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진실도 함께 올라오고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단 이틀만에, 이렇게 쉽게 인양할 수 있는 것을, 그동안 미수습자 가족들이 목 터지게 요구했음에도 왜 3년 동안 인양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며 분노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찬호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위원장은 2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66개 줄에 매달려 누운 채로 모습을 드러낸 세월호를 보면서 입을 열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그 먹먹함 그 자체였다"며 "가장 먼저 미수습자들을 더 이상의 상처없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미수습자 수색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세월호 역시 이미 140여개의 구멍이 뚫리고, 날개와 닻이 잘려나갔지만 더 이상의 훼손 없이 우리 앞에 오기를 희망한다"며 "우리 아이들의 흔적, 세월호가 바다 속에 남겨놓았던 조각들도 무엇 하나 남김없이 보존돼야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23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고의로 침몰시키고 고의로 죽인 것만 아니길 바란다"며 참담한 심정을 열어보였고, 박종운 416세월호참사 특조위 상임위원은 "한바탕 꿈이라도 꾼 듯 세월호 녹슨 선체가 떠올랐다"며 "세월호야, 푸른 바다 빠져 나와 부디 무사히 육상에 거치되어다오. 녹슬고 찢겨진 온몸으로 진실을 말해다오"라고 토로했다. 다윤아빠 허흥환씨도 "녹이 슨 선체를 보니 참담하다.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을 수 있도록 배가 온전하게 인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24일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만난 시민 김아무개씨는 "박근혜가 파면돼 내려가니 세월호가 올라온다"고 말문을 연 뒤, "이렇게 건져 올릴 수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왜 그동안 하지 않았는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토로했다. 반면 박아무개씨는 "지금까지 세월호를 인양 안 하다 이 시점에서 갑자기 하는 이유가 뭘까? 이슈로 이슈를 덮는다는 말처럼 혹시 뭔가 덮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한 교육전문가도 24일 "세월호 참사 당시 가졌던 의문들이 다시 고개를 든다"며 "대체 세월호 안에 무엇이 실려 있는지, 선원들은 왜 자기들만 먼저 빠져 나오려고 애썼는지, 유병언은 정말 죽은 게 맞는지, 구원파는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인지, 왜 그들은 김기춘에게 '우리가 남이가'라고 했는지 등이 밝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모든 의문들이 풀려야 그나마 차디찬 물속에서 숨져간 아이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세월호야, 푸른 바다 빠져 나와 부디 무사히 육상에 거치되어다오. 녹슬고 찢겨진 온몸으로 진실을 말해다오”
▲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세월호야, 푸른 바다 빠져 나와 부디 무사히 육상에 거치되어다오. 녹슬고 찢겨진 온몸으로 진실을 말해다오”
ⓒ 416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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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 속도보다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 규명에 만전을 기해야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연대, 4.16국민조사위원회'는 23일 공동성명을 통해, "미수습자 수습에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가장 먼저 나서줄 것'과 "세월호 주변 해저 잔존물 수습작업도 최대한 신속히 해줄 것"을 요구했다. 

세월호 외관에는 현재 20~30cm 크기의 구멍이 100개가 넘고, 20~30cm 크기의 구멍이 열려진 채 상당수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설치되어 있는 유실방지망의 구멍 크기가 2~2.5cm인 상태인데도 해수부는 더 이상 보강작업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이들 단체는 24일에 다시 성명을 통해 "혹시 세월호의 선미램프가 열렸음에도 무리하게 인양을 강행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해수부는 뻥 뚫린 램프 구멍과 크고 작은 구멍을 통해 진실이 흘러가지 않도록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선박의 출입문이라 할 수 있는 램프는 세월호의 경우 수십톤에 달해 인양 사전 단계에서 반드시 확인하고 무게 중심의 변화를 예측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세월호 램프는 재판 과정에서도 참사 원인을 다투는 과정에서 거론됐던 중요 증거였기에, 잘려진 선미 램프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공개해야 하고, 해수부는 램프와 그 흔적들을 제대로 보존해 선체조사위원회에 온전히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4.16연대, 4.16국민조사위원회'는 26일 또 다시 성명서를 내고, "온 국민과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인데 해수부의 인양과 수습 과정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해수부는 미수습자 수습과 수색, 유실물 보존 계획이 있는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계획도 없이 3년 만에 인양과 수습을 시작하지 않았으리라 믿는다"면서 세월호참사의 진정한 인양'을 위해 "잘려나간 램프의 증거보존 및 제대로 된 유실방지망 설치와 유실물 보존 대책"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아울러 "세월호가 3년여 머물던 자리와 지나간 자리, 주변에 대한 해저수색은 언제,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가. 해저수색에 대한 계획을 지금 바로 밝히고 유가족, 선체조사위원회와 협의할 것"을 촉구했다. 

