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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닮아 마삭도라 불렸다는 데 오히려 개구리를 닮은 것 같은 마삭도
 말을 닮아 마삭도라 불렸다는 데 오히려 개구리를 닮은 것 같은 마삭도
ⓒ 이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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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이재언씨와 함께 마삭도를 다녀왔다. 완도읍에서 남서쪽으로 20㎞, 노화도에서 북쪽으로 0.7㎞ 해상에 위치한 섬은 동경 126°42′, 북위 34°14′에 위치하며 면적 0.111㎢, 해안선 길이 3km, 최고점 64m의 작은 섬이다.

섬 형태가 말을 닮아 마삭도라 불렸다는 데 오히려 개구리를 닮은 것 같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의하면 전체면적의 50%에 이를 정도로 비교적 경지가 넓으며 주민은 농업과 어업을 겸하고 있다.

부근의 '초퇴어장'에서는 고등어·전갱이·멸치·갈치·도미 등이 잡히고, 김과 굴 양식도 활발하다. 해마다 섣달 그믐날 제주도 쪽을 향하여 풍어와 주민의 무사를 비는 제를 지내며 명절에는 어선에 고사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이곳에 처음 사람이 들어온 것은 약 350년 전 해남에서 황씨, 최씨라고 한다. 그 후 150년 전 고씨, 김씨, 공씨가 뗏목을 타고 솥 장사를 하여 마삭도를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한다.

동화도 주민의 따뜻한 환대 때문에 일찍 떠나지 못하고 마삭도 인근에 이르자 주변 바다가 어둡다. 조심스럽게 항구에 접근하자 아주머니 한 분이 나온다. "이장님 댁이 어디냐?"고 묻자 "남편이 이장"이란다. 도시에서 살다 귀촌한 공용복 이장은 2년 전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섬 형편이 괜찮은 걸까? 작년에 4가구가 귀촌했다.

어두컴컴해진 마삭도 항구
 어두컴컴해진 마삭도 항구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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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대 20명이 사는 마삭도는 공기가 좋고 물 순환이 잘돼 양식이 잘 됩니다.  밭농사는 가용으로 쓸 만큼만 재배하고 있습니다. 항로는 개설되어 있는데 전복양식장 때문에 여객선 접안이 힘들어요. 물 부족 문제는 해수담수화시설을 할 계획입니다."

야간항해가 힘든 배라 건너편에 보이는 노화도를 향해 출발했다. 이재언씨가 매형이 오랫동안 마삭도에 살았다며 현재 완도에 기거하기 때문에 여수로 돌아가는 길에 뵙기로 약속했다. 여수로 돌아가는 길에 완도시내에 살고 있는 베테랑 어부 김병채(76)씨를 만나 마삭도에서 고기 잡았던 얘기를 자세히 들었다.

50년 동안 고기 잡아 아들 5명을 서울로 유학 보냈다

일정에 쫒겨 황혼녁에야 마삭도에 도착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일정에 쫒겨 황혼녁에야 마삭도에 도착해 예쁜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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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채씨는 50년간 주낙을 이용해 고기를 잡았다. 배라야 5톤~10톤(해성호)의 작은 배다. 선원 4명이 승선해 주낙 30바퀴를 들고 바다에 나갔다. 당시 제주도, 추자도 근해에 고기가 많아 그곳까지 출어했다. 한번 출어하면 5일 정도를 바다에서 살았다.

마삭도 베테랑 어부였던 김병채(76세)씨가 병원가까운 완도읍내로 이사와 살며 포즈를 취했다. 자식들 가리키기 위해 엄청 고생했다고 한다
 마삭도 베테랑 어부였던 김병채(76세)씨가 병원가까운 완도읍내로 이사와 살며 포즈를 취했다. 자식들 가리키기 위해 엄청 고생했다고 한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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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이라 이녁이(본인)이 못 배웠기 때문에 자식들이라도 잘 가르치려고 애썼죠. 고기를 잡으면 먹는 것 운영비 빼고 똑같이 나누자 선원들이 서로 승선하기를 원했어요. 그 때는 해도, GPS, 무전기도 없었어요. 스크루가 그물에 걸려 추운 겨울에도 물속에 들어갔제. 한 번은 풍랑에 밀려 배가 암초에 걸려 바다속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다행히 사람은 죽지 않았죠.

그 때는 섬에 학교도 파출소도 있었어요. 고생 엄청했지. 자식들 눈 띄운다고. 그란디 이제 나이 들어서 더 못한다고 하면서 병원 가까운 데로 가자고 해서 집팔고 완도 읍내로 이사왔지. 잘 벌릴 때는 3일에 천만원을 벌기도 했지. 당시는 줄돔 4마리에 20만 원하기도 했어요"

소흑산도까지 가서 농어를 만선하기도 해 30년 전에 서울에 1억짜리 집을 사 아이들이 집 걱정 없이 학교 다니도록 했다. 처음에는 돛단배타고 보길도 근방까지 다니며 고기를 잡았지만 고기가 엄청 많았다.

나중에 발동기를 달아 추자도까지 다니며 고기를 잡은 베테랑 어부 김병채씨는 놀기는 싫다며 지금도 바닷가에 나가 일을 돕는다. 용돈을 벌기 위해서다. 그래도 그의 고생은 헛되지 않았다.

"고생 원없이 했소. 그런데 자식들이 잘 되어서 잘산깨 좋소."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마삭도, #말, #초퇴어장, #발동기, #베테랑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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