“온 국민과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인데 해수부의 인양과 수습 과정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 인양된 세월호 선체 “온 국민과 가족들의 마음이 하나인데 해수부의 인양과 수습 과정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 유경근 집행위원장 얼숲에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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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탄핵으로 끝날 수 없는 일,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내야 

유성엽 교문위원장은 2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세월호가 침몰한 지 1073일 만에 차가운 밤바다를 가르고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고 말문을 연 뒤 "꽃다운 학생들이 피워보지도 못하고 사그라든 이 참담한 비극은 누구 하나의 잘못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잘못"이라며, "처절하게 반성하고 가슴 시리도록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제 세월호 인양과 함께 묻혀 있던 진실도 제대로 밝혀서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의 애통함을 조금이나마 덜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정 경기교육감도 "미수습자 가족들의 슬픔과 아픔이 가슴에 맺힌다. 배의 인양도 진실의 인양도 너무 늦었다"며 "오늘 팽목항에서 사고해역을 바라보며 그저 미안한 마음뿐이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진실이 제대로 밝혀지고 책임자가 무겁게 책임져야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끝날 수 없는 일이다. 잊지 않아야 하고, 새 교육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조희연 서울교육감도 "2014년 세월호 참사 두 달 뒤 치러진 지방자치선거에서 당선된 시도교육감 13명이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었고, 이들은 '세월호 교육감'이라고도 불렸다"며 "세월호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교육감이 되라는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이후 일등주의와 맹목적인 경쟁제일주의를 넘어서는 정책을 펴기 위해 늘 고민했다"고 말했다.

또한 "세월호의 인양을 통해 우리는 진실을 인양하고, 개혁을 인양하고, 미래를 인양해내어야 한다"며 "세월호 문제의 완전한 해결과 적폐 청산을 통해 우리는 2016년 촛불 시민혁명 이후 우리의 과제로 떠오른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붙잡고 있을 게. 내 가슴에서는 가라앉지 않도록...
▲ 광화문에서 만난 한 시민의 등에 써있는 글 붙잡고 있을 게. 내 가슴에서는 가라앉지 않도록...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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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휘국 광주교육감은 24일 기자와 한 통화에서 "들불처럼 번졌던 촛불도, 헌법재판소의 역사적인 대통령 탄핵 인용도 그 시작은 '세월호 진실인양'이었다"며 "무엇보다 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가만히 앉아 기다리는 학생이 아닌,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실천하는 학생을 키우는 '인간교육'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만3년을 뗐다 붙이길 반복해 오던 노란뱃지를 다시 옷깃에 단다"며 "영원의 별이 된 아이들에 대한 추모를 넘어, 아린 기억 놓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생명을 가꾸고 지키는 교육'에 대한 다짐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25일, 다시 광화문 광장에는 촛불을 든 사람들이 모였다. 이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바다 속에 3년을 가라앉아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는 순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보았다고 말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세월호 인양까지 1073일의 시간이 걸렸고, 다시 진실을 인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온갖 거짓을 동원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입을 막아도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것을 믿는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기 때문에.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 국민의 힘으로 진상규명!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 김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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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인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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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